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 육아 : 240826-240901
외롭다. 한 마리의 승냥이가 된 기분이다. 그리하여 결핍은 나를 움직이게 만들었다. 이곳저곳 커뮤니티를 들락거리고 있다. 처음 뵙는 분들을 잘도 만나고 다닌다. 몇 십 년간 소속이 무리를 형성해 주는 사회 안에서만 살았던 나였다. 새삼 성격이 변했음을 체감한다. 이렇게까지 직접 찾아 나선건 정말 처음이다. 다행히도 따뜻한 찰떡같은 커뮤니티부터 나랑 전혀 안 맞는 곳까지 두루 경험하는 중이다.
스펙트럼도 넓다. 오로지 온라인 텍스트로만 소통하는 모임부터 영상회의 앱에서 얼굴을 공개하는 밑업, 한 번씩 직접 만나기도 하는 그룹, 서로 연락처도 없이 정해진 시간에 오프라인으로만 만나는 회동까지 그 형태가 다양하다. 그곳들에서 나는 명함 없이 내추럴한 모습으로 참석한다. 나를 아무도 모르는 곳에서 여행을 하는 기분이다. 오히려 솔직해질 수 있다. 가면을 벗고 누군가를 만나는 기분이 짜릿하기까지 하다. 최대한 즉흥적으로 자기소개를 하려고 한다. 이런 자연스러움은 살면서 오랜만이다. 어쩌면 처음일 수도 있다.
일 년간 몇 번의 시행착오를 거쳤다. 이제는 나와 잘 맞는 커뮤니티들만 남았다. 사실 형태는 의외로 중요하지 않았다. 누구(어떤 멤버)와 함께하는지가 팔 할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는 걸 깨달았다. 그렇다고 사람 가려가며 만나겠다는 말은 아니다. 운이 중요하다는 소리도 아니다. 내 태도가 중요함을 말하고 싶다. 나 자신도 다른 참여자들에겐 그 ‘어떤 사람’이기 때문이다. 나를 오픈하며 상대방에게 솔직할수록 모임은 나와 맞아갔다. 몰입이 되었다. 생각보다 사람들은 내 치부에 별로 관심이 없었다. 나는 그것도 모르고 그동안 나 자신을 꽁꽁 싸매고 살았었다.
그렇다고 서로 모든 걸 드러내고 위로하며 착한 말만 하는 모임은 부담스럽다. 한계가 있다. 여기서 한 가지 포인트를 가미해야 한다. 불편함이라는 귀중한 양념이 필요하다. 조금씩은 신세를 져야 한다. 좀 찐득한 기분이 어색하지만, 이 찝찝함이 지속가능성을 만드는 힘인 것 같다. 역시 그동안 내가 잘 못하는 일 중 하나였다. 나는 누군가에게 마음의 빚을 지는 게 싫었다. 따뜻한 배려를 빙자한 차가움이었다. 민폐를 끼치기 싫다는 연유로 역설적으로 내가 사람들을 밀어내고 있진 않았을까. 이제서야 미안한 감정이 든다.
"오빠, 특별한 사람들과는 신세도 좀 지고 그러면서 살아도 괜찮아"
아내가 몇 번 했었던 말도 이제서야 이해가 간다.
관계마저 꼭 효율적이어야만 하는가. 요즘 세상에 질문하고 싶다. 예전의 나에게도 묻고 싶다. 내가 타인에게 갖는 감정을 지나치게 정제할 필요는 없다. 한없이 깔끔한 관계란 건 애당초 없다고 여기는 게 마음 편하다. 때로는 지저분하고 어쩔 때는 어쩔 수없이 미안하거나 열불 나기도 한 것이 관계의 본질이 아닐까. 그런 서사가 커뮤니티를 비롯한 모든 어울림을 지탱하는 힘이란 생각이 든다. 요즘의 고도화된 서비스 기획, 그만큼 촘촘한 기술은 몹시 효율적이다. 사람을 만날 때도 리스크를 줄여준다. 하지만 역설적으로 낭만은 낭비를 전제해야만 한다. 우리는 좀 더 바보같고 무모하더라도 뜨거워질 필요가 있다. 그게 가족이여도 말이다.
240826(월) : 등원길에 신연중학교에 가서 놓고 간 우산을 찾았다. 하원하고선 신나는 놀이터에 가서 모래놀이를 했다. 동명의 언니를 만나서 너무 신기했다. 염치없게 간식도 얻어먹었다. 넉살이 좋아진 아빠다.
240827(화) : 비가 와서 아빠차로 등원했다. 까루나 포틀럭파티에서 한참을 재밌게 놀다 왔다. 어린이집에서 받아온 장난감을 조립하며 집에서 놀았다.
240828(수) : 등원을 하며 둘이 찍은 셀카가 잘 나와서 아빠가 엄청 흡족해했다. 하원을 하고 남양주 할아버지, 이모네 가족이 와서 집에서 신나게 놀았다.
240829(목) : 하원을 하고 '서대문 리앤업사이클센터'에 갔다. 한적하게 관람을 했다. 아빠가 챙겨 온 빵을 먹으며 폭포라이브를 구경했다. 폭포도서관에도 갔다. 빌린 통통책을 유모차에서 읽으며 집으로 왔다. 집에 와서는 아빠와 재활용 쓰레기를 버리러 다녀왔다. 경비실 아저씨, 카드배송 아저씨, 아파트 할머니들과 인사를 나눴다.
240830(금) : 하원을 하니 전주 할아버지, 할머니가 와있었다. 잠깐이었지만 집에서 같이 신나게 놀았다. 저녁에는 엄마를 배웅하러 버스정류장으로 나갔다.
240831(토) : 아침에 엄마아빠와 홍제천 산책을 했다. 엄마가 해야 할 일이 있어서 아빠와는 도서관과 놀이터에서 더 놀았다. 오랜만에 집에서 맛있는 것도 해 먹고 낮잠을 잤다.
240901(일) : 오전에 연희동 산책을 갔다. '룩백커피'를 갔다가 '사러가마트'에서 장을 봤다. '하노이의 아침'에서 점심밥을 먹었다. 중간에 선율이도 만났다. 저녁엔 엄마와 폭포에 가서 뛰어놀았다. 머리를 자르러 다녀온 아빠가 합류하여 집에 같이 들어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