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키운 여자들> 출간 계약했습니다
안녕하세요. 홍밀밀입니다. 뒤늦게 소식을 알려요. <나를 키운 여자들> 출간 계약했습니다. 오마이뉴스와 브런치에 연재하고 있는 ‘나를 키운 여자들’ 원고와 이전에 브런치에 게재했던 영화 에세이를 책으로 엮을 예정이에요.
그동안 브런치를 통해 여러 차례 단독 에세이집을 향한 야욕(!)을 드러냈는데요. 지난 5월 초에 계약서에 사인하고 계약금으로 선인세도 받았습니다. 오랫동안 기다려왔던 출간 계약이라 계약만 하면 바로 알려야지, 했는데 막상 글을 쓰려하면 어쩐지 멋쩍기도 하고 자꾸만 미루게 되더라고요.
그러다 정시우 작가가 쓴 <배우의 방>이라는 인터뷰집에서 박정민 배우의 이야기를 읽는데 무릎을 탁 쳤어요.
“감정을 표현하는 순간 일을 망칠 거라는 징크스 같은 것도 어렸을 때 가지고 있었어요. 시험을 잘 봐서 너무 좋아하면 다음 시험은 망칠 것 같다든지 하는 것들요.” -배우 박정민
저도 그렇거든요. 왠지 좋은 일이 생겨도 그걸 알리면 안 좋은 일이 일어날 것만 같은 불안감.
여기에 그동안 브런치에서 누군가의 출간 계약 소식을 볼 때마다 100% 순수한 마음으로 축하하지 못했던 과거의 저도 겹쳐졌어요. 부럽고 질투 나고 나한테는 언제쯤 기회가 올까 싶고, 그러면서도 이런 지질한 마음을 숨기고 싶고요. 저의 출간 계약 소식도 혹시 누군가에게 그런 마음이 들게 만들면 어쩌지 하는 생각 때문에 망설여졌던 것도 있었어요(네... 관종입니다...). 그러다 감사하게도 다른 출판사에서도 출간 문의를 해주신 것을 보고(제게도 이런 일이!) 이제는 알려얄 것 같아서 브런치에 소식 전해요.
아이를 낳고 본격적으로 브런치에 공적 에세이를 쓰기 시작한 지 5년 정도 됐어요. 그사이 ‘마더티브’ 브런치 매거진에 동료들과 함께 쓴 글이 <엄마는 누가 돌봐주죠>라는 에세이집으로 출간되기는 했지만 단독 에세이집을 낼 기회는 잘 오지 않더라고요. 몇 차례 출간 문의가 왔다가도 계약으로 이어지지 못했고요. 그때마다 ‘내 글은 출판사에서 돈을 들여 책으로 엮어낼 만큼 특별한 글이 아닌 걸까’라는 자기혐오에 빠지기도 했어요.
어느 순간 책 쓰기를 향한 욕망이 글쓰기를 압도했어요. ‘책도 안 될 글인데 왜 쓰나’ 싶더라고요. 그때 ‘나는 왜 글을 쓰는가’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했어요. 내 이름으로 된 책이라는 게 나오면 물론 좋겠지만 내게는 글을 쓴다는 것 자체가 큰 의미인데 책 때문에 글쓰기의 즐거움을 잃고 싶지 않더라고요. 글을 왜 쓰는가가 명확해지자 책에 대한 집착을 조금은 내려놓을 수 있었어요.
그러다 지난해 <오마이뉴스>에 ‘나를 키우는 여자들’ 연재를 시작하면서 만약 이번에도 출간 제안을 받지 못하면 연재가 끝난 후 직접 투고를 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책에 대한 미련 때문에 다른 작가들의 에세이를 보면서 충분히 감탄하지 못하는 제 자신을 자꾸 발견했거든요.
미련이라는 게 사람 마음을 뒤틀리게 만들더라고요. 좋은 글을 읽으면서 영감을 얻는 것 역시 제 삶의 귀한 즐거움 중 하나인데 못난 미련 때문에 순수한 즐거움을 빼앗기고 싶지 않았어요. 글이 꼭 책이 되지 않아도 괜찮지만 그래도 기회를 기다리기만 하는 게 아니라 직접 기회를 만들어보자 싶었죠.
다행히 연재가 끝나기 전에 ‘나를 키운 여자들’ 원고를 아껴주는 출판사를 만났고 계약을 했습니다. 처음 출판사 대표님(이자 편집자님)을 만났을 때 아주 오랫동안 알고 지낸 친구와 대화 나누는 것처럼 편했던 기억이 나요. 아직 작업 초반이기는 하지만 편집자님과 메일을 주고받을 때마다 가슴이 벅찹니다. 혼자 끙끙대며 붙들고 있던 원고를 정성껏 읽어주고 진심 어린 피드백을 해주는 누군가가 있다는 게 감개무량하달까요. 제게도 이런 날이 오는구나 싶다가 또 너무 좋아하면 안 될 것 같기도 하고요.
<나를 키운 여자들>은 이제 4회 정도 연재가 남았고요. 이전에 썼던 원고들은 톤이 달라서 대부분 리라이팅 해야 하는데… 아직 본격적으로 시동을 걸지는 못하고 있어요. 너무 잘하고 싶은 마음부터 내려놔야 할 것 같기도 해요.
아무튼 결론은, 모든 게 브런치 구독자님들 덕분입니다. 감사합니다. 계속 열심히 꾸준히 써볼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