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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로사 Jul 01. 2015

도심 속에 숨어있는 조용하고 아담한, 벤자키티 공원

태국 러닝 코스 1

나는 방콕을 좋아한다. 왜 좋아하는지, 곰곰 생각해보자면, 걷다가 목이 마르면 잔얼음 가득한 맥주를 마시는 것, 그게 참 시원하고 좋았다. 공기는 환하고 해는 무척 뜨겁고 솔직한 날씨가 그냥 좋았다. 해가 지는 것을 바라보고 밤거리를 거닐며 모국어로 정신없이 떠들 수 있는 것도, 좋았다. 원래 그곳을 달리던 사람처럼 달렸고 숨이 찼다. 좋았다. 알아들을 수 없는 노래를 흥얼거리거나 모르는 사람과 건배를 했다. 좋았다.


사람들도 밤바람도 밤공기도 모두 참으로 다정했다. 방콕에 갈 때마다 느꼈던 그 감정들. 대부분 좋다, 로 귀결되는 감정들. 방콕은 늘 덥고 습한 도시지만, 방콕에서도, 짧은 여행 중이라 할지라도 마치 그 도시에 살던 사람처럼, 편하게 달려보고 싶었다. 한강을 달리던 것처럼 혼자서도 편하게.


당시 머물던 호텔과 가까운 곳이 벤자키티 공원. 작은 호수 하나가 덩그러니 있는 작은 공원이었다. 블로그 검색 결과도 몇 개 없는 그런 공원. 수쿰빗 빌딩숲, 도심 한가운데에 이렇게 숨겨져있는 공원이라니. 아마, 달리려는 마음이 없었다면 알지도 못했을 그런 곳. 관광객들은 잘 알려져있지 않은 공원.현지인들이 밤에 러닝이나 산책을 하는 곳. 방콕에 여행을 가게 된다면, 그리고 공원을 좋아한다면, 편의점에서 맥주 한캔 사들고 꼭 가보길 바라는 곳. 되도록 저녁에 해지고 가보길 바라는 곳.  






1. 벤자키티 공원(Benjakiti Park)

KhlongToei Bangkok จังหวัด กรุงเทพมหานคร 10110

1) 가는 법: 아쏙역이나 쑤쿰빗역에서 도보 5분 정도
2) 러닝 팁: 이른 아침은 피하는 게 좋다. 더워서 죽는다. 러닝 후 근처 라바나 스파에서 마사지 받아도 좋겠다.


호수 한 바퀴 둘레는 대략 1.7km, 나는 두 바퀴를 돌았다. 정오가 다가오는 시간이었으니 누가 조깅을 하겠는가. 나 외에 달리는 사람은 윗통 벗고 뛰는 아저씨와 헐벗은 백인 여자 뿐.그러나, 달리기 뒤에 마실 잔얼음 가득한 연유 커피를 마시기 위해 꾹 참고 달렸다. 사실 맥주를 마시고 싶었으나 대낮에 달리기 후 마시면 뻗을 거 같았다.



3.5km. 24분 소요. 저녁에 갔다면 좀 더 많이, 더 빨리 돌 수 있었을텐데 저때 날씨가 34도였다. 뛰고 더위 먹었다. 이때 이 공원에서의 달리기 여행 이후로 어딜 달리든 달리기 후 마시는 맥주를 생각했다. 나에게 달리기 후 마시는 맥주는 엄청난 기쁨이 됐다. '이제 조금만 참으면 차가운 맥주를 마실 수 있다'는 생각만 되풀이하면서 달린다는 하루키의 말이 조금은 이해가 되기 시작했다.


특히 이런 사람들에게 추천
- 방콕에 여러 번 가본 사람(처음 가본 사람에게는 그냥 호수만 있는 공원일 수도)
- 공원과 밤과 산책을 좋아하는 사람. 한 바퀴 돌면 2km가 안 되서 30분 정도 소요된다.

장점
- 호수 둘레가 주로여서 달리기 좋다.
- 고저가 없다.

단점
- 10km를 뛰려먼 다섯바퀴를 돌아야 한다는 점. 지겨울 수도.



태국에 가서 태국 맥주 마시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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