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홍밀밀 Sep 11. 2020

이 시국에 퇴사하고 뭐하냐면요

두 번째 퇴사, 두 권의 책 그리고...

안녕하세요. 홍밀밀입니다. 다들 무사하신가요. SNS 낯가림이 여전히 심해서 진지한 글, 정제된 글만 계속 올리게 되네요. 오랜만에 브런치 구독자 분들께 제 근황을 알려드리려 해요. 아무도 알고 싶지 않을 수도 있지만 ‘그래서 또 퇴사하고 뭐하냐'는 질문에 대한 제 나름의 정리랄까요. 나중에 좀 더 숙성되면 정리해야지, 하다가는 결국 정리를 못 하더라고요. 일단 씁니다.



1.두 번째 퇴사


안녕, 성수동. 안녕, 금전수.


지난 8월, 두 번째 퇴사를 했습니다. 짝짝짝. ‘엄마의 퇴사' 브런치북 보고 제 브런치에 들어와 주시는 분들이 많은데요. 공개 사직서까지 쓰고 그 난리를 치며 퇴사한 엄마는 지금 어떻게 지낼까. 궁금하셨죠.


엄청난 번뇌를 거듭했던 첫 번째 퇴사에 비해 두 번째 퇴사는 조금은 가벼운 마음으로 했어요. 이직할 곳이 정해져 있어서...는 아니었고요. 네. 그렇습니다.


(이 시국에) 창업을 하게 될 것 같아요.


나는 절대 사업은 못 할 거야, 나는 회사 인간이야 생각했는데 꼭 하고 싶은 일이 생겼고 지금 안 하면 정말 후회할 것 같아서요. 이제는 때가 된 것 같기도 해요.


저는 2년 전부터 동료들과 함께 사이드 프로젝트로 ‘마더티브'라는 온라인 웹진을 운영하고 있는데요. ‘엄마에게는 새로운 이야기가 필요하다'는 모토를 내걸고 애 말고 엄마를 위한 콘텐츠를 쌓고 있어요.


초기 마더티브가 엄마의 육아에 집중했다면, 지난해부터는 ‘엄마의 일'을 메인 주제로 콘텐츠를 만들고 포포포 매거진, 위커넥트 등과 이런저런 협업을 해왔어요. 두 번째 직장이 있던 성수동 소셜섹터에서 일하고 있는 엄마들을 모아서 런치 모임을 열기도 했고요. 신기하게 뭐든 일을 벌이고 콘텐츠를 통해 알리니까 새로운 인연과 기회가 계속 생기더라고요.


마더티브 이름으로 이런 걸 하기도 했어요. 이것도 정리해야 하는데요...


일과 육아를 어떻게 하면 함께 할 수 있을까, 어떻게 하면 여성들이 엄마가 된 후에도 자신의 일, 사랑하는 가족, 무엇보다 나 자신을 포기하지 않고 살아갈 수 있을까. 고민하다 ‘엄마에게는 연결이 필요하다'는 결론에 다다랐어요.


엄청나고 대단한 롤모델이 아니라
각자의 경험과 정보를 공유하며 서로 지지하고 등 떠밀어줄
동료이자 레퍼런스가 필요하다고요.

내 일을 지키고 싶은 엄마들을 위한 온라인 커뮤니티를 만들기로 한 이유예요. 사이드 프로젝트를 본업을 만들어 보려고요.


@창고살롱


올해 상반기에 에디터 인성 그리고 진저티 프로젝트 혜영님과 함께 ‘창고살롱 프로젝트'라는 이름으로 밤 10시에 ZOOM으로 책과 영화에 대해 이야기하는 모임을 열었는데요. 온라인에서 진심이 통하는 만남이 가능할까? 반신반의했는데 정말 큰 위로와 힘이 되더라고요. 가뜩이나 시공간 제약이 많은 엄마들에게는 온라인 커뮤니티가 오히려 연결의 기회를 확장해줄 수 있다는 생각도 들었고요.


2020년 하반기에(헉, 벌써 9월이네요…) 지속가능한 엄마의 일을 위한 커뮤니티 ‘창고살롱'을 론칭하려 해요. 이번에는 법인도 만들고 정식으로 회사를 세워보려고요. 혼자 하는 건 아니고요(혼자는 못 해요). 공동창업자도 있는데 차차 소개하도록 할게요. 저와는 전혀 다른 배경과 능력을 가지신 분이라 매우 든든합니다.


