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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로사 Sep 02. 2015

제주 서쪽 해변의 환상적인 러닝 코스

제주 러닝 코스 2

제주도를 좋아한다. 제주도를 좋아하니까 제주도에서도 한 번 달려보고 싶었다. 단순하다. 당시 2월이었고, 곧 다가올 봄에 나갈 수 있는 대회가 뭐가 있을까 찾아보다가 제주MBC 국제평화마라톤으로 결정했다. 제주도가 고향인 회사 동료에게, 정말 이 코스가 홍보 문구대로 환상의 코스가 맞냐고 물었더니 맞다고 했다. 그래, 환상의 코스 내가 달려보자! 대회 신청, 비행기표, 전부 착착 끊고 곧 이어 대회날. 발을 내딛는데 딱 마침 페퍼톤즈의 러브앤피스가 이어폰에서 흘러나왔다. 그래, 인생에서 중요한 건 사랑과 평화지, 하면서 차분히 달렸다. 이 노래 제목처럼 내 두 다리 컨디션도 산뜻하다 생각하면서.


오른쪽으로 보이는 바다도 예쁘고, 여기가 고등학교 때 수학여행으로 왔던 한림공원이구나, 하며 달리면서 보는 제주는 참 달랐다. 속으로 연이어 감탄하면서 쭉쭉 앞으로 달렸다. 그러나 감탄도 잠시. 힘겨움이 몰려오기 시작했다. 눈에는 오르막이 잘 보이지 않는데 달리다보면 오르막이거나 그랬다. 게다가 제주의 봄바람은 봄의 바람이 아니었다. 아주 거세고 눈이 따끔거릴 정도로 바다냄새가 났다. 난 왜 썬글라스나 고글을 안 쓰고 달리는 걸까, 뒤늦은 후회만 계속됐다. 다리는 무겁고 거세고 춥고 반환점까지 슬픈 얼굴로 달렸는데 이봉주 선수는 아무렇지 않은 얼굴로 반환점을 돌아오고 있었다. 게다가 엄청 빨랐다. 100m를 전속력으로 달리는 사람처럼 달리고 있었다. 가볍게, 가뿐하게, 아무렇지 않은 얼굴로.  



점점 한발 한발 떼기가 괴로워지기 시작했다. 그 전에 하프를 몇 번 나갔었지만 이 정도는 아니었는데 여긴 왜 이렇게 힘들까, 몸이 무너지는 기분이었다. 끝이 보이지 않고 제주의 아름다운 풍경이고 뭐고 나는 그냥 멈추고 싶었다. 하지만 달린 이상 걷지 말자, 가 나의 원칙이므로 아주 느리게 달렸다. 걷기 시작하면 걷잡을 수 없어질 거란 걸 알기에. 나무, 바다, 응원해주시는 제주도 분들 모두 좋았다. 특히 옹기종기 마을에 모여서 파이팅, 외쳐주시는 사람들의 표정에서 힘을 얻고 싶었으나 그냥 살짝 웃어보이고만 할 뿐. 결국, 기록은 2시간 23분 17초. 기존 하프 기록은 2시간 10분 이내였고 현재는 2시간 언저리니 어쨌든 내 기준에서는 좋지 않은 기록의 대회였다. 바닷바람이 나의 완주를 가로막는 기분. 너무 힘들다는 생각밖에 안 들었던 대회. 


하지만, 코스가 너무 좋았다. 끝없이 펼쳐진 탁트인 바다와 눈이 시원해지는 하늘. 아름다웠지, 언젠가 한 번은 더 나가보고 싶은 대회로 추억속에 남았다. 대회가 아니라 10km 러닝 가볍게 하는 마음으로 달리면 너무 좋을 서쪽 해안 도로를 소개해본다. 




2. 한림종합운동장 - 한림공원 - 금능해수욕장 


1) 가는 법: 한림종합운동장 or 한림공원에서 출발하면 좋을 듯.
2) 러닝 팁: 바닷바람이 정말 거세다. 종합운동장에서 금능 해변 갔다 오면 왕복 10km 정도. 


10km는 금능 직전에 반환, 하프는 더 가서 반환. 해안을 따라.


특히 이런 사람들에게 추천
- 제주도에 달릴 곳이 어디 있나 찾던 사람들. 
- 해안도로를 달려보고 싶던 사람들. 

장점
- 섬을 끼고 달리는 기분. 비양도에 시선을 두고 달리면 또 색다르다.
- 서쪽의 아름다운 해안을 두 다리로 달리면서 감상할 수 있다.

단점
- 고저가 심하다.
- 눈에 안 보이는 오르막과 내리막의 반복.
- 해안도로라 바닷바람이 정말 거세다. 선글라스는 필수. 


저 러닝 코스 근처에 협재도 있고 금능도 있는데 금능해변이 정말 좋았다. 협재보다 사람도 적고. 금능은 캠핑도 가능하다. 하루 캠핑하면서 다음 날 오전에 러닝해도 좋겠다, 싶었다. 캠핑과 러닝을 한번에!



+ 금능 캠핑장 정보: http://map.naver.com/local/siteview.nhn?code=35425008

+ 제주MBC 국제평화마라톤 공식 홈페이지: https://marathon.jejumbc.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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