어떻게든 되겠지
오랜만에 수영을 다녀왔다.
우리 집이 최고 부유했던 12살에 개인 강습으로 수영을 배운 덕분에 아주 가끔 물에 들어가도 자유형, 평형 정도는 자연스럽게 나와서 참 다행이다.
그런데 물을 좋아하는 편은 아니다.
자유자재로 숨을 쉴 수 없는 불안감에 몸에 힘이 많이 들어가서 금방 지치고 호흡이 힘들다.
상급자 레인에서 한 번도 쉬지 않고 유유자적하게 레인을 왔다 갔다 하시는 어르신들이 경이로웠다.
쉬지 않고 레일을 오래 도는 만큼 수영을 오래 하셨겠지.
마라톤 대회를 나가보면 그렇게 어르신들이 숨 찬 기색도 없이 잘 달리신다.
잠잠한 숨소리만큼 달리기를 오래 하셨겠지.
살아가면서 일어나는 사건들을 해결해 나가는 것도 오래 하다 보면 숨차지 않고 잠잠하게 하게 될까.
아니면 오랜 연륜으로 숨 차고 잠잠하지 상태를 티가 안 나게 하는 방법을 연마하신 것일까.
아무렇지 않은 상태가 될 때까지 꾸준히 하는 것과, 힘이 드는 상태를 티 나지 않게 연습하는 것 중 무엇이 더 쉬운 길일까.
20분밖에 수영을 안 했는데도 얼굴이 달아오르고 숨이 차서 유아풀에 가서 걸터앉아 발장구를 쳤다.
핸드폰이 없으니 아무 생각 없는 상태에서 아무 생각들이 꼬리를 물다가 물에 빠진다.
하다 보면 어떻게든 되겠지.
10분을 더 채워 수영을 하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반찬 가게에서 4천 원짜리 4색 나물 모음을 사가지고 와서는 플라스틱 밥그릇에 왕창 쏟아 비빔밥을 해 먹었다.
역시 수영을 하면 배가 고프구나.
입맛 없는 친구가 있을지 모르겠지만 있으면 데리고 수영장에 가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