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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onsi Oct 10. 2023

또 이사

마음의 이사

 9월이 지나면 무언가 끊어내는 느낌이 될 거라 생각이 계속 들었다. 무언가 달라질 것 같다는 무의식적 소망과 큰 이사. 실제로 용인 집에 남겨진 우리 가족의 짐을 빼는 일은 굉장히 큰 일이었다. 이사를 3일 동안 했고, 그전에는 버리지 못한 짐들을 전부 버렸다. 아까워서라는 이유로 남겨진 것들. 아빠와 한 번도 쓰지 못한 엄마의 돌침대, 아빠가 수십 년 동안 모아 온 오래된 책들, 함께 앉았던 소파. 우리는 이제, 정말로 버릴 수 있게 되었다.

 내가 쓰던 방 하나에 온갖 짐들이 쌓였고, 가득 차는 걸로 모자라서 방 앞까지 버릴 물건들을 쌓았다. 마치, 아직도 달라붙어 있는 슬픔을 끊어내려는 사람들처럼 우리는 마구잡이로 가위와 칼을 들고 끊어내며 그 방을 채웠다. 아, 이렇게도 많았던가. 왜 이렇게 우리는 버리지 못하고 살았을까?

 하지만 나는 또 미련하게 버리지 못한 아빠의 옷을 서울 집으로 들고 왔다. 펼쳐보며 한숨, 펼쳐보며 한숨, 이건 내가 입을 수 있을까 싶어서 입었다가 또다시 접어 놓으며 한숨. 결국 다시, 모든 옷들을 버리기로 했다.

 

 다시 버리며 생각한다. 끊어내며 생각한다. 한 사람의 삶은 얼마나 잊혀지기 쉬우며, 얼마나 버리기 쉬운가. 그 수많은 책들을 박스채로 갖다 버리면서 왜 저 책들은 저렇게 쌓여있었을까 싶다. 하지만 우리는 이제야 깨달은 듯하다. 기억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남겨진 이들에게 잊는 것과 버리는 것, 끊어내는 것은 또 얼마나 중요한지. 9월이 우리 가족에게 어떠한 기점이 되길 바라며, 내 맘의 이사도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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