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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홍밀밀 Aug 01. 2022

90년대생 귀농 부부와의 인터뷰

실패를 조롱하지 않는 문화

퇴사 후 귀농한 90년대생 부부를 만났다. 전북 완주에서 직장 생활을 하다 만났다는 부부는 경기도 여주로 이사해 방울토마토 스마트팜을 짓고 있었다.


인터뷰를 하기 전 질문지를 만들며 마음 깊숙한 곳 내 안의 꼰대가 꿈틀댔다.


-직장을 더 다녀봐야겠다는 생각은 없었는지

-부부 둘 다 귀농하는 게 아니라 한 명은 안정적으로 직장에 다니는 방법은 없었는지

-사업 자금은 어떻게 마련했는지

-스마트팜 공사 과정에서 어려움은 없는지

-양가 부모님 반응은 어땠는지

-마을 주민 텃세는 없었는지


걱정으로 가득 찬 질문이 무색할 정도로 부부의 얼굴은 밝고 해맑았다. 그리 크게 고민하지 않았다고, 어차피 걱정한다고 답이 나오는 것도 아닌데 일단 부딪쳐 보자는 생각이었다고. 처음부터 끝까지 두 사람이 함께 하나하나 헤쳐나가는 지금이 회사 다닐 때보다 훨씬 행복하다고, 부부는 테이블 아래로 손을 꼭 붙잡고 말했다.


“어차피 고민 많이 한다고 답이 나오는 게 아니잖아요. 일단은 해보자 싶었죠. 부딪쳐 봐야 알 것 같더라고요. 그래서 저희가 젊은 나이에 시작한 것도 있고요.”


4년 전, 첫 퇴사를 할 때 들었던 말이 떠올랐다. 너는 아직 젊으니까, 너는 애가 하나니까, 너는 남편이 안정적으로 버니까, 너는 책도 두 권이나 냈으니까.


사람들이 덧붙이는 모든 이유에도 불구하고 퇴사는 결코 쉬운 결정이 아니었다. 퇴사를 결심하고 환송회를 하던 날, 나는 아이처럼 엉엉 울었다. 너무 무서워서. 퇴사를 하면 내가 아무것도 아니게 될 것 같아서.


생각해 보면 그때 사람들이 했던 말들은 내가 퇴사할 수 있었던 이유가 아니라 본인들이 퇴사할 수 없는 이유일 뿐이었다. 내가 부부에게 했던 질문이 나의 불안을 고스란히 담고 있는 것처럼 말이다.


웃는 모습이 닮았던 부부 @평생학습e음


부부에게 귀농은 낭만이 아닌 현실이었다. 일을 할수록 회사 일은 내 일이 될 수 없다고 생각했다는 부부는 창업 아이템으로 농업, 그중에서도 스마트팜을 택했다. 자녀 계획이 있다는 부부에게, 농업은 나중에 아이가 태어났을 때 부부가 함께 아이를 키우면서도 할 수 있을 것 같은 일이기도 했다. 아이를 갖기 전부터 부부가 함께 일-육아 양립을 구체적으로 고민하는 모습이라니. 어느새 내 안의 꼰대는 자취를 감춰버렸다. 1년간 창고살롱을 운영하며 자주 했던 말, ‘레퍼런스에는 나이도 연차도 없다’를 다시 깨닫는 시간이었다.


인터뷰를 마치며 부부에게 사회가 정답이라고 정해놓은 경로를 벗어나 도전하는 삶을 위해 필요한 것은 무엇인지 물었다. 또 한 번 물개 박수를 칠 수밖에 없는 답변이 돌아왔다.


“개인적으로는 ‘안 돼도 괜찮아’라는 마인드가 필요할 것 같고요. 사회적으로도 실패에 대해 조롱하지 않는 문화가 자리 잡으면 좋겠어요. 주변에서 뭔가 새로운 것을 한다고 하면 ‘그거 왜 해, 망하면 어떡해’라고 하고 잘 안 되면 ‘잘 안 될 줄 알았어’라고 하더라고요.”


첫 퇴사를 한 지 4년, 그 사이 나는 두 번 더 퇴사를 했지만 놀랍게도 그리 큰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삶은 커다란 결정만으로 바뀌지 않으며, 수많은 결로 이루어진 삶에 실패와 성공이라는 이름표를 붙이는 것 자체가 얼마나 무의미한 일인지 알게 됐을 뿐이다.


인터뷰 전문은 아래에서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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