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 행태'를 해부하는 문헌정보학 이론들
우리는 일상에서 정보를 찾는 방식과 직장에서 업무를 위해 정보를 찾는 방식이 같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문헌정보학의 연구들은 이 둘이 질적으로 다르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정보가 필요한 '이유'와 '맥락'이 모든 것을 결정하기 때문입니다.
1. 삶의 맥락, '일상 정보 추구 (ELIS)'
문헌정보학의 중요한 흐름 중 하나는 학술적이거나 업무적인 목적이 아닌, 말 그대로 '일상' 속의 정보 행태를 조명하는 것입니다.
레이요 사볼라이넨(Reijo Savolainen)은 '일상 정보 추구(Everyday Life Information Seeking, ELIS)'라는 개념을 통해, 사람들이 삶의 크고 작은 문제(건강, 재무, 여가 주거 등)를 해결하고 '의미의 질서'를 유지하기 위해 정보를 찾는다고 보았습니다.
ELIS의 특징은 다음과 같습니다.
비공식성: 학술 논문이나 데이터베이스보다 친구, 가족, 소셜 미디어 등 비공식적이고 접근하기 쉬운 정보원(앞서 다룬 '최소 노력의 원칙'과 '약한 유대관계'와 연결)에 의존하는 경향이 큽니다.
실용성: 완벽하고 객관적인 정보보다는 "지금 당장 내 문제를 해결해 줄" 실용적이고 '충분히 좋은(good enough)' 정보를 선호합니다.
지속성: 특정 과제가 끝나면 종료되는 것이 아니라, 삶의 과정 속에서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누적됩니다.
한편, 제나 하텔(Jenna Hartel)은 '진지성 여가(Serious Leisure)'라는 개념으로 일상의 또 다른 측면을 보여줍니다. 아마추어 천문학자, 족보 연구가 열정적인 수집가 등은 '취미' 활동을 위해 때로는 전문가보다 더 체계적이고 깊이 있는 정보 탐색 활동을 벌입니다. 이는 '일상'이 단순히 가볍고 피상적인 정보활동으로만 이루어지는 것이 아님을 보여줍니다.
2. 역할과 과업, '전문가와 업무 환경'
일상의 정보 탐색이 '삶의 문제' 해결에 초점을 맞춘다면, '업무' 환경에서의 정보 탐색은 명확한 '과업(Task)'과 '역할(Role)'에 의해 규정됩니다.
글로리아 렉키(Gloria J. Leckie)의 '전문가의 정보 추구 일반 모델'은 이 과정을 잘 보여줍니다. 의사, 변호사, 엔지니어와 같은 전문가들은 자신의 '역할'을 수행하는 과정에서 특정 '업무'에 직면하고, 그 업무가 '정보 요구'를 촉발하며, 이 요구가 정보 탐색으로 이어진다고 보았습니다. 즉, 탐색의 동기 자체가 개인의 호기심이 아닌 '역할 수행'이라는 외부적 요인에 있습니다.
카트리나 비스트룀(Katriina Bystrom)은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가 '업무 환경에서의 정보활동'이 '과업의 복잡성'에 따라 달라진다는 사실을 밝혀냈습니다.
단순 과업(Routine Task): 예측 가능하고 반복적인 업무. 이때 사람들은 자신의 경험이나 내부 매뉴얼, 가까운 동료 등 '내부적'이고 '손쉬운' 정보원에 크게 의존합니다.
복잡 과업(Complex Task): 새롭고, 비정형적이며, 불확실성이 높은 업무. 이때 비로소 사람들은 외부의 전문 자료, 학술 논문, 외부 전문가 등 '공식적'이고 '심층적인' 정보원을 적극적으로 탐색하게 됩니다.
결국, 업무 환경에서의 정보 탐색은 '최소 노력'과 '최적의 결과' 사이의 끊임없는 줄다리기이며, 과업의 난이도가 그 전략을 결정하는 핵심 변수가 됩니다.
요컨대, 문헌정보학은 정보 행태를 '상황'과 분리해서 보지 않습니다. 일상의 실용적인 문제 해결(ELIS)이든, 열정적인 취미(Serious Leisure)든, 혹은 역할과 과업에 기반한 전문적 탐색(Leckie & Bystrom)이든, 인간은 자신이 처한 '맥락' 안에서 가장 합리적인 정보 전략을 구사합니다.
이러한 이해는 공공 도서관이 지역 주민의 '일상'을 어떻게 지원해야 하는지, 기업이 직원들의 '업무'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어떤 정보 시스템을 구축해야 하는지에 대한 중요한 통찰을 제공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