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서는 당신이 '말하지 않은' 질문까지 찾는다

도서관의 꽃, '참고 봉사(Reference Service)'와 인터뷰

by 김경훈


도서관에 가서 사서에게 가장 많이 하는 질문은 무엇일까요? 슬프게도 1위는 "화장실 어디예요?", 2위는 "복사기 어디 있어요?"라는 우스갯소리가 있습니다.


하지만 도서관의 진짜 매력은 '참고 봉사(Reference Service)' 데스크에서 벌어집니다. 이곳은 이용자가 풀지 못한 난제를 들고 오면, 사서가 온갖 정보원을 동원해 그 해답을 찾아주는 '지식의 해결소'입니다.


그런데 여기서 아주 재미있는 현상이 발생합니다. 이용자는 절대로 자신이 진짜 원하는 것을 처음부터 말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1. "새(Bird)에 관한 책 있나요?"의 비밀


한 초등학생이 사서에게 묻습니다.

"선생님, 새(Bird)에 관한 책 어디 있어요?"


보통 사람이라면 "자연과학 서가(400번대)에 가보렴"이라고 할 것입니다. 하지만 전문 사서는 여기서 멈추지 않습니다. '참고 면담(Reference Interview)'을 시작합니다.


사서: "새? 어떤 새를 찾니? 독수리 같은 맹금류? 아니면 집에서 키우는 앵무새?"

학생: "음... 그냥 우리 주변에 사는 작은 새요."

사서: "작은 새? 학교 숙제니? 아니면 그냥 궁금해서?"

학생: "사실은 미술 시간에 '참새'를 그려야 하는데, 참새 발가락이 어떻게 생겼는지 모르겠어요."


보이시나요? 이용자의 첫 질문은 "새에 관한 책(광범위한 주제)"이었지만, 진짜 정보 요구는 "참새의 발가락을 정밀하게 묘사한 그림(구체적인 시각 자료)"이었습니다.


만약 사서가 처음에 그냥 자연과학 서가로 보냈다면, 이 학생은 수백 권의 조류 도감 속에서 참새 발가락 그림을 찾다가 포기했을지도 모릅니다.



2. 스무고개 탐정 놀이: '질의 협상'


문헌정보학자 로버트 테일러(Robert Taylor)는 이 과정을 '질의 협상(Question Negotiation)'이라고 불렀습니다.


사람은 자신의 머릿속에 있는 모호한 고민(Q1)을 구체적인 언어(Q2)로 바꾸고, 이를 다시 남에게 질문(Q3)하는 과정에서 수많은 정보를 생략하거나 왜곡합니다. 그래서 사서에게 던져지는 질문(Q4)은 대개 불완전합니다.


사서는 이용자가 툭 던진 불완전한 질문(빙산의 일각)을 단서로, 수면 아래 숨겨진 거대한 '진짜 의도(Real Information Need)'를 파헤치는 탐정이 되어야 합니다.



이용자: "심리학 책 좀 찾아주세요."

사서의 속마음: (과제 때문인가? 인간관계가 힘든가? 우울증인가? 연애 심리인가?)

사서의 질문: "혹시 특별히 관심 있는 분야가 있으세요?"

이용자: "요즘 잠이 잘 안 와서요..."

결과: 심리학 개론서가 아니라, '수면 장애 극복'이나 '명상' 관련 실용서, 혹은 지역 정신건강센터의 팜플렛을 제공합니다.



3. "구글(Google)한테 물어보면 되잖아요?"


어떤 분들은 묻습니다. "그냥 스마트폰으로 검색하면 1초 만에 나오는데, 굳이 사서에게 물어봐야 하나요?"


맞습니다. 구글은 1초 만에 100만 개의 정답을 쏟아냅니다. 하지만 사서는 당신에게 필요한 단 하나의 정답을 줍니다.


구글은 당신이 "암 치료법"을 검색하면, 검증된 의학 정보부터 민간요법, 사기성 광고까지 뒤섞어서 보여줍니다.

사서는 그중에서 '신뢰할 수 있는(Authoritative)' 최신 의학 저널과, 당신의 수준에 맞는 건강 도서를 선별(Curation) 해 줍니다.


더 중요한 것은 '맥락(Context)'입니다. 검색 엔진은 당신의 표정, 말투, 그리고 당신이 처한 상황을 읽지 못합니다. 하지만 사서는 대화를 통해 당신의 불안을 읽고, 정보와 함께 위로가 될 수 있는 책(독서치료)까지 연결할 수 있습니다.



4. 사서에게 말을 거세요


도서관에 가시거든 검색대(OPAC) 앞에만 서 있지 말고, 데스크에 앉아 있는 사서에게 말을 걸어보세요.


"그냥 재미있는 소설 있나요?"라고 물어도 좋습니다. 유능한 사서라면 당신의 취향을 역추적하여, 당신도 몰랐던 당신의 '인생 책'을 찾아낼지도 모릅니다.


참고 봉사는 도서관이 제공하는 가장 인간적이고, 가장 고급스러운 서비스입니다. 그리고 이 모든 서비스는 '무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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