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질 듯한 심장? 뻑뻑해지는 무릎?
반환점까지만
오래 달리기, 특히 마라톤을 할 때 가장 힘든 것은 단순히 육체적인 고통만 있는 것은 아니다. 물론, 심장이 터질 것처럼 빠르게 뛰고, 뻑뻑하게 굳어져 가는 무릎을 움직여야 하는 고통도 크지만, 그것보다 더 힘든 것은 심리적인 것이다.
마라톤을 하면서 가장 힘든 순간은 어느 정도 달렸다고 생각했는데 반환점이 보이지 않는 순간들이다. 도대체 내가 얼마나 더 뛰어야 하는지 인식하기 어려운 순간들이 가장 힘들다고 할 수 있다. 앞으로의 과정이 막막하고, 목표 지점이 멀리 느껴질 때, 그 불안과 두려움은 마치 땡볕아래 사막을 걷는 기분일 것이다. 그래서 불안감이 커지면 '그냥 멈출까?' 하는 생각이 나를 사로잡는다. 저 멀리 있는 목표를 두고 어떻게 해야 도중에 그만두지 않고 목표를 향해 갈 수 있을까?
마라톤을 완주하는 방법은 가장 쉬운 방법은 계속 달리는 것이다.
반환점까지만이라도 일단 계속 달리는 것만이 마라톤을 포기하지 않고 목표에 도달할 수 있다. 쉬운 일은 아니다. 하지만 목표를 향해 나아가는 과정 속에서 일어나는 고통을 받아들이고 묵묵히 호흡에 집중하다 보면 반환점이 보이기 시작하면, 신기하게 고통이 조금씩 사라지기 시작한다. 지금 절반 달려왔다는 인식이 나의 고통을 드라마틱하게 줄여주고 포기하지 않고 달리던 관성이 나를 결승선까지 이끌어준다.
인생을 마라톤에 많이 비유한다. 우리는 모두 각자의 인생 마라톤을 달리고 있다. 자신만의 경주 속에서 모두들 '완주를 할 수 있을까? 달리다가 넘어지지 않을까? 힘들지 않을까? 얼마나 더 가야 하는 것일까?' 하는 불안함이 엄습해 온다. 보이지 않는 것에 대한 불안함. 이것을 없앨 수는 없다. 다만 줄일 수 있을 뿐이다.
자신을 믿고 계속 달리다 보면 불확실성에 오는 불안감이 서서히 사라질 것이다. 자신에게 주어진 도전들을 하나씩 해결해 나가다 보면, 결국 반환점이 보이기 시작하고, 비로소 완주의 기쁨을 맛볼 수 있다.
산 정상에 도착하면 내려오는 길이 수월한 것처럼.
마라톤을 준비하는 과정도 인생과 많이 닮아 있다. 처음에는 짧은 거리부터 시작한다. 체력을 기르고, 점점 거리를 늘려가면서 몸과 마음을 단련한다. 중간에 포기하고 싶은 순간이 오더라도, 그때마다 조금씩 목표에 다가가기 위해 노력한다. 매일의 작은 성취가 쌓여 어느덧 긴 거리를 달릴 수 있게 되고, 마침내 마라톤을 완주하게 된다.
나 역시 매일 수많은 도전 과제들이 쏟아진다. 어떤 날은 수많은 업무와 스트레스가 내게 쏟아진다. 그런 날이면 도중에 그만두고 싶은 마음이 든다. 그러나 고통스러운 과정을 버티는 경험이 나를 강하게 만들 것이라 경험적으로 알기에 묵묵히 일을 처리한다. 마라톤의 반환점을 통과할 때 느끼는 안도감과 희열이 결국 나를 결승선으로 이끌어주는 것을 알기에 나는 오늘도 포기하지 않고 달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