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가 살아있다.
송태희 차장은 무대인사를 마치고 나온 뒤에 카프리스 멤버와 모든 공연을 위해 참여한 스태프들에게 수고했다고 말했다. 그리고 2천 명이 넘는 관객들이 하나, 둘씩 공연장을 빠져나가고 있었다.
지수는 엄마와 혜성이를 찾기 시작했다. 윤서도 아빠 현수를 찾기 시작했다.
5분 정도가 지났을 때, 지수와 윤서는 공연장 한 복도에서 지혜와 현수가 앉아서 얘기하는 모습을 보았다.
그리고 그 옆에 있는 벤치에서 차지훈과 혜성이 앉아서 얘기하는 모습도 본 것이다.
모든 일에는 원인과 결과가 있었다. 지수는 갑자기 20년 전의 일이 생각났다.
// 엄마와 아빠가 사랑하면 나와 내 동생이 태어난다는 것을 알았을 때가 있었다. 엄마는 나한테 말했다. "엄마와 아빠가 손을 꼭 잡고 자고 났더니, 너희들이 생긴 거야. 그래서 손을 아무나 잡고 같이 자면 안 돼..."
15년 전에 지수가 엄마한테 자신과 동생이 태어난 것에 대한 원인을 물어봤을 때, 엄마인 지혜가 대답해 준 것이다. 그런데 지혜는 아빠가 그렇게 쌍둥이를 태어나게 한 뒤에 사고로 죽었다고 한 것이다. //
그리고 그 이후 15년이 지난 지금 나와 내 동생이 태어나도록 해준 그가 바로 지금 살아있었다. 아빠가 살아있다. 나 지수의 아빠, 그리고 쌍둥이 동생 혜성이의 아빠가 살아있었다. 그런데 더 놀랄 것은 나와 혜성이의 아빠가 다름 아닌 윤서의 아빠였다고 한다. 그리고 이제는 현실을 받아들여야 한다.
그리고 지금 바로 10미터도 안 되는 거리에서 엄마와 같이 앉아 있었다.
지수는 저렇게 두면 오늘 아직 추운 비엔나 공기 속에 감기가 걸릴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안 되겠다, 두 분에게 빨리 말하고 호텔이든 어디든 이동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지수가 지혜에게 다가가서 말을 건넸다. "엄마, 그리고,... 엄마의 남자친구이신 아저씨...", "실은 두 분 사이를 이미 알고 있었어요,... 우선 미리 말하지 않은 것 죄송해요."
"아저씨 딸인 윤서와 모데라토 제과점에 들렸을 때, 두 분이 자전거 여행을 하면서 다정히 찍었던 사진을 보았어요" 그리고 손목에 차고 있는 팔찌를 가리키면서 말했다. "두 분이 손목에 차고 있는 팔찌도...", "제가 공연하기 전에 두 분이 재회하도록 공연좌석 번호를 붙여놓고 팔찌도 엄마한테 드린 거예요", "그래야 20년이 지난 지금 두 분이 확실히 서로를 알아보실 것 같아서요.", "지금 날씨가 추워져서 이동해야 하지 않을까..."
윤서가 다가와서 말을 했다. 지수와 비슷하게 말을 시작했다. "아빠, 그리고 아빠 여자친구이셨던 아줌마...", "실은 두 분이 만나면 어떻게 해야 하나 많이 걱정을 했어요.", "저를 나아주신 엄마가 있고, 아직 그 엄마를 사랑하고 있으니까요.", "하지만 몇 년 동안 아빠가 아줌마를 잊지 못해서 힘들어하는 모습을 보면서 한 번은 두 분이 만날 수 있도록 해야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아줌마, 저희 아빠가 아줌마를 잊지 못해서 실은 저희 엄마와 사이가 안 좋아졌거든요.", "그래서 그런 모습 보지 않으려고 저와 여동생은 비엔나를 떠났어요."
그리고 윤서는 계속 말을 이어갔다. "하지만, 오히려 잘 된 것 같아요... 이제라도 지수선배와 혜성이에게 아빠가 살아있었다는 것을 알게 해 줘서요.", "그리고 아빠가 이제 다시 행복했으면 해요."
지수와 윤서의 말을 듣고 있던 지혜와 현수는 눈물을 흘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지혜와 현수 둘은 자식들에게 정말 그동안 어떤 잘못을 하고 있던 것인지 미안한 생각이 든 것이다.
