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출근길,
들판 한 가운데에서 길을 막은 낯선 존재,
집 나온 닭 한 마리와의 짧은 만남이
문득, 오래된 네 기억을 불러냈다.
집 나온 닭 한 마리와 나
홍주빛
장맛비 오락가락하던 아침,
잠깐 햇살이 반짝 비쳤다.
촉촉해진 마른땅 위로
며칠 전 뿌린 꽃씨가 발아하기 딱 좋은 날씨.
목말라 시들하던 옥수수는
허리를 꽂꽂이 세우며
초록의 힘을 온몸에 꽉 채운다.
마치 미인대회에 출전한 미녀처럼,
엉덩이에 힘을 주고
서로 마주 본 채 흔들흔들 대화하는 모습이 정겹다.
매실도 어느덧 자라서
얼굴에 연지곤지 찍고
하나둘, 얼큰이가 되어간다.
아침 인사 나온 참새 한 마리,
매실나무 가지 위에서
간지럼 태우듯 재잘거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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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에도 일찍 일어나는 그녀.
평일보다 한 시간 늦은 출근이
이토록 감사할 줄이야.
신선한 공기를 가르며 달리는 들판.
오월에 심은 모들이
수런수런 속삭이고 있다.
그런데,
농로 한쪽에서
낯선 풍경 하나가 기다린다.
비 맞은 닭 한 마리,
길 한가운데를 뒤뚱뒤뚱, 갈팡질팡.
그녀가 차를 멈춰 세우고 기다리자
닭은 마침내 풀숲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집 나온 닭 한 마리.
가까이 다가가
기념사진 한 장 찍고,
가출신고를 할 수도 없고—
내내 마음이 쓰인다.
아마도…
어릴 적, 울적해서
겁도 없이 혼자 여행 간다고
집을 나섰다가,
세상이 무섭다고
돌아왔던
내 모습이 떠올라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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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 나온 닭 한 마리.
부디, 안식처로 돌아가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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