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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홍밀밀 Nov 04. 2020

두 여자 교환일기, 8개월 써봤더니

'엄마로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셀프 회고 인터뷰

안녕하세요. 홍밀밀입니다. 어느덧 브런치 100번째 글이네요. 어떤 글을 쓸까 고민하다가 얼마 전에 마무리했던 주영님과의 교환일기 셀프 회고 인터뷰를 해봤어요. 주영님과 저는 같은 직장 선후배로 만나 '마더티브'라는 매체를 창간하고 책도 함께 냈어요. 참 쿵짝이 잘 맞는 후배이자 동료였는데요. 지난 2월부터 8개월 동안 '엄마로 살아가는 우리들에게'라는 이름으로 교환일기를 함께 썼어요.


더는 같은 직장에 다니지도, 마더티브를 함께 하지도 않는데 무슨 할 말이 그리 많았는지, 함께 쓰는 글은 어떻게 달랐는지, 우리에게 또 어떤 새로운 서사가 생겼는지, 교환일기 뒷이야기를 인터뷰로 풀어봤어요.   



Q.교환일기는 어떻게 쓰게 됐나요?


기획중독자의 흔한 제안


현진 : 겨울 지나고 막 코로나 시작될 때쯤이었어요. 임경선, 요조님이 함께 쓴 <여자로 살아가는 우리들에게>를 보다가 교환일기 써볼까? 생각이 들었어요. 주영님에게 딱 10편씩만 써보자고 꼬셨죠. 그때만 해도 20편은 금세 쓸 거라 생각했는데 8개월 넘게 걸렸네요. 총 21편의 글을 썼어요.


주영 : 지난해 연말에 <여자로 살아가는 우리들에게>를 읽으면서 마음 맞는 동료와 진솔한 교환일기를 써보면 좋은 경험이 되겠다는 생각을 잠깐 해본 적 있었어요. 그런데 일이 바빠 시도할 엄두는 내지 못했는데 마침 현진님이 제안해주셔서 막연한 구상을 실현하게 됐네요. 20편 정도야 금세 쓸 수 있었을 텐데 제가 마감을 자주 늦는 바람에…(민망)


Q.교환일기 써보니 어땠나요?


편지는 카톡으로 배달


현진 : 확실히 혼자 글 쓰는 것과는 달랐어요. 구체적인 독자를 상상하며 글을 쓰게 된달까. 저와 주영님은 잘 맞는 동료였지만 토끼와 거북이처럼 스타일이 정말 다르거든요. 주영님이 어떤 답장을 보낼까 설레면서 글을 기다리는 게 즐거웠어요. 같은 주제에 대해서 이렇게 생각할 수도 있구나 의외성을 발견하는 것도 재밌었고요.  


주영 : 학창 시절 친구에게 편지 쓰듯 끄적이면 되겠지 싶었는데 예상보다 훨씬 어려웠어요. 현진님과는 이미 마더티브에서 활동하며 같이 글을 쓴 적이 있어서 서로의 경험이나 가치관, 문제의식을 조금 알고 있었거든요. 이미 했던 얘기는 또 하지 않으려고 나름 노력했는데 쉽진 않더라고요. 반대로 현진님 교환일기에는 제가 몰랐던 그의 새로운 생각, 진심 등이 담겨 있어 새로웠어요.


Q. 두 사람은 마더티브에서도 함께 글을 썼는데 이번 교환일기 쓸 때는 어떻게 달랐어요?


현진 : 마더티브 시작할 때는 저희 아이가 두 돌 막 지났을 때였어요. 임신, 출산, 집중 육아기를 정통으로 관통한 직후라 엄마가 된다는 것에 대해서 할 이야기가 정말 많았던 것 같아요. 엄마로 사는 게 왜 이렇게 힘들지! 왜 아무도 말 안 해준 거야! 세상에 대한 분노도 컸고요. 아이는 올해 다섯 살이 됐는데요. 여전히 아이를 키우는 게 쉽지는 않지만 몸은 훨씬 편해졌거든요. 엄마라는 이름에 익숙해지기도 했고요. 그때보다는 조금은 시야도 넓어지고 글에 여유도 생긴 것 같아요. 


주영 : 연재명이 ‘엄마로 살아가는 우리들에게’여서 왠지 육아나 교육, 가족 관련 개인사를 해야 할 것 같았는데 자꾸만 다른 얘기를 하게 되더라고요. 직장생활, 인간관계, 꿈, 진로 등… 10편의 일기를 쓰면서 육아 주제는 한두 번밖에 다루지 않은 듯해요.. ‘애 키우는 고민을 털어놔야지’ 하는 강박이 있었는데 어느 순간 이것도 엄마를 둘러싼 스테레오 타입 아닐까 싶더라고요. 엄마로서의 제 삶이 다른 차원에 접어들었다는 뜻이기도 하겠죠.


Q. 본인이 쓴 글 중 어떤 글이 가장 기억에 남아요?


편집기자 출신의 흔한 카톡


현진 : ‘남은 생은 문란하게 살아볼래’요. 기혼여성의 섹스에 대해서 한 번쯤은 써보고 싶었는데 용기가 나지 않았거든요. 저와 주영님이 둘 다 알고 있는 작가인 이성경님이 다른 기혼 여성들과 함께 <당신의 섹스는 평등한가요>라는 책을 출간했는데 너무 재밌는 거예요. 성경님의 용기에 힘을 얻어서 글을 써보기로 했는데 해방감을 느꼈어요.


