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러닝 코스 2
매일 같은 시간에 일어나 출근하고 퇴근하는 사람들이 회사-집-회사-집-회사-집 싸이클에서 벗어나기는 참 어렵다. 운동을 하는 것도 공부를 하는 것도 그 외 자기계발을 하는 것도 여행을 가는 것도 모두 시간을 내서 해야 하는 일들이다. 대개는 시간이 없어서 못하거나 시간을 내기 어려워서 빈도를 높이기는 어려운 것들이라 이것들을 하려면 알게 모르게 노력을 해야 한다. 시간을 낸다는 것은 다른 부분의 시간을 줄여서 확보하는 것이여서 잠을 줄이거나, 점심 먹는 시간을 줄인다거나, 퇴근하고 집에 가서 침대에 눕고 싶은 마음을 줄인다거나, 하는 수밖에 없다. 밥벌이를 가진 사람이라면 아마도 조금은 공감하지 않을까 싶다.
회사 생활하면서 최대한 휴가를 안 내고 금요일 밤에 떠나서 월요일 새벽에 오거나 연휴에 붙여쓰거나 하는 식으로 틈틈이 여행을 갔다. 어쨌든 나는 회사에 소속된 직장인이고 나로 인해 누군가 긴 백업을 하거나, 일에 빵꾸가 난다거나 하는 건 싫으니까. 짧게 짧게 잠깐 잠깐. 지난 여름. 5월에서 6월로 넘어가기 전, 문득, 어딘가에 가서 무언가를 내려놓고 오고 싶다, 라는 추상적인 마음이 들어서 딱 일주일 뒤에 바로 떠나는 비행기표를 끊었다. 토, 일, 월 2박 3일로 아주 짧게 다녀오는 여행. 2년만에 혼자 떠나는 짧디 짧은 여행.
짧은 여행인만큼 가까워야했고, 부담없이 혼자 갈만한 곳이어야했다. 그게 교토, 오사카였다. 주위에 거길 다녀온 사람들도 많았고 뭐 대략적인 정보는 물어볼 수 있으니까. 비행기표 끊고 숙소를 예약하고 이것저것 교통편까지 예약을 착착 마쳤다. 뭐 보고 싶다, 어디 가고 싶다, 없이 그저 시원한 나마비루(!)를 마시고 양이 적고 맛있는 음식을 먹고 하루키가 달렸다는 그 강을 달리고. 그거면 더할 나위 없이 충분한 것 아닌가! 결과론적으로 더할 나위 없이 충분했고, 돌아오고나니 어딘가 후련하고 말끔했다. 그 좋은 여행 중 교토 시민들이 사랑한다는 그 강, 달리기에도 참 좋은 가모 강을 소개한다!
1) 가는 법: 주요 지하철 역들이 가모강 근처에 있다. 기온시조, 가와라마치, 산조 등.
2) 러닝 팁: 시치조에서 가와라마치까지 왕복 5km 정도 가볍게 뛰면 좋을 듯.
교토의 중심을 가로 지르는 가모강. 해질녘 산책하기에도, 아침해가 뜨고 산책하거나 달리기에도 너무 좋았던 곳. 하루키가 달렸던 강, 이라서 호기심이 있기도 했다. 소설가로서의 하루키를 막 좋아하는 건 아닌데 러너로서의 하루키는 참 멋있다. 특히 달리기에 대한 에세이는 내가 계속 달리기를 하게 된 큰 동기기도 했다. 짧은 여행이었고, 간 곳도 거의 없지만, 지난 여름을 돌아보면 가모 강의 풍경들이 마음에 많이 남았다. 아름다운 풍경을 추억하고 사는 것, 그게 여행이 내게 주는 선물 아닐까 싶기도 .
특히 이런 사람들에게 추천
- 교토에 여행 온 러너
- 하루키를 좋아하는 사람
- 그냥 산책하기에도 좋다. 강변을 산책하다가 폰토쵸에서 맥주 한잔 하기에도 좋음.
장점
- 달리기에 최적화되어 있다. 주로, 주로의 폭, 주로의 표면 등등.
- 나무가 주로보다 높은데 있어서 볕을 가려준다. ㅎㅎ
단점
- 밤에는 사람이 많아서 아침에 뛰는 것이 좋을 듯.
초여름 가모강의 해질 녘 풍경. 선선하다. 삼삼오오 앉아서 도란도란 이야기하고 있는 모습들이 보기 좋았다.
이 날 해질녘 찍은 사진 중 가장 좋아하는 사진. 산조 근처에서 바라본 강. 이렇게 아름다운 강이라니. 강이라기엔 천 같기도 하고. 강 주위를 천천히 걸으며 노을을 바라봤다. 하루키의 감성이 여기서 자고 나랐기 때문에 이렇게 나올 수밖에 없구나, 라는 생각도 문득.
다음 날 아침. 숙소에서 도보 10분 정도 나오니 가모강. 아고다에서 예약할 때 무조건 강 근처를 찾았다. 달려야 하니까.
평화로운 아침. 선선하고, 시원했다. 강변의 나무가 만들어내는 그늘이 있어서 더. 오히려 서울보다 선선했다.
전날 왔었던 폰토쵸 근처까지 와서 턴. 딱 5km 달렸다. 사실 피곤하기도 해서 울며 겨자먹는 마음으로 일어나서 달렸는데 막상 달리니 너무 좋았다. 음악 없이 달렸는데도 시간이 더디 가는 느낌 없이. 수백번의 러닝 중 기억에 오래 남을 곳.
다음에 또 여기 오게 된다면, 밤에 달려봐야지, 하고 다시 숙소로 돌아왔다. 맑고 또렷했던 아침.
+ 가모강에 대한 정보는 http://finding-haruki.com/644 이 블로그에서 많은 도움을 받았다.
+ 이 블로그 글 중 하루키가 말하는 달리기 노하우 1,2 편 같이 올려둔다.
+ 폰토쵸의 나고미야 렌은 가이세키 코스 요리집인데 정갈하고, 양도 적고, 혼자 가서 먹기에도 좋았다. + 나고미야 렌 주소: Japan, 〒604-8017 Kyōto-fu, Kyōto-shi, Nakagyō-ku, Zaimokuchō, 185−8 なごみ屋連
+ 역시 일본은 맥주의 나라다. 어디서 마신 맥주든 다 맛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