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홍난영 Sep 14. 2021

유기동물의 세계에 들어가다

제주동물보호센터에 자원봉사를 가다. 시작은 밥그릇 씻기부터.

생애 첫 봉사. 나는 누군가를 위해 봉사를 한 적이 없다. 마흔이 훌쩍 넘어서야 유기견을 위한 봉사를 하게 되었다. 바로 제제 덕분에. 그 추운 겨울을 보호센터에서 보내게 했던 제제에 대한 미안함 때문에. 


이유야 어쨌든 나란 인간도 봉사를 해보는구나, 하는 이상한(?) 마음을 가지고 보호센터에 갔다. 



준비되어 있던 장화를 신고, 마스크를 하고, 장갑을 끼고, 방진복을 입고. 이때는 2018년 봄이었으니 코로나19와 아무런 상관이 없던 날들이었다. 


우리에게 주어진 일은 3개월 미만 아이들이 전날 먹었던 밥그릇, 물그릇을 설거지하는 일이었다. 그것만 해도 1~2시간이 훅 지나갔다. 물론 미숙했기에 조금 더 시간이 걸렸을 것이다. 우리가 설거지를 하는 동안 직원 분들은 각 견사의 청소를 했다. 설거지를 마친 후엔 각 견사의 아이들을 만날 수 있었다. 예뻐도 해주고, 그 사이 배변활동을 하는 아이들의 뒤처리를 해주었다. 이른바 똥줍. 


초보는 여기까지다. 아이들 목욕을 시키거나 미용을 하는 건 '전문 봉사자'가 했다. 지금은 전문 봉사자 제도가 없어졌지만 그때만 해도 꾸준히 나오는 전문 봉사자가 있었다. 


우리는 매일은 못 가지만 적어도 일주일에 한 번은 가자고 결심했고 첫 봉사 날 이후로 마트에 가서 개인 장화를 구입했다. 내 발에 맞는 게 빨간색밖에 없어 아쉬웠지만. 



혹시 몰라 미리 말해본다. 지금은 보호센터 규칙이 많이 바뀌었고, 견사의 모습도, 보호센터 전체적인 모습도 많이 바뀌었다. 보다 체계적이 되었다. 이 글은 2018년 봉사할 때를 떠올리며 쓰는 글임을 밝히니 오해가 없었으면 한다. 


초보 봉사자로서 이것저것 많이 배우게 되었다. 똥 치우고, 설거지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남는 시간에 아이들과 교감을 하는 것도 무척 중요한 일임을 깨달았다. 그 과정에서 아이들이 사람들을 친숙하게 여길 수 있고, 그래야 입양을 가더라도 사람과 조금이라도 더 잘 지낼 수 있다. 


전문 봉사자로부터 이런저런 이야기도 많이 들었고, 국내에 입양을 가지 못하는 경우 해외로 입양을 보내기도 한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내가 전혀 몰랐던 유기견의 세계에 입문하는 순간이었다. 



이 아이들을 위해 무엇을 할 수 있을까를 고민하다 아이들에게 이름을 붙여주고 사진을 찍기 시작했다. 사진을 찍으려면 아이와 만나 교감을 나눠야 하는데 내 입장에선 그게 이름을 불러주는 거였다. 어쩌면 그 아이에게 도움이 될 수도 있을 거라 생각했다. 


억지로 특정한 샷을 찍으려 하지 않고 가만히 지켜보면서 순간을 포착해 사진을 찍었다. 그렇게 찍은 사진은 개인 인스타에 올렸다. 



잘 찍은 사진은 아니었지만 꾸준히 찍어 올렸고, 꼭 내가 올린 사진 때문만은 아니었지만 하나, 둘 입양을 가는 모습을 보고 내심 기뻤다. 


하지만 자원봉사자가 봉사하는 곳은 주로 '소형 견사'이고, 소형 견사이기 때문에 아이들이 비교적 입양을 잘 간 거라는 것도 알게 되었다. 물론 소형 견사의 아이들도 입양이 되지 못하면 별이 된다. 적응하지 못하고 자연사하는 아이도 있고, 아파서 별이 되는 경우도 있다. 실제로 내 눈앞에서 마지막 숨을 쉬고 별이 된 아이도 있었다. 


내가 이 아이들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이 뭐가 더 있을까. 그걸 고민하기 시작했다. 

작가의 이전글 유기견을 입양하고 인생이 바뀌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