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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홍 연길 Aug 07. 2024

육아휴직 15주 차 : 합계 출산율 0.7

아빠 육아 : 240506-240512



 가정의 달을 맞아 전국의 어린이 시설이 극 성수기를 맞이했다. 우리 가족도 바빠졌다. 시간이 부족한 유럽 여행자처럼 동분서주했다. 과천 서울대공원만 두 번 갔다. 어린이 미술관부터 도서관, 과학 체험관까지 문이과예체능을 두루 커버하며 돌아다녔다. 틈틈이 스타필드나 백화점을 방문하는 일도 잊지 않았다. 처음 가보는 장소들 속에서 정말 많은 아이들을 만났다. 뽀식이 아저씨가 부럽지 않았다. 합계출산율이 0.7에 가까워지고 있다는 기사가 낯설게 느껴졌다. 적어도 두 배는 돼보였다. 


 다른 얘기다. 아이와 함께 지하철을 탈 때면 주로 노약자석에 앉는다. 나는 이곳을 조선에서 제일가는 스몰토크 명당이라 부른다. 모두가 처음 만났으나 어떤 대화도 자유로운 라운지다. 그곳에서 칠링 하며 종종 할머니, 할아버지들과 이야기를 나눈다. 텃밭 얘기(기쁨), 자식 자랑(걱정), 정치 의견(분노), 임영웅 스토리(종교) 사이에서 무조건 마주하는 문장이 있다. ‘요즘은 아기들이 정말 귀해서 오랜만에 본다’라는 말. 그들의 생활 속에서 체감하는 합계출산율은 0.7보다도 훨씬 낮아 보인다.


 객관적 수치인데 왜 현장마다 다르게 느껴지는 것일까. 기이한 인지 부조화를 경험하며 어설프게 유추해 본다. 아이를 키우는 사람들은 특정 장소에만 모여있다는 가정을 해본다. 이는 슬프게도 분열을 의미하기도 한다. 성수동과 망원동에는 아기의자가 있는 식당을 찾기 힘들다(오히려 이태원에 많다). 유모차를 가지고 갈 엄두도 나지 않는다. 차도와 인도의 경계가 모호한 거리를 요리조리 훑어 다닐 재간이 없다. 억지로 갔다고 치더라도 공공 화장실의 남자화장실에 기저귀 갈이대가 없다. 한 마디로 나 혼자는 아기를 데리고 가는 일이 불가능하다 것을 뜻한다.




 유니버설 디자인(공용화 설계) : 성별, 연령, 국적, 문화적 배경, 장애의 유무에도 상관없이 누구나 손쉽게 쓸 수 있는 제품 및 사용환경을 만드는 디자인. ‘모든 사람을 위한 디자인’, ‘범용 디자인’이라고도 불린다. 공공교통기관 등의 손잡이, 일용품 등이나 서비스, 또 주택이나 도로의 설계, 의류 및 신발 등 넓은 분야에서 쓰이고 있다. (두산백과)





 이 아름다운 날씨가 무색하게 마음에 먹구름이 드리운다. 젊은 부부로 구성된 2인 가족이 아이와 함께 사는 3인 가족이 됨으로써 물리적으로 갈 수 없는 곳이 생겨버린 이 상황이 안타깝다. 하루아침에 이동 약자가 되어버린 셈. 감수해야 되는 부분으로 여기기엔 맵기만한 도보환경이 눈에 걸린다. 다소 냉정하고 가혹하다. 그렇다고 사회의 시스템을 탓하기엔 면목이 없다. 나 역시 그전엔 무심했었기 때문이다. 유아차를 끌고 다니고 나서야 거리에서 다리가 불편한 사람들도 보이기 시작했다. 우리는 우리의 공동체에 마음을 비벼볼 구석이 있는 것일까.


 ‘베이비 슬럼프다. 나라의 존망이 달려있다.’ 합계출산율이 급속도로 줄어들면서 연일 미디어는 우려를 쏟아 낸다. 0.7, '낳는 수치'를 올리고자 장려 정책들이 매해 업데이트 된다. 나는 거꾸로 '낳지 않는 이유'에 주목하고 싶다. 물질적인 미봉책은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사회에 맡겨 놓은 건 없지만 그렇다고 또 기대감이 있는 것도 아닌 불신의 세상. 출산은 이제 이런 적자생존 생태계에서 불확실성을 가중시키는 행위로 인식되고 있다. 한 마디로 두렵기만 한 모험이다. 마음이 오그라든 사람들끼리 키즈카페에 숨어있다. 남녀노소가 어울리고, 부족한 이를 포용하고, 이런 이야기는 이제 과거의 유산이 되는 것일까. 자꾸 디스토피아적 상상만 하게 된다. 사회에 공원이 줄어들고 있다. 우리는 변할 수 있을까.







240506(월) : 사촌오빠의 마라톤대회를 응원하러 상암에 다녀왔다. 집으로 오는 길에는 남양주 할아버지, 엄마, 아빠와 영양센터에서 삼계탕을 먹었다.

240507(화) : 하원을 하고 포틀럭 파티에 갔다. 모닝빵을 2개나 얻어먹었다. 소화시킬 겸 놀이터에서 한참 놀았다.

240508(수) : 등원 전에 등산을 했다. 하원하고선 홍제폭포 앞에서 아빠와 바나나를 까먹었다. 오늘도 놀이터에 들렀다. 

240509(목) : 아침 일찍 나서서 까페잇찌에 들렀다가 등원했다. 오후에는 반차를 쓴 엄마와 북서울꿈의 숲 어린이 미술관에 갔다. 쥬세뻬삐딸레전을 보았다. 집에 오는 길에는 편백찜을 먹었다.

240510(금) : 등산을 하고 등원했다. 낮잠은 집에서 잤다. 같은 반 친구가 일찍 귀가하는 게 아빠는 미안하다고 했다. 오후에는 놀이터에서 놀면서 엄마를 마중했다.

240511(토) : 아침에 광화문 나들이를 갔다. 포비에 들러서 베이글을 먹었다. 광화문 광장에서 아프리카 축제부스 구경했다. 세종문화회관 2층 공터에서 신나게 뛰어놀기도 했다.

240512(일) : 오전에 신연중에 가서 놀다가 홍제천을 산책했다. 롱앤쇼트에 들렀다. 오후에는 아빠와 스노우 어플을 하며 한참 놀았다.






가능성과 기회가 제한되지 않은 사회에서 아이가 살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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