"날씨가 추워지는데, 다들 안 가시려나?" 송태희 차장과 심철수 평론가가 이렇게 지혜, 현수, 지수, 윤서가 서로 모여서 얘기하는 모습을 보고서 그냥 자리를 비켜주기로 하였다, 먼저 호텔로 돌아가기로 한 것이다.
그렇게 10분 정도가 지났을 때, 차지훈이 지혜와 현수에게 다가와서 말을 했다.
"지혜 씨, 20년 전에 미술 작품 아르바이트로 황제국 사장이 운영하는 카페에 들렀던 것 기억하시나요?"
지혜가 차지훈의 얼굴을 보고서 기억이 났던 것이다. "아, 지훈 씨. 기억나요,... 어떻게 여기에서..."
차지훈은 대답했다. "실은 제 아들이 여기 혜성이와 같은 학교 회화과에서 공부하고 있고 둘이 절친이라고 지수 학생이 제게 알려줬어요, 그렇게 된 후에 오늘 이런 자리를 만들어주더군요. 좀 전까지 제 아들 녀석의 한국 생활 소식을 전부 듣게 되었습니다. 쌍둥이 남매를 정말 훌륭하게 키우셨더라고요. 감사합니다."
그리고 이어서 말을 했다. "저녁 날씨가 점점 추워지는데 괜찮으시면, 혜성이가 머무는 호텔로 제 차로 모셔다 드릴게요, 이미 차량은 모두 떠났기 때문에 제 차로 이동하시는 것이 편하실 거예요.", "그리고 현수 씨의 상처가 아직 있는 것을 보니까, 다치셨나 보던데, 저와 혜성이가 부축을 좀 해 드릴게요..."
그렇게 지수와 윤서, 혜성이 그리고 지혜, 현수, 지훈 이렇게 모두 6명이 차량에 올라타고 호텔로 이동했다.
호텔에 도착한 시간은 저녁 8시가 되었고, 이들 모두는 저녁식사를 하지 못해서 배가 많이 고팠던 상황이다.
송태희 차장은 지수에게 문자를 보냈다. "지수 씨, 저희는 먼저 호텔로 와서 식사를 해결했어요, 부모님과 다른 분들이 호텔에 도착하시면 편하게 주문해서 식사하세요, 오늘 공연 정말 최고였습니다. 그럼 이만..."
지수는 호텔에 도착한 지혜, 현수를 포함하여 일행들에게 호텔에서 식사를 같이 하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리고 호텔에 VIP식당으로 이동했다. 그리고 지수와 혜성이가 먼저 식사를 마치고 객실로 올라갔다.
윤서가 아빠한테 물어봤다. "아빠, 그런데 어디서 그렇게 다치셨어요?", "실은 어제 오후에 너희 외할아버지 별장에 들렸었다.", "그리고 별장에서 나오는 길에 비가 많이 내렸고, 중앙차선을 침번한 차량을 피하다가 그만 사고가 났어. 그리고 오늘 오전에 눈을 떠보니, 비엔나 국립병원에 있었고..."
그렇게 윤서도 아빠의 사고내용을 들은 후에 약 꼭 챙겨드시라고 하면서 인사를 한 후, 객실로 올라갔다.
윤서가 식당을 나갔을 때, 옆에서 듣고 있던 차지훈이 말했다. "아이고, 천만다행이네요. 그래도 앞으로 약은 잘 챙겨드시면서 집에서 쉬셔야 할 것 같아요.", "그런데 그 외할아버지라고 하면, J.K 그룹회장 말이신가요?"
공현수가 대답했다. "네, 맞아요. 20년을 모셨지만, 최근 들어 노인네가 이랬다 저랬다 해서 제가 비위 맞추기가 좀 힘든 개 아니네요", 차지훈은 여러 가지 전후 상황을 이해할 수 있었다. 그리고 대답했다. "그렇군요, J.K 황제국 회장이라면... 충분히 그럴 수 있죠"
차지훈은 이어서 말을 했다. "혹시 제가 전화를 한번 드리고 싶은데, 명함이 있으시면 하나 주시겠어요?"
그렇게 지훈은 현수에게서 명함을 하나 건네어 받았다. 둘은 20년 만에 서로 제대로 인사를 하게 된 것이다.
