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장님은 무슨 좋은 일이 있으셔서 그렇게 항상 웃고 계세요?”
집에 들어가는 길 옆 조그마한 참치 횟집 주방에 계신 인심 좋은 실장님은 항상 참치를 썰으면서 웃고 계셨다. 크지 않아서 자연스럽게 손님도 많지 않고, 시끄럽고 북적이지 않았던 횟집은 퇴근길마다 나에게 어서 들어와서 참치 한 점에 소주 한잔 먹으면서 스트레스를 풀고 가라고 손짓을 하는 것 같았다.
"손님들이 맛있다. 맛있다. 하면 보람차고, 더 드리고 싶고, 그날 기분 좋고 그래요. “
실장님은 오늘도 웃으시면서, 제일 맛있어 보이는 선홍색 참치 회 두 점을 긴 칼로 쓱쓱 썰어서 접시 위에 올려주셨다.
“참치회는 언제나 맛있는데, 그럼 사람들이 매일 맛있다고 하니까 매일 기분 좋으시겠네요? 그럼 도대체 참치 횟집을 하면 안 좋을 때가 있으세요?”
“가끔은 참치 횟집 주방장이 안 좋을 때도 있어요. 이 맛있고 좋은 음식을 나는 더 이상 질려서 맛을 모르니깐 속상하죠. 참치회집 주방장들이 다 그럴걸요?"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하듯 실장님께 칭찬을 해드릴수록 실장님의 칼은 참치 뱃살 위에서 현란하게 춤을 추었고, 어미새가 갓 잡아온 먹이를 아기새에게 집어주듯이 계속 내 앞접시를 채워주셨다.
참치 회를 써는 실장님도, 보고서를 쓰는 회사원도 일을 하면서 행복한 순간 중 하나는 자신의 분야에서 ‘이 사람 참 잘한다.’라는 소리를 들었을 때이다. 칭찬은 본인이 오랜 시간 동안 노력한 결과에 대해서 다른 사람들이 인정해주는 짜릿한 순간이기 때문이다.
실장님은 맛있는 참치 한 점을 위해서, 많은 노력을 하셨을 것이다. 참치 살을 심사숙고해서 고르고, 입 안에 들어가면 단단하지 않고 살살 녹을 수 있는 최상의 온도를 찾고, 씹을 때의 식감을 최고로 주기 위한 두께로 썰 수 있도록 수 만 번의 칼질을 하셨을 것이다.
실장님은 그렇게 오랫동안 노력을 하면서 슬프게도 한입 넣으면 즐거운 참치 본연의 맛을 잊어버렸고, 회사원인 나 역시 슬프게도 일 자체가 주는 즐거움을 잊어버리고 살고 있었다. 그래도 계속 일을 하고 있는 이유는 그 일로 인해서 인정받는 순간이 가끔씩 오아시스처럼 찾아오기 때문이다.
"강남에서 큰 참치회집 주방장 할 때는 몸은 편했어요. 그 동네는 회식도 많고, 직장인들이 많으니까 팁도 잘 주시니깐 돈도 잘 벌렸죠. 그리고 이렇게 그곳에 오시는 손님들은 맛에 대해서 불평을 잘 안 해요. 그리고 대부분 방에 다들 들어가서 드시니깐 주방에 있는 저는 불평을 들을 일이 없죠. “
“손님들이 불평도 안 하고, 돈도 잘 벌면 그게 더 좋은 것 아닌가요? 왜 이렇게 작은 집에서 혼자서 힘들게 하고 계세요?”
난 작은 김 위에 하얀 참치 뱃살, 무순, 간장, 고추냉이를 차례차례로 올린 후 한입에 넣고 오물오물 씹으면서 실장님께 물어보았다.
“처음에 그렇게 편하게 시작하면 그때는 좋죠. 그런데 문제가 손님들이 맛있는지 맛이 없는지 알 수가 없으니 그런 큰 식당에서는 오래 있어도, 시간이 지나도, 내 음식의 문제를 알 수가 없어요. 그래서 주방장은 처음에 작은 식당에서 배워야 된다고들 해요. 서로 말을 하니까. 손님들의 불평을 계속 들어야 내 문제를 알고 고칠 수 있으니까요. “
추적추적 비 내리는 가을밤, 참치 한 점 물고 인생을 배운다.
‘오늘 팀장님이 나에게 불평을 하신 것도 그런 이유였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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