코로나 때문에 동업자와 거의 대면을 못 하고 있는 웃픈 상황이기는 한데요. 롱디 연애에 버금가는 눈물겨운 비대면 공동 창업 이야기도 브런치 통해서 전할게요.




2.두 권의 책


1)<롤모델보다 레퍼런스>



퇴사 후 첫 미션. 개인과 조직의 건강한 변화를 위한 실험실 ‘진저티 프로젝트’에서 펴내는 책 <롤모델보다 레퍼런스>의 최종 감수와 교정교열을 맡게 됐는데요. 창고살롱을 함께 운영하는 혜영님이 PM으로 6명의 대학생들과 함께 진행한 인터뷰 프로젝트랍니다.


20대 여성 대학생 6명이 자신이 현재 고민하고 있는 주제에 대해 조금 앞서 고민한 선배 여성 12팀을 만나 여성과 일에 대해 진심 어린 대화를 나눴는데요. 30대인 저에게도 인사이트가 정말 많더라고요. 밑줄 긋고 싶은 대목이 가득했어요.


학생들이 인터뷰 준비하면서 저와 후배 강민수 기자가 쓴 <독립하고 싶지만 고립되긴 싫어>를 참고했다고 해서 어깨가 으쓱으쓱 했다는 건 안 비밀입니다(이렇게 훌륭한 책인데 왜 2쇄를 못 찍었을까요…). 이번 주 텀블벅 펀딩이 마감됐는데 무려 531% 펀딩률을 기록했어요. 부담감 팍팍. 마무리 잘하도록 할게요.



2)<내 일을 지키고 싶은 엄마들을 위한 가이드북>



저자로서도 여성의 일에 대한 책을 준비하고 있어요. 마더티브를 함께 꾸려가고 있는 에디터 인성, 엄마의 잠재력에 주목하는 종이잡지 ‘포포포 매거진' 유미님과 함께 ‘마티포포'라는 팀을 결성해 ‘내 일을 지키고 싶은 엄마들을 위한 가이드북'을 만들고 있는데요. 마티포포는 여성가족부에서 후원하는 ‘버터나이프크루’ 2기로  선정돼서 프로젝트 지원금도 받게 됐어요.


육아하면서 월 천 수입, 연봉 1억 성공 신화, 일-육아 다잡은 슈퍼맘


이런 이야기 말고요. 일과 육아 사이에서 분투하고 있는 평범한 엄마들의 이야기를 들어보고 싶었는데요. 다양한 커리어 트랙과 서사를 가진 엄마 10명을 100% 온라인으로 인터뷰하고 있어요.


온라인 인터뷰도 처음에는 가능할까? 했는데 또 가능하더라고요. 벌써 3주째 밤 10시 노트북 앞에서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는데 몸은 넘 피곤한데 치유받는 느낌이에요. 이 멋지고 절절한 이야기를 어떻게 잘 정리할 수 있을지 고민해야겠죠.



3)또 두 권의 책


<un불행배틀>

<포포포 매거진 3호>


참! 두 권의 책에 홍현진 이름으로 필진으로 참여했어요. 이것도 이제야 홍보하다니. 나란 사람 ㅠㅠ 두 권 다 지금 서점에서 만나보실 수 있어요. 코로나에 집콕하면서 짬짬이 읽으면 넘 좋을 거예요.



이렇게 써놓고 보니 일을 참 많이도 벌였구나 싶네요. 9년 동안 다니던 언론사를 퇴사하고 더는 기자라는 이름이 아니라 다른 이름으로 가보지 않은 길을 가고 있는 상황이 가끔은 얼떨떨하기도 해요(벌써 2년이 지났는데 말이에요). 내가 어쩌다 여기까지 왔을까. 잘 가고 있는 걸까. 가끔씩 두렵고 불안하기도 하고요. 그래도 이 시간을 그냥 흘려보내지 않고 계속 회고하고 글로 남기려 해요. 무엇보다 넘 무겁지 않게 자주자주 쓰려는데 쉽지 않네요.


마더티브&창고살롱 소식은 마티 인스타, 개인 소식은 홍밀밀 인스타 통해 보실 수 있어요.

매거진의 이전글 엄마가 날 잘 돌봐야지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