현수는 지혜에게 말했다. "지혜 씨, 제가 뭐라 말을 할지 모르겠네요, 시간을 돌려놓는다고 한다면 지금의 또 다른 제 두 명의 아이에게는 몹쓸 행동인 것 같지만, 암튼 이제라도 제대로 아빠 노릇을 하고 싶어요."
지혜는 현수에게 말했다. "20년이라는 시간을 혼자 두 아이를 키우면서 생긴 것은 용기와 자존심이었어요.", "이제 와서 아빠 노릇을 한다고 제가 외롭게 지내온 20년의 시간은 그대로 사실로 남아 있기 때문에, 그것은 회복이 불가능한 것이에요.", "그리고 지금의 가정을 버리라고도 말하고 싶지 않아요. 그것은 또 한 번의 실수를 하게 되시는 것이므로, 후회할 일을 한 번 더 만드는 것일거애요"
지혜는 현수에게 새로운 제안을 하게 된 것이다. "저와 현수 씨의 인연은 계속 진행되지 못했지만, 저희 아이들의 아빠로 계속 살아있으시면 좋겠어요. 제가 20년 전에 죽었다고 아이들에게 말을 했지만, 이제 살아온 것을 아이들이 알게 되었고, 이제 본인들에게도 아빠가 있다는 생각을 갖고 살아가도록 해 주고 싶어요"
현수가 말했다. "지혜 씨, 정말 감사합니다. 제가 20년 동안 그리워했던 그 삶을 다시 살아갈 수 있게 된 것 같네요. 제가 비엔나에서 살고 있지만, 틈틈이 시간 내서 한국에 들어가서 아이들을 만나도록 하겠습니다."
그리고 이어서 계속 말을 했다. "실은 20년 전에 저의 엄마인 홍미라 여사가 저를 한국에 들어가지 못하도록 입국 심사에서 통과가 안되도록 손을 써놓으셨어요, 10년 전에 제가 그 사건을 조사하여 이미 전부 무효화 처리를 시켰고요, 그 과정에는 저희 장인도 관련이 있었던 것을 알았습니다."
옆에서 듣고 있던 차지훈이가 말했다. "그렇게 된 것이었군요,... 모든 일에 황제국이 연관되어 있다니. 참..."
현수가 말을 했다. "그 당시 저는 막 학교를 졸업하고 연주자로 활동하던 한 명의 바이올리니스트였기 때문에 세상 물정을 전혀 모르고 있었고, 저희 엄마와 장인어른은 아마도 저와 지금의 와이프인 황미경(Miranda)을 연결시키려고 했던 것 같은데, 저와는 결이 맞지 않는 사람과 20년을 살았던 것입니다.", "지금의 와이프는 최근 2주 동안 해외를 돌아다니고 있고 연락이 되지 않는 상태입니다. 거의 별거 중에 있다고 생각하고 살아요."
옆에서 모든 것을 듣게 된 차지훈은 이제 전후 상황을 통해 이해를 하게 되었고, 내일 클라라와 연락을 해서 해야 할 일을 속도감 있게 진행시켜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동민이와도 조만간 한국에 들러서 만나야겠다는 생각을 하였다.
이제 비엔나의 시간도 10시가 넘어갔고, 늦으시간이라 현수와 차지훈도 각자 별도의 객실을 예약하여 투숙하게 되었다. 지수는 혜성이에게 말해서 윤서가 있는 방으로 찾아갔다. 그렇게 이복 남매가 된 세명은 제대로 인사를 하고 서로 서열에 맞게 편하게 부르기로 했다.
중요한 비엔나 공연도 성공적으로 끝났으니... 이제 남은 것은 편하게 지내다가 한국에 들어가면 되었다.
지수가 윤서에게 불렀다. "윤서야, 혜성이랑은 편하게 말을 놓아도 되고... 나한테 그냥 언니라고 불러..."
윤서는 지수에게 말했다. "네, 언니... 혜성아... 언니 말 들었지? 너와 나는 편하게 말하는 거야... 알지?"
혜성이가 말했다. "그건 둘이 정한 규칙이지, 나는 모두에게 반말할 건데?",
지수와 윤서가 같이 말했다. "뭐야?... 너 정말?"
그렇게 비엔나의 밤은 아침을 향해 가고 있었다.
그리고...
연재소설 "제92화"가 이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