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업 접고 목놓아 이재명을 외친 보람 느껴"

각별한 사연 가진 캐나다 교민이 대통령 기자회견을 본 소감

by 조 욱 John Cho
이재명 대통령이 '언론이 묻고 국민에게 답하다'라는 슬로건으로 취임 30일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2시간 넘게 진행된 대통령 기자회견을 이토록 집중한 적이 있었던가.


3일 열린 이재명 대통령의 첫 기자회견에 대해 진보·보수 언론을 떠나 대부분 긍정적 평가 일색이다.


여당 대통령에 비판적인 야당 정치인들조차 칭찬을 아끼지 않는다.

김근식 국민의힘 송파병 당협위원장은 불과 한 달만에 가진 첫 기자회견에 큰 점수를 부여하며 "인생 대역전에 성공한 대통령의 '자신감 뿜뿜' 기자회견"이라고 평했다.


이재명 대통령 당선을 위해 울산에서 선거운동 자원봉사를 했던 필자 역시 소통에 방점을 둔 대통령의 행보에 큰 응원과 박수를 보내고 싶다.


역대 대통령 중 가장 빠른 속도로 취임 30일 만에 기자회견을 가진 파격부터,

과거 尹의 '약속대련 기자회견 의혹'이 불가능한 '현장 추첨' 방식의 질의응답 진행.

그리고 3년 전, 한 시간도 안 된 기자회견이 지겨워 "목이 아프다. 더 할까?"라며 반말하는 '모지리 대통령' 대신, 2시간이 모자랄 정도로 정책 설명에 거침이 없는 '일 중독 대통령'을 만난 때문이리라.


국민적 염원에도 거부권 장벽으로 번번이 좌절됐던 특검법이 일사천리 진행 중인 것도 또 하나의 이유다.


그 외, 집권과 동시에 신속히 비상경제대책TF를 가동시킨 것과 △주식시장의 불공정 거래를 강하게 경고한 한국거래소 간담회 △전임 장관들과의 국무회의 주재와 야당과의 소통 행보 △빠른 민생 회복을 위한 31조 추경안 신속 편성 등 현 정부의 모든 정책 드라이브가 직전 정권과 비교조차 할 수 없는 실용과 통합, 파격의 연속이라 할 수 있다.


화면 속 대통령을 볼 때마다, 한 치 앞의 미래도 전혀 예상할 수 없었던 4개월 전 '혼돈의 그날들'이 주마등처럼 머리를 스쳐 지나갔다.


캐나다 교민인 필자는 3월 8일 오후, 감옥을 버젓이 걸어나오는 내란 우두머리를 목도한 순간 피가 거꾸로 솟는 분노가 치밀었다.


"국민을 죽이려 한 내란수괴를 풀어주다니...!"


무조건 "한국에 가야겠다"는 생각 뿐이었다.

벌이도 없이 몇 달 동안 한국 간다고 떼쓰는 철부지 남편을 두고 아내는 한참을 고민하다 '두 달 뒤 반드시 귀국하는 조건'으로 허락했다.


아무런 계획도, 확신도 없었던, 88일 간의 '무모한 정치 여정'은 그렇게 시작됐다.

캐나다 토론토에서 14시간 비행기를 타고 3월 13일 한국에 왔다.


울산 집에 도착하자마자 그동안의 스트레스로 평생 처음 대상포진에 걸렸지만, 18일부터 매일 탄핵 집회에 참석했다.


3월 18일 열린 탄핵집회에서 우비를 입은 울산 시민들이 집회에 참여하고 있다. 사진 조 욱


23년 전 울산 노사모에서 함께 활동했던 하로동선 형님과 반갑게 조우했다. 尹 탈옥 뒤 열리는 비상행동 집회에 하루도 빠짐없이 나온단다.


형님은 주위 사람들에게 "얘는 2002년 노사모에서 활동한 배달이라고, 나라 꼬라지가 걱정돼 저멀리 캐나다에서 보따리 싸서 왔다"고 소개하며 "배달아, 니 온 김에 연설이나 한번 해라"고 반강제적으로 필자를 자유 발언대에 세웠다.


