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러닝 코스 1
봄, 여름, 가을, 겨울, 계절마다 다른 얼굴을 보여주는 섬, 제주도. 달리기를 시작하게 된 후 제주도의 둥근 해안선을 따라 달려보고 싶다는 생각을 한 적 있었다. 제주시에서 서쪽으로, 애월, 협재 이렇게 해서 또 돌다가 송악산, 산방산을 지나고 또 달리다가 서귀포시가 나오고, 또 달리면 성산일출봉, 저 멀리 우도, 또 해안선을 따라 달리다보면 김녕을 지날테고. 다시 공항. 그렇게 한 바퀴 두 다리로 달려서 일주하고 싶은 마음.
나이키 에어맥스 에픽런에서 섭지코지를 달려본 적이 있다. 섭지코지는 내게 관광객 많고 별다른 관광지와 별다를 게 없는 곳, 이라는 기억 뿐이었는데. 달려보니 달랐다. 발바닥에 닿는 돌의 느낌, 계단, 고저, 지나가는 관광객들, 뺨에 와닿는 겨울 바람, 시린 귀, 입김, 하나 하나 아주 천천히 천천히 음미하듯이 느껴지는 감각들. 달리기만큼 내 몸의 감각과 상태를 오롯이 느낄 수 있는 운동이 또 있을까. 서울의 잘 정돈된 길만 달리다가 제주의 자연에 가까운 길을 달려보니 또 다리의 느낌이 달랐다. 제주도를 달려본 러너면 알겠지, 이 기분을.
1) 가는 법: 주소는 제주특별자치도 서귀포시 성산읍 고성리 62-3
2) 러닝 팁: 관광객이 없을 시간에 갈 것. (이른 아침 or 저녁 이후)
특히 이런 사람들에게 추천
- 평지는 지루하게 느껴지지만, 트레일런은 안 해본 사람
-섭지코지에서 별다른 감흥을 못 느껴본 사람
장점
- 아름다운 바다를 보며 달릴 수 있다.
단점
- 관광객이 많을 경우 요리조리 피해가며 달려야 함
- 바닷바람이 장난 아니다. 따귀 맞는 기분.
나이키 전용기를 타고 아침 일찍 제주도로. 제주에어 항공기 하나를 빌렸나보다.
휘닉스 아일랜드에서 이런 저런 사전 행사가 끝나고, 달리기 전 웜업. 맨 앞 왼쪽이 이천희고 그 오른쪽이 이기우. 이 둘도 끝까지 달려서 놀랐다. 연예인들은 뛰다 사라지기 마련인데. 게다가 잘 뛰어서 더 놀람. 나이키가 잘 어울리는 남자들은 참 멋있다.
관광객들 사이사이로 달리기. 추워서 사람은 많이 없었다. 섭지코지는 정말 아름다웠는데 한겨울이라 너무 추워서 앞만 보고 뛰었다. 제주는 남쪽인데도 바람이 매섭구나, 생각하면서. 계단도 뛰고 오르막도 뛰고 바다를 느긋히 보고 싶었는데 추워서. 봄, 가을에 가면 더 좋겠다 싶은 러닝 코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