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권의 행방을 찾다
아직 해가 길어서 환하게 비추이는 저녁에 최금란은 김부동과 함께 마을 주변을 걸었다.
혹시 남편이 길을 지나가다가 우연히 뭔가를 보고 기억을 찾는데 도움이 될 것 같아서였다.
그렇게 한 시간을 걸어 다니는 동안 마을 사람들 몇 명을 만나서 인사를 하게 되었다.
"마을 회장님, 안녕하세요. 저희 남편이 퇴원했어요."
"아이고, 김 씨 이렇게 다시 만나게 되어서 반가워요..."
"아직, 사람을 기억하지 못해서 알아보지 못할 거예요"
"그래요, 차츰 기억날 거예요... 그나저나 마침 오셨으니, 얘기를 드리는 것인데... 이제 이 마을 철거하는 기간이 한 달 하고 보름 앞으로 다가왔어요...
집을 허물게 되면 어디 갈 곳이라도 미리 알아봐 두셔야 할 것 같아요"
그렇게 최금란은 김부동의 손을 잡고 마을 회관 안으로 들어갔다. 김부동은 의자에 앉아 있었고 창문 쪽을 보고 있었다. 최금란은 마을 회장에게 다시 말을 하기 시작했다.
"그래요? 남편 상태가 이래서 정말 난처하네요..."
"내가 전에 김 씨한테 얘기한 것은 아파트 시행업체와 공무원들이 다녀갔었는데, 철거 후 한 달 뒤에나 보상금을 받게 된다고 전해줬고, 김 씨는 그렇게 되면 돈을 못 받을 상황도 생길 수 있다고 하더군요"
"저희 남편이 그렇게 말했어요? 그런데 이 상황에서 어떻게 해야 할지..."
"다른 주민들은 일단 다른 곳에 이사를 하기 위해서 보증금과 월세가 적은 곳에 한 달 단기로 들어가기로 한 사람도 있고, 친척집으로 들어가기로 한 사람도 있다고 합니다."
"네, 알겠습니다. 저도 생각을 해 봐야겠네요"
최금란은 다시 김부동을 데리고 집을 향해 걸어갔다.
그 뒷모습을 누군가 쳐다보고 있었다. 그것은 다름 아닌 황철수이다.
황철수는 혼잣말로 말했다. "아니 저렇게 아무도 기억을 못 하고 있으면, 내가 알려준 로또 1등 소식도 전혀 기억 못 하는 거 아니야? 이러다가 저 친구 기억을 계속 못하면, 복권 1등 금액은 날아갈 텐데... 어떻게 하지?"
그날 밤 황철수는 일을 마치고 집에 들어와서 바닥에 누워서 곰곰이 생각했다.
혼잣말로 말했다.
"1등 복권 당첨금이 350억 원인데... 부동이가 어디에 복권을 두었을지 궁금하네... 350억이 도대체 얼마야... 여기 마을 사람들 보상금 100명에게 주는 돈인데... 아니, 세금을 제외한다고 해도 한 100억은 받을 텐데..."
"아니야, 내가 지금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거야..."
그렇게 황철수는 로또 당첨금 액수와 김부동이가 구입한 복권의 행방이 자꾸 궁금해졌다.
"김부동이가 쓰러진 날과 내가 복권 1등 담청문자를 보내준 날이 갔았단 말이지... 그런데 쓰러져서 119 구급차에 실려서 갔고, 깨어나보니 기억이 없다... 그럼 여태껏 김부동의 1등 복권당첨 소식을 가족들은 아마도 전혀 모르겠네... 오호라... 그럼 저 김부동의 집 안 어딘가에 복권이 있다는 것인데..."
황철수는 차츰차츰 김부동이의 로또 종이 행방에 궁금해졌고, 탐욕이 생기기 시작했다.
마을을 돌고 다시 집에 돌아온 최금란은 김부동과 마루에 걸터앉았다.
"여보, 저기 별 보여요? 항상 당신이 쳐다보던 별이에요... 당신 누나와 어머니가 저 별이라고 했어요"
김부동은 멀뚱히 밤하늘을 쳐다보고 있었다.
"내가 시집와서 40년 만에 당신과 미국 여행도 다 가보게 되고... 두 명의 아이들이 잘 커서 결혼하고 손주들과 함께 미국에 구경까지 다녀오게 될 줄은 몰랐네요." 최금란은 안 보이던 눈물을 흘렸다.
김부동은 계속 하늘만 쳐다보고 있었다.
다음 날,
황철수는 가게에 들러서 바카스 하나를 구입해서 김부동의 집에 갔다.
"저, 안녕하세요. 재수 씨... 저 황철수입니다."
"아, 네... 들어오세요"
대문을 열고 황철수가 김부동 집에 들어왔다.
"지난번 병원에 방문했을 때 아무것도 갖고 가지 않았던 터라 이렇게 박카스 하나 갖고 왔어요"
"아이고 뭘 이런 것까지... 혹시 뭐 커피라도 한잔 드릴까요?"
"아니요, 저 괜찮아요. 남편 부동 씨의 상태는 좀 어떤가요?"
"그때와 같아요. 계속 나아지고 있기를 바랄 뿐이죠"
"그나저나 남편분이 어떻게 쓰러졌나요?"
"네, 병원에서는 뱀에 물려서 쓰러진 것이라고 하였는데, 쓰러진 찬 바닥에 오래 누워서 있어서 의식을 잃었던 것이라고 하더라고요..."
"밖에서 쓰러지신 것이군요..."
"네, 맞아요..."
"아, 그나저나 마을 철수 일자가 다가오는데, 어떻게 옮길 곳은 찾으셨어요?"
"아니요, 아직... 저희 남편 상태가 이러다 보니, 아무것도 못하고 있네요"
"네, 그러시겠어요... 김부동 씨 곧 기억 찾을거애요. 너무 걱정 마세요"
"네 감사합니다."
그렇게 얘기를 마치고 황철수는 집 밖으로 나왔다.
"뭐야, 저 친구가 뱀에 물려서 쓰러진 것이라고?" 혼잣말로 중얼거리면서 집으로 갔다.
집에 돌아완 황철수는 오늘 가게 문을 열 생각은 하지 않고 바닥에 누워서 천장을 바라보고 있었다.
"궁궐 같은 저택에서 비싼 자동차에 그 뭐냐 풀장이 있는 집에서 하인들에게 일 시키면서 살 수 있는데... 그런데, 도대체 그 복권은 어디에 있는 걸까?"
"보상금 지급하려면 아직 멀었고, 그전에 집을 비워줘야 하는데, 나도 여기를 떠나야 하고... 그럼 어떻게 복권을 찾지? 고민되네... 분명히 저 집 안 어딘가에 있을 텐데..."
그리고...
연재소설 '운수 터져버린 날(제22화)'가 이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