주영 : ‘퇴사하지 않는 것, 그게 제가 선택한 길이에요’ 같아요. 저는 별명이 시작천재일 정도로 다양한 경험을 시도한 뒤 금세 접어버리는 습성이 있는데, 이상하게 회사는 줄곧 한 군데만 다니고 있어요. 도대체 왜 그럴까 늘 제 자신이 궁금했는데, 현진님에게 편지를 쓰는 순간 갑자기 신내림을 받은 듯한 깨달음이 찾아왔어요(ㅎㅎ). 이 회사 다니면서 이미 만족할 만큼 나름의 다채로운 경험을 하고 있기에 계속 다니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사실을 말이죠. 그런 생각을 구체화해 쓴 글이었어요. 제 진심을 다 털어놔 후련했던 기억이에요.


Q. 어떤 글이 가장 쓰기 힘들었나요?


현진 : 'n번방 세상에서 아들을 키운다는 것' n번방 사건 기사를 보고 너무 화가 나서 썼는데 쓰는 과정도 쉽지 않았고 쓰고 나서도 아쉬움이 많이 남아요. 마지막 편지인 ‘엄마가 말하는 성공은 이번 생엔 어렵겠지만’도 일주일 내내 붙들고 고치고 또 고치고 했어요. 전반적으로 편지에 ‘일’에 대한 고민이 많았는데요. 이 매거진을 쓰는 동안 저는 결국 퇴사를 했거든요. 그 과정이 쉽지 않았고 퇴사 후에도 어떻게 살아야 할까, 일과 나의 관계를 어떻게 설정해야 할까 고민이 많아서 글로 정리하는 게 어려웠던 것 같아요.  


주영 : ‘섹스를 해야 부부인가요?’예요. 부부의 성생활이라는 게 은밀한 사생활이기도 하고, 쌍방의 이야기이기도 하기에 쓰면서 매우 조심스러웠고, 무척 자기 검열을 했어요. 지금도 이 글을 잘 못 보겠어요. 괜히 민망하고 쑥스럽고 그래요. 여전히 성 영역에서 해방을 이루지 못했나 봐요(흑흑).


Q. 각자의 글 중에서 가장 좋았던 글을 꼽는다면?


현진 : ‘퇴사하지 않는 것, 그게 제가 선택한 길이에요’를 읽으면서 주영님이 이런 마음으로 일하고 있구나, 알게 됐어요. 답장에도 썼지만 제가 다른 사람의 일을 너무 납작하게 바라봤구나 반성하게 되더라고요. 일이라는 게 여러 의미가 있을 수 있고, 각자 일하는 태도가 다를 수 있는 건데 너무 자기중심적이었다는 생각이 들었죠.

 

주영 : ‘더는 서울에서 도망치고 싶지 않아’예요. 현진님을 8년간 알아왔지만 이런 고민 과정을 겪어왔다는 걸 전혀 몰랐었기에 신선했어요. 아무렇지 않게 네이티브처럼 서울말을 쓰는 현진님이 가끔 엄마와 통화하며 부산 사투리를 쓸 때는 바이링구얼 같아서 신기하기만 했는데, 막상 이면의 맥락을 알고 나니 위로를 건네고 싶었어요. ‘서울과 부산, 그 사이 어딘가’라는 현재의 고민 역시 뻔하고 당위적이지 않아 좋았던 글이에요.


Q. 일기 주제는 어떻게 정했어요?


현진 : 다양한 주제를 다루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주영님과 수시로 카톡 하면서 이거 써볼까? 저거 써볼까? 던졌어요. 이거 써보자! 했다가 막상 쓰다 보니 잘 안 써져서 주제를 바꾸는 경우도 있었고, 그즈음에 이야기 나누고 싶은 주제가 있으면 불쑥 꺼내기도 했고요. 시어머니에 대한 이야기는 쓰기로 했다가 둘 다 마음의 준비가 아직 되지 않아서 결국 완성하지 못 했어요.


주영 : 그때그때의 고민을 다루는 편이었어요. 주식을 시작했으면 주식에 대해 쓰고, 동백나무를 키우면 원예에 대해 쓰는 식이었죠. 또한 쓰기 전에는 막연히 이런 걸 써봐야지 하고 혼자 정했다가 현진님의 편지를 읽고 나서 주제를 확 바꿔버리는 경우가 많았어요. 글을 쓰다가 진짜 하고 싶은 말이 떠올라 다 지우고 다시 쓴 경우도 몇 번 있었고요. 즉흥의 끝판왕이었네요.


Q. 교환일기를 끝내는 소회?


현진 : 누군가 그러더라고요. 왜 교환일기를 공개적으로 쓰냐고요. 엄마이자 여자이자 나로서 살아가면서 일에 대해, 육아에 대해, 삶에 대해 고민하는 게 저희 둘만은 아닐 거라고 생각했어요. 저희 둘의 이야기가 저희와 비슷한 고민을 하고 있는 여성들에게도 가닿기를 바랐어요. 어쩌다 보니 교환일기가 코로나 연대기가 되어버렸는데요. 무사히 마무리해서 기쁩니다. 그리고 시작천재 주영님이 새롭게 시작한 유튜브가 궁금해요.


주영 : 누군가 제게 묻더라고요. 현진님과 마더티브에서 쓴 글로 까지 냈는데 또 할 말이 있냐고요. 저도 10년 전 드라마 재방송하듯 이전 글을 ctrl+v, ctrl+v 하기만 할 줄 알았는데 의외로 새로운 이야깃거리가 많았어요. 그건 우리 둘 다 다른 배경 속에서 각자답게 성장하고 있기 때문일 거예요. 계속 나답게 살아간다면 현진님과 앞으로도 재밌는 대화를 많이 나눌 수 있을 것 같아요. 다음에 또 다른 작당(?)에 초대받길 기다릴게요. 일단 당분간은 유튜브를 할게요. 제가 과연 언제까지 할지 참 궁금해요.


일단 유튜브 계정도 만들었고, 영상도 하나 올렸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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