윤석열이란 이름조차 부르기 싫어 윤건희로 바꿔 외쳤다.


심각한 알콜 중독과 단기 기억상실로 기본 판단조차 불가능한 尹보다, 그를 앞세워 모든 걸 뒤에서 조종한 건희가 '尹 정권의 모든 비리와 친위 쿠데타의 원흉'이란 강한 확신도 있었다.


"안녕하십니까! 윤건희 탄핵을 완수하기 위해 8,600km 떨어진 캐나다에서 이곳 울산에 왔습니다. 여러분! 온갖 탄압에도 굴하지 않고 자신의 목숨을 버리면서까지 대한민국을 지킨 우리 선조들과 독립투사들의 통곡과 절규가 들리지 않으십니까! 역사에 큰 죄를 짓고 있는 윤건희를 하루빨리 끌어내리는 것만이 이 시대를 살고 있는 우리 민주시민의 시대정신입니다!"


"윤건희를 탄핵하라! 탄핵하라! 탄핵하라!"


울산 롯데백화점 광장에서 열린 탄핵집회에서 필자가 자유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 권칠구


SNS에 올린 집회사진을 본 처가집에서 난리가 났다.

평소 말없이 묵묵히 사위를 응원하던 장인어른이 '당장 돌아가라'며 난생 처음 불 같이 화를 내셨다.


尹 탄핵 뒤 나중에야 들었지만, 그 당시 장인·장모님은 사위의 안위를 진심으로 걱정했었다.

80년대 전두환 독재정권의 성공한 계엄령을 떠올리며, 尹 탄핵이 헌재에서 반드시 기각될 거라고 믿었던 것이다. 尹이 다시 정권을 탈환하면 무시무시한 포고령대로 그를 반대한 국민들부터 처단할 것은 당연한 수순이었다.


당시는 너무나도 비상식적인 초유의 상황이 연일 발생하던 때라, 예상치 못한 처가집의 반응이 십분 이해가 됐다.


국민들의 피를 말린 헌법재판소의 선고 지체도 그러했다.

탄핵 기각과 尹의 귀환이라는 최악의 상황이 실제로 벌어질 수 있다는 불안감이 걷잡을 수 없이 확산하면서 국민들의 분노지수가 극에 달했다.


또 다시 닥친 '비상 상황'에 뭐라도 해야 했다.

윤 탄핵을 염원하는 아침 1인 시위에 이어, '무제한 123배'를 시작했다.


12월 3일 불법계엄을 잊지 말자는 의미와, 비상계엄 이후 123일 째가 되는 4월4일 전까지 반드시 탄핵선고가 이뤄져야 한다는 염원을 담아 울산대공원 정문에 매트를 깔고 큰 절을 반복했다.


울산대공원 정문 앞에서 尹 파면 촉구 '무제한 123배'를 하고 있다. 피켓을 제작 지원한 최덕종 울산 남구의원이 현장에서 파면 촉구 서명을 받았다.


탄핵선고 기일이 드디어 4일로 잡혔다.

4:4, 5:3 기각 등 온갖 설이 난무하는 상황에서, 집회 참가자들은 불안한 마음을 애써 감추려는 듯 더 큰 목소리로 尹 파면을 목놓아 외쳤다.


다양한 사연을 가진 울산 시민들의 생생한 울부짖음 또한 심금을 울렸다.


4월 4일 탄핵 선고 당일.

울산 롯데백화점 앞 광장에 빼곡히 앉은 시민들은 잔뜩 긴장된 얼굴로 문형배 재판관의 목소리에 집중했다. 광장 앞 무대 위에는 수십 대의 언론사 카메라가 탄핵선고 순간을 포착하기 위해 광장의 시민들을 응시했다.


헌재 소장의 판결문을 들을수록, 탄핵 인용에 대한 기대감에 감정이 북받쳐 올라 피켓으로 얼굴을 가렸다.


"주문, 피청구인 대통령 윤석열을 파면한다."


그 날 저녁, 광장은 축제의 도가니였다.

