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의 이름은 '전체(Pan)'였다
우리는 지난 몇 년간 '팬데믹(Pandemic)'이라는 단어의 지배 아래 살았다. 여기서 접두사 'Pan-'은 그리스어로 '전체(All)'를 의미한다. 모든(Pan) 사람(Demos)에게 퍼진 병이라는 뜻이다. '파노라마(Panorama)' 역시 전체(Pan) 경치(Horama)를 본다는 뜻이다.
이 '전체'라는 거창한 접두사의 기원은 그리스 신화 속의 반인반수 목신, '판(Pan)'에게서 비롯되었다. 흥미로운 점은 '전체'를 뜻하는 이 신의 이름이 오늘날 우리가 가장 두려워하는 심리 상태인 '패닉(Panic)'의 어원이기도 하다는 사실이다. 도대체 '전체'와 '공포' 사이에는 어떤 함수 관계가 있는 것일까.
신화에 따르면 판은 헤르메스의 아들로, 태어날 때부터 염소의 다리와 뿔, 털북숭이 몸을 가진 기괴한 모습이었다. 그의 친어머니조차 공포에 질려 아이를 숲에 버렸다. 어머니(인간성)에게 버림받은 이 괴물을 거둔 것은 아버지 헤르메스와 올림포스의 신들이었다. 특히 광기와 술의 신 디오니소스는 이 우스꽝스럽고 본능에 충실한 아이를 몹시 아꼈다.
판은 이성(Logos)보다는 본능(Physis)에 가까운 존재다. 그는 숲 속을 뛰어다니며 님프를 쫓고, 주체할 수 없는 성적 욕망을 발산한다. 문명화된 인간의 눈에 그는 혐오스러운 괴물이지만, 신들의 눈에 그는 생명력 그 자체인 '자연의 전체성'을 상징하는 존재였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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