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 육아 : 241125-241130
아이가 성장한 만큼 나도 자랐다. 써놓고 보니 다소 표현이 징그럽다. 단단해졌다고 말하는 게 담백하겠다. 비유하자면 무쇠웍이 된 느낌이다. 다용도로 쓰이는 인생이 되었다. 맹렬한 화력을 버티면서 야채도 볶고, 고기도 튀기며, 국물도 끓여야 한다. 무언가를 재보고 할 시간이 없다. 생각나면 바로 행한다. 움직이는 사람이 되었다. 옛날엔 아줌마, 아저씨들이 금방 웃고 또 금세 울고 하던 모습을 이상히 여기곤 했다. 아마도 그랬다. 이제는 묘연히 이해가 간다. 나도 순간의 감정을 더 이상 싸매고 싶지 않아 졌다. 솔직해야한다. 시간에 맞설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다.
기성 역할엔 다소 미진했다. 아들로서 나는 여전히 무정했다. 마음을 기댈 곳이라는 핑계 하에 부모님에게 짜증도많이 냈다. 약자를 괴롭힌 셈이다. 남편으로서도 철없었다. 경제활동을 하는 아내를 내조하고 싶었지만 되려 나의 가사노동과 육아활동을 생색내곤 했다. 인정욕에 목마른 나는 줄곧 불퉁댔다. 이직까지 한 워킹맘을 조금 더 보듬어줬으면 어땠을까. 남은 한 달이라도 앞치마를 질끈 동여맬 것을 다짐해 본다. 오버하지 말고 퇴근하고 왔을 때만이라도 마음 편히 잘 쉴 수 있도록 해줘야겠다. 우리 가족이 앞으로 맞이할 저녁시간이 행복의 힌트가 될 것이다. 연습이 필요하다.
가장 중요한 아빠로서의 나는 나아지고 있는 걸까. 신병 훈련소 같은 이 시간을 보냈다고 해서 수료증이 주어지진 않겠지만, 노력상 혹은 개근상은 받고 싶다. 휴직 덕에 자만심이 깨져서 다행이었다. 전업 육아는 정말 쉬운 일이 아니었다. 육아를 다시 보게 되었다. 스스로에 대한 기대감을 버릴 수 있어서 다행이었다. 내가 어설픈 걸 알게 되었기에 한 발 더 뛰었다. 힘든 날이 육아를 잘한 날과 동의어라는 응원을 떠올리며 버텼다. 시간을 눌러 담았다. 부단히 관찰하고 기록했다. 둔재는 성실해야 한다. 세상에 육아 천재는 없다.
신체를 가꾸진 못했다. 밥도 잠도 불규칙했다. 피곤하면 무엇도 진심으로 할 수 없다는 걸 알게 되었다. 육아만큼 내가 사력을 다하고 싶은 일도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피로가 동력을 저하시키는 걸 체감했다. 아이를 보며 힘들어하는 내 모습이 한심해서 두 번 괴로웠다. 제대로 살려면 건강해야 한다. 질 높은 시간을 쓰기 위해 신체를 단련해야 한다. 온몸으로 느낀 만큼 이제 잘해보고 싶다. 왕도는 없다. 꾸준히 기본생활패턴을 유지하고, 일상적으로 몸에 나쁜 것을 접하는 행동부터 덜어낼 것을 다짐했다.
정신적으로는 조금 의연해졌다. 잉여로운 시간이 사라진 덕에 되려 중요한 감정에만 집중할 수 있다. 나 자신을 포함, 무언가를 미리 규정하는 걸 일삼던 태도도 바뀌고 있다. 일어나지 않은 일에 대한 대책은 필요 이상으로 생각하지 않는다. 준비보다는 최선을 다하겠다는 각오하는 마음으로 현재를 살아간다. 그렇게 마음의 창을 열고 시간을 통과시킨다. 그런 기분으로 나와, 가족과, 사람들을 대한다. 모두 아이를 사랑하면서 몸에 밴 습관이다. 처음 보는 사람과 스몰토크를 한다. 별 것 아닌 일에 크게 웃거나 울먹인다. 이제 정말 완벽한 아저씨로 거듭나게 되었다. 이 것도 성장이라면 성장인 것일까.
241125(월) : 푹 잘 자고 등원했다. 어린이집에 가서 주말에 실컷 놀았던 이야기를 친구들에게 해줬다.
241126(화) : 하원하고 ‘까루나’ 포틀럭 파티에 갔다. 아빠가 저녁부터 금식해야한다고 이것저것 양껏 먹었다. 나도 따라서 간식을 먹었다.
241127(수) : 아빠가 건강검진을 다녀와야해서 아침에 서둘러 준비했다. 하원후 아빠는 배가 부른지 기분이 좋아보였다.
241128(목) : 하원하고 육아종합지원센터에 다녀왔다. 아빠가 요새 갑자기 한글 공부를 시킨다며 분주하다.
241129(금) : 아빠와 성수동에 갔다. 일기 인쇄본을 전시장소에 갖다 주러 함께 다녀왔다.
241130(토) : 엄마아빠와 연희동 산책을 했다. 크리스마스 캐롤이 온 동네에 울려퍼졌다.
241201(일) : 아빠가 일본어 시험을 보러 간 동안 엄마와 집에서 놀았다. 저녁엔 크리스마스 트리를 같이 꾸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