누가 먼저라 할 것 없이, 모두가 손에 손을 잡고 광장을 누비며 민주주의의 승리를 만끽했다.


전 국민의 인내심을 폭발 직전까지 내몰았던 탄핵 정국을 결국 승리로 이끈 주인공은 바로 '광장을 지킨 평범한 시민들'이었다.

아무 것도 바라지 않고, 그저 자기 돈과 시간을 써가며 탄핵집회와 자원봉사에 나선 그들.

노자의 도덕경에 나오는 공성이불거(功成而不居·공을 이루되 거기에 연연하지 않는다)를 그대로 실천한 사람들.


유독 한민족에게만 나타나는, 지난 4개월 간 지속된 '광장의 거대한 긍정 에너지'가 세상을 바꾼 강력한 힘으로 작용한 것이다.


말도 안되는 불법계엄에 분노한 이 역사의 주인공들은 무려 123일 동안 단 하루도 편히 잠을 자지 못한 채, 언제 터질 지 모르는 울분을 억누르며 그렇게 4개월을 버텨온 것이다.


尹 탄핵 선고에 기쁜 시민들이 서로서로 어깨동무를 하며 광장을 누비고 있다. 사진 조 욱
KakaoTalk_20250628_202701746.jpg 4월4일 저녁 롯데백화점 앞 광장에 모인 시민들이 尹 탄핵을 기뻐하며 응원봉을 흔들고 있다. 앞 줄 오른쪽은 전은수 더불어민주당 울산 남구갑 지역위원장. 사진 조 욱


尹 탄핵은 가까스로 성공했지만, 내란사태를 완전히 종식시키기 위해선 정권교체가 필수였다.


5월로 잡은 출국 일정을 6월로 다시 연기해, 공식 대선이 시작된 5월12일부터 22일 동안 자원봉사를 했다.


더불어민주당 울산 남구갑 지역위원회(위원장 전은수) 선대위에 참여해, 매일 아침부터 저녁까지 하루종일 '기호 1번 이재명'을 외치며 지지를 호소했다.


그렇게 불법 비상계엄이 터진 후 183일이란 긴 시간 동안, 수많은 위기와 난관 속에서도 국민들은 결국 선거에 의한 '평화적 정권교체'를 완수했다.


더불어민주당 울산남구갑 지역위원회의 집중 유세에 참여한 필자가 상대당 선거운동원들 속에서 이재명 지지 선거운동을 하고 있다.


새 정권이 출범한 이후, G7 정상회의 참석을 위해 캐나다를 방문한 대통령 부부를 보자 감회가 남달랐다. 친근하고 능숙한 언행으로 무너진 한국 외교를 발빠르게 복원한 대통령, 그리고 짧은 일정에도 해외동포를 잊지 않고 교민들과 만남을 가진 김혜경 여사가 한없이 고마웠다.


이 대통령이 취임한 지 벌써 한 달이 지났지만, 두 번 다시 겪지 못할 한국에서의 정치 여정은 지금도 뇌리 속에 강렬히 남아 있다.


이재명 대통령의 G7 정상회의에 동행한 김혜경 여사가 캐나다 서부 동포 간담회에서 인사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세계적으로도 유래가 없는 친위쿠데타 저지와 내란수괴 대통령의 파면, 평화적 정권교체를 이루기까지, 일련의 역사적 현장을 지켰다는 개인적 자부심 또한 크다.


'깨어있는 시민의 함성과 빛의 혁명'으로 맞이한 '제21대 대한민국 대통령'이기에, 그의 '첫 기자회견'이 더 각별했다.


목숨까지 잃을 뻔한 온갖 위기의 순간에도 기적같이 살아난 '나의 대통령'.

칼에 찔려 쓰러진 그 날 이후의 삶은 덤이라고 생각하기에 국민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많은 것일까.


"말을 짧게 하라는 거냐"며 뼈있는 농담을 던지는 대통령 특유의 여유와 유쾌함이 고맙고 반갑다.


20250705_1.jpg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3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취임 30일 기자회견에서 발언 도중 환하게 웃고 있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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