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혼 1년 회고 > 시리즈 1
'운동 때문에 갈등이 생긴다고?'
누군가는 의아할 수도 있다.
주목해야 할 부분은,
운동은 한 개인이 '건강'을 바라보는 관점.
즉, 인생에 있어 우선순위가 무엇인지 확실히 보여준다는 것이다.
이처럼 운동은 생활 패턴과 밀접하기에
생각보다 더 중요하고
양보하기 어려운 영역이다.
'미룰 수 있을만큼 최대한 미루는 것'
운동을 하면 피곤해서 하루가 끝나버리기에, 그 시간에 내 할 일을 하는 게 이득이라 생각했다.
끼리씨는 운동하는 삶을 동경한다.
매주 4-5회는 운동을 하는데, 어느 때는 하루에 운동 약속을 3개나 잡을 정도다.
아침잠이 많아 주말 아침엔 꼭
꿀잠을 자야하는 나에게는
잠을 포기하고 조기축구를 가는 그가 참으로 신기했다.
기간 연장 여부를 결정해야 할 때
끼리씨는 1년을 연장했고
나는 단호하게 '아니'라고 거절했다.
그 날,
운동에 대한 우리의 대화에는
같은 침상에서 다른 꿈을 꾼다는
동상이몽이란 말처럼
나는 운동을 하긴 할건데,
'후순위'로 하겠다는 의미였다.
반면 끼리씨는 나를 도우는 것을
'우선순위'로 하겠다는 의미였다.
이처럼 우리는 서로의 생략된 의도와 목적을 몰랐기에, 운동 이야기를 할 때마다 불편함을 느꼈다.
끼리씨가 운동을 하는 건 상관없었다.
오히려 나의 개인시간이 생겨 더 좋았다.
ESFJ - 사교적인 외교관
밀접하고 소중한 관계일수록
생활 전반에 적극 개입하는 끼리씨의 성향
INTP - 논리적인 사색가
자발적 의지와 행동의 자율성,
융통성 있는 일정이 중요한 나의 성향
전 편에서 말했던 것처럼
우리는 MBTI 정반대 성향이기에..
서로의 삶의 방식이 너무나도 달랐다.
끼리씨는 이런 나의 모습을 보고
'청개구리'라고 한다.
하지만 이것이 나의 성향인데 어쩌겠나..
끼리씨가 운동을 하라고 할수록
더욱 반항기가 생겼다.
일단 시키는건 하지만,
어떻게 수행할지는 내가 정할 몫이기에
나의 불편한 심경을 티낼 겸 동작을 대충 했다...
'다시. 다시해'
결국 나에게 지시하는듯한 그 모습에 나의 자율성 폭탄은 터져버렸다.
그리고 나는 항변하듯
오빠가 최대한 내 입장에서 공감할 수 있도록 설명하려 노력했다.
오빠도 그렇잖아.
공부하려는데 자꾸 누가 방문 열고
이렇게 쪼면 하기 싫어지잖아
나 완전 그래.
끼리씨는..
흥분한 내 모습에 침묵했고.
잠시 후 천천히 말했다.
솔직히 의외였다.
내가 먼저 흥분했기에,
끼리씨도 충분히 흥분할 상황인데
오히려 침착하게 생각을 이야기하고 내게 사과하는 모습이 의외였다.
게다가 끼리씨의 입장을 생각해보니..
와이프 운동 돕겠다고,
열심히 .. 열심히 하려는 그 모습을
내가 너무 아니꼽게만 본 것 같았다.
내가 왜 '남편의 도움'에도 기분 나쁜지,
우리에게 필요한 '소통 방식'은 무엇인지.
우리의 결론은 다음과 같았다.
1. 서로에게 직접 의사 묻기
2. 자신의 생각을 강요하지 말기
3. 자신의 입장을 설명할 때 상대를 탓하지 않고 '나의 마음'을 설명하기
사람마다 고유한 개성이 있듯
각자만의 경계선이 있다.
그리고 어느 정도 선이 그 사람의 마지노선인지는 사람마다 다르다.
가족이고 배우자라고 하더라도 자체를 존중해줘야 하는 것이다.
이제 끼리씨는 내게
'그 부분은 내가 도와줘도 될까?'
라고 먼저 동의를 구하게 되었고
나는 끼리씨에게
'오빠 이것 좀 도와줄래? 이 외는 내가 알아서 할 수 있어'
명확하게 요청을 하게 되었다.
- 다음편 -
[결혼 전 본모습을 숨김 ③]