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닝, 카페인, 다이어리

2025년 제일 잘한 일

by 홍밀밀

올해 가장 잘한 일을 꼽자면, 운동을 꾸준히 한 것이다. 2024년을 마무리하며 2025년 새해 계획에 ‘주3회 운동’을 쓰면서 가능할까 싶었는데, 1년 내내 주2회 요가와 주1회 PT를 했고 늦가을부터는 주2회 달리기도 하고 있다. 30분 연속 달리기도 어려웠던 내가 10km를 달릴 수 있다니! 작년에는 상상도 못했던 일이다.


F06247AE-0CCE-4F4D-8BD4-39372C0D0597_1_105_c.jpeg 처음으로 10km를 달렸던 밤 @홍밀밀


-생각해 보니 카페인을 안 마신 것도 1년이 넘었고(디카페인 커피만 하루 한 잔 마신다), 그 좋아하던 술도 아주 특별할 때가 아니면 거의 안 마신다. 연말이 되면서 많이 흐트러지기는 했지만 식단도 클린하게 먹기 위해 노력했다.


-누군가는 물었다. 대체 무슨 재미로 사냐고.


-생각이 너무 많은 게 문제라는 생각을 자주 하는 나는, 가끔은 나의 몸 대부분이 머리로만 구성된 것처럼 느껴진다. 이미 끝나버린 일을 계속 곱씹으며 후회를 반복하거나, 일어나지도 않은 일을 시뮬레이션하면서 최악의 상황을 가정하다 보면 불안이 눈덩이처럼 불어나 아무것도 할 수 없을 것 같았다. 끝없이 가라앉아 헤어 나올 수 없을 것 같은 느낌.


-그럴 때 몸을 움직이고 땀을 흘리면 머릿속이 단순해지면서 그저 눈앞에 있는 일, 내가 통제할 수 있는 일에 집중할 수 있게 된다. 내가 만들어놓은 절망의 수렁에서 빠져나갈 수 있는 힘이 생긴달까. 이미 지나버린 과거, 다가오지 않은 미래에 질식 당하는 것이 아니라 몸을 움직이는 것만큼 눈앞에 쌓이는 것만을 믿게 된다. 그러니까 운동과 먹거리를 신경 쓰는 것은 내게 재미의 영역이 아니라 실존의 문제에 가까웠다. 하루를 생기있게 살아가기 위해 꼭 필요한 것.


7F2D17A1-3012-489C-A773-163E13D28C99_1_105_c.jpeg 다이어리를 처음부터 끝까지 다 써본 것도 처음이었다@홍밀밀


-또 하나 집중했던 것은 손으로 하는 기록이다. 평생 스케쥴러 없이 살아오던 내가 올해는 데일리/위클리 두 개의 다이어리를 썼다. 데일리 다이어리에는 매일 아침 일어나 일기를 쓰면서 나를 괴롭고 힘들게 만드는 것에 대해 솔직하게 기록했다. 부정적 감정을 회피하는 것이 아니라 내 마음을 수용하려 했다. 이어지는 말은 늘 같았다. ‘조급해 하지마’, ‘차분하게 하나씩 해보자’, ‘일단 해보면 돼’. 어쩌면 나는 일기를 쓰면서 이미 알고 있는 답을 매번 새롭게 확인하는지도 모른다.


-위클리 다이어리에는 업무에 필요한 일들을 잘게 쪼개서 하나씩 완료할 때마다 칭찬 스티커 붙여주듯이 형광펜으로 색칠했다. 일을 하나의 덩어리로 보는 것이 아니라, 손에 잡히는 구체적 실체로 대했을 때 막막함이 줄어들고 성취감을 자주 느낄 수 있었다(도파민 중독 ㅎㅎㅎ). 혼자 일하는 프리랜서는 스스로가 채찍질도 하고 당근도 주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 일기장이 그 역할을 해줬다.


-학창 시절 체력장에서 제일 잘했던 것은 철봉에 오래 매달리기였다. 단시간에 악으로 깡으로 해내는 것은 자신 있었지만 문제는 지구력이었다. 루틴을 만들어서 뭔가를 꾸준히 하는 것은 생각만 해도 지루하고 재미없었다. 금세 싫증을 내고 ‘안 할 이유’를 찾았다. 그럴수록 나는 현실에 발을 붙이지 못하는 사람이 되어갔다. 머리만 지나치게 큰 사람이.


-이제는 안다. 단정하고 지루한 반복만이 나를 살릴 수 있다는 것을. 내년에도 너무 많이 생각하지 않고 ‘그냥’ 하고, ‘계속’ 하는 사람이 되고 싶다. ’나는 아직 부족해‘, ’조금 더 준비가 되면‘이라는 생각을 버리고, 가볍게 움직이고 마음껏 시도하는 사람이 되고 싶다. 이제는 나를 편하게 데리고 사는 방법이 무엇인지 조금은 알 것도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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