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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의 시대를 리드하는 '빅 텐트': iSchool

문헌정보학의 발생과 성장 6편

by 김경훈


1990년대, 한국의 대학들이 '도서관학'을 '문헌정보학'으로 개명하며 정보학과의 통합을 이뤄냈다면(5편 참고), 2000년대 이후 세계 문헌정보학계에는 또 하나의 거대한 물결이 일어났습니다.


바로 'iSchool(Information School)' 운동입니다.


"도서관(L)"이라는 단어조차 떼어내고, 오직 '정보(i)'라는 하나의 키워드 아래 뭉친 이 새로운 흐름은 21세기 데이터 폭발 시대에 문헌정보학이 어떻게 생존하고 확장하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가장 생생한 현장입니다.



1. "우리는 도서관 그 이상이다": iSchool의 탄생


1988년, 미국 문헌정보학의 명문인 피츠버그대(Pittsburgh), 시러큐스대(Syracuse), 드렉셀대(Drexel)의 학장들이 비공식적으로 모였습니다. 이른바 'Gang of Three(3인방)'의 결성입니다.


그들의 고민은 공통적이었습니다.

> "세상은 디지털 정보로 뒤덮이고 있다. 컴퓨터공학(CS)이나 경영정보학(MIS)만으로는 이 거대한 정보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우리(문헌정보학)가 가진 '정보 조직'과 '이용자 이해' 역량이 필수적이다. 하지만 '도서관'이라는 이름만으로는 이 확장된 역할을 다 담을 수 없다."


이 모임은 점차 확대되어 2005년, 'iCaucus'라는 공식적인 국제 컨소시엄으로 발전했습니다. 이것이 바로 'iSchool'의 시작입니다.



2. 사람, 정보, 기술: iSchool의 골든 트라이앵글


iSchool이 기존의 컴퓨터공학과 다른 점은 무엇일까요? iSchool은 다음 세 가지 요소의 '상호작용'에 집중합니다.



1) 정보 (Information): 데이터, 지식, 콘텐츠 그 자체.


2) 기술 (Technology): 정보를 다루는 도구 (AI, 빅데이터, 웹).


3) 사람 (People): 정보를 만들고 사용하는 주체 (이용자, 사회).



컴퓨터공학이 '기술'에, 경영학이 '정보의 경제적 가치'에 집중한다면, iSchool은 "기술을 통해 정보가 사람에게 어떻게 전달되고 영향을 미치는가"를 연구하는 융합 학문입니다.



3. 문헌정보학의 '빅 텐트(Big Tent)' 전략


iSchool은 문헌정보학을 버린 것이 아닙니다. 오히려 문헌정보학을 중심으로 관련 학문들을 모두 끌어안는 '빅 텐트(Big Tent)' 전략을 취합니다.


iSchool 구성원의 약 75%는 여전히 문헌정보학(LIS)을 기반으로 하지만, 여기에 컴퓨터공학, 데이터 사이언스, 심리학, 사회학, 경영학 등 다양한 배경의 연구자들이 '정보(i)'라는 깃발 아래 모여 있습니다.


이러한 융합적 환경 덕분에, iSchool 졸업생들은 전통적인 사서뿐만 아니라 UX/UI 디자이너, 데이터 분석가, 정보 아키텍트, 메타데이터 전문가 등 IT와 데이터 산업의 핵심 인재로 진출하고 있습니다.



4. 세계 속의 한국


2020년 기준(업데이트 필요), 전 세계 109개 대학만이 까다로운 심사를 통과하여 iSchool의 멤버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연구 역량, 박사 과정 유무, 융합적 커리큘럼 등 6가지 엄격한 조건 필요)


주목할 점은 한국의 위상입니다. 성균관대, 서울대(융합과학기술대학원) 등에 이어, 경북대학교 문헌정보학과가 전 세계 99번째(국내 3번째)로 iSchool 멤버로 승인받았습니다.


이는 한국의 문헌정보학이 단순히 도서관 사서를 양성하는 곳을 넘어, 세계적인 수준의 정보 전문가를 길러내는 '글로벌 스탠다드'에 도달했음을 의미합니다. 문헌정보학을 전공한다는 것은 곧 세계적인 'iSchooler'의 일원이 된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마치며


도서관학 → 정보학 → 문헌정보학 → iSchool


우리는 이 긴 여정을 통해, 문헌정보학이 멈춰있는 학문이 아니라 시대의 가장 앞단에서 '정보'의 정의를 끊임없이 확장해 온 역동적인 학문임을 확인했습니다.


이제 누군가 "문헌정보학과에서는 도서관 가는 법만 배우나요?"라고 묻는다며, 자신 있게 대답할 수 있을 것입니다.


"아니요, 우리는 사람(People)과 기술(Technology) 사이에서 정보(Information)의 길을 만드는 법을 배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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