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 음계에 새겨진 우주의 지도
우리는 아주 어릴 때부터 피아노 건반을 누르며 "도레미파솔라시도"를 흥얼거린다. 현대 음악 교육에서 이 계이름은 단순히 음의 높낮이를 구분하는 기호에 불과하다. 하지만 시계를 거꾸로 돌려 고대의 신비주의자들, 특히 영지주의(Gnosticism)의 세계로 들어가 보면 이 7개의 음절은 단순한 소리가 아닌 거대한 우주의 지도이자, 신에게 다다르는 사다리였음을 알게 된다.
그들에게 음악은 오락이 아니라 천문학의 청각적 구현이었다. 각각의 음은 우주의 특정 영역과 상응하며, 인간이 땅에서 하늘로 올라가는 영적인 여정을 상징한다. 이 음계의 어원을 영지주의적 관점에서 풀어보면 놀라운 서사가 드러난다.
음계의 시작인 '도(Do)'는 '도미누스(Dominus)', 즉 신(God)을 의미한다. 모든 것의 시작이자 끝인 절대적 존재다.
그다음 '레(Re)'는 '레지나 아스트리스(Regina Astris)', 별들의 여왕인 달(Moon)을 상징한다.
가장 흥미로운 지점은 세 번째 음인 '미(Mi)'다. 이것은 '믹스투스 오르비스(Mixtus Orbis)', 즉 '선과 악이 섞여 있는 장소'인 지구를 뜻한다. 고대인들은 우리가 발 딛고 사는 이 세상을 완전한 천국도, 절망적인 지옥도 아닌 그 두 가지 속성이 혼재된(Mixed) 불완전한 공간으로 정의했다.
이것은 현대 사회학이나 정보학의 관점에서도 유효한 통찰이다. 우리가 사는 세상은 진실과 거짓, 질서와 무질서(Entropy), 선의와 악의가 뒤엉켜 있는 '믹스투스 오르비스' 그 자체다. 인간은 이 혼돈의 한복판에서 끊임없이 길을 찾는 존재다.
혼돈의 땅(Mi)을 지나면 네 번째 음 '파(Fa)'를 만난다. '파툼(Fatum)', 즉 운명이다.
지구라는 혼합된 세계를 벗어나기 위해서는 필연적으로 운명이라는 관문을 통과해야 한다는 은유다. 운명을 마주한 자만이 다섯 번째 음 '솔(Sol)', 즉 '솔라리스(Solaris)'인 태양의 영역으로 나아갈 수 있다. 태양은 지혜와 빛의 상징이다. 혼돈(Mi) 속에서 운명(Fa)을 극복하고 진리(Sol)를 깨닫는 과정, 이것이 음계가 보여주는 상승의 구조다.
이후의 여정은 광활하다. '라(La)'는 '락테우스 오르비스(Lacteus Orbis)', 은하수를 의미하며, '시(Si)'는 '시데루에스 오르비스(Siderues Orbis)', 별이 총총한 무한한 우주 공간을 뜻한다.
그리고 마침내 다시 높은 '도(Do)'에 도달함으로써, 인간은 다시 도미누스(신)의 품으로 회귀한다. 즉, 한 옥타브를 연주하는 행위는 신에게서 나와 우주를 거쳐 지구에서의 삶을 겪고, 다시 별들을 지나 신에게로 돌아가는 장대한 순환의 드라마인 셈이다.
고대인들이 이토록 정교하게 음계에 우주적 의미를 부여한 이유는 무엇일까. 그것은 '혼돈(Chaos)'에 대한 두려움과 '질서(Cosmos)'에 대한 갈망 때문이었을 것이다.
눈에 보이지 않는 소리에 우주의 질서를 투영함으로써, 그들은 음악을 연주할 때마다 자신이 우주의 법칙 안에 안전하게 속해 있음을 확인하고 싶었을 것이다.
현대인은 더 이상 음계에서 신의 목소리를 듣지 않는다. 대신 우리는 데이터와 알고리즘이라는 새로운 음계를 만들어 세상을 해석하려 든다. 하지만 '믹스투스 오르비스(지구)'의 혼란함은 여전하다. 뉴스는 소음으로 가득 차 있고, 진실은 은하수처럼 멀게만 느껴진다.
이럴 때일수록 '도'에서 시작해 '시'를 거쳐 다시 '도'로 돌아오는 음계의 완결성을 되새겨볼 필요가 있다.
삶이 비록 선과 악이 뒤섞인 진흙탕(Mi)일지라도, 우리에게는 운명(Fa)을 넘어 태양(Sol)을 바라볼 수 있는 지성이 있다. 음악이 주는 위로는 단순한 감정의 정화가 아니라, 무질서한 세상에도 보이지 않는 '조화로운 법칙'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감각적으로 일깨워주는 데 있다.
우리가 무심코 흥얼거리는 콧노래가 사실은 별들의 운행을 노래하는 것이라면, 이 혼탁한 세상도 조금은 더 견딜 만한 곳이 되지 않을까. [이미지: 7 음계와 우주 행성의 대응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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