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 꺼진 샌프란시스코

by 김경훈


어젯밤 샌프란시스코, 갑작스러운 정전으로 도시의 혈관과도 같은 신호등이 일제히 꺼졌다. 교차로는 순식간에 암흑과 혼란에 잠겼다. 이 돌발 상황(Edge Case)은 뜻밖에도 현재 자율 주행 기술의 정점을 다투는 두 거인의 민낯을 드러내는 무대가 되었다.

구글 웨이모(Waymo)의 택시들은 그 자리에 얼어붙었다. 신호등 정보가 차단되자 '안전한 정지'를 택한 것이다. 반면, 테슬라의 FSD(Full Self-Driving) 차량들은 멈추지 않았다. 마치 노련한 인간 운전자처럼 눈치껏 서행하며, 신호 없는 교차로의 무질서를 유유히 빠져나갔다.

이 극적인 대비는 우리에게 묻는다. 진정한 지능이란 무엇인가? 정해진 규칙을 완벽히 수행하는 것인가 아니면 예기치 못한 혼돈 속에서 생존하는 것인가.



웨이모는 '정밀 지도(HD Map)'와 '규칙(Rule)'의 철학 위에 세워진 탑이다. 그들은 cm 단위까지 측량된 고정밀 지도를 깔아두고, 그 위를 달리는 가상의 레일을 만든다. 그들에게 세상은 미리 정의된 질서(Pre-defined Order)다. 신호등이 켜져 있고, 차선이 명확할 때 웨이모는 그 어떤 인간보다 안전하고 모범적이다.

하지만 정전은 이 '약속된 세계'의 붕괴를 의미한다. 신호등이 꺼지는 순간, 웨이모의 알고리즘에 입력된 "신호에 따라 주행하라"는 명제는 "신호가 없으니(Null), 아무것도 하지 말라"는 오류 처리로 이어진다.


정보학적으로 볼 때 웨이모는 '닫힌 세계 가설(Closed World Assumption)'에 갇혀 있다. 데이터베이스에 없는 상황이 발생하면, 시스템은 작동을 멈춤으로써 리스크를 회피한다. 이것은 안전하지만, 변화무쌍한 현실 도로에서는 무능함이 된다.



반면 테슬라는 '시각(Vision)'과 '신경망(Neural Network)'에 베팅했다. 그들은 고정밀 지도 대신, 인간처럼 눈(카메라)으로 상황을 보고 판단하는 방식을 택했다. 테슬라의 AI는 수십억 마일의 실제 주행 데이터를 먹고 자랐다. 그 데이터 속에는 신호 위반, 비포장도로, 악천후, 그리고 정전 같은 온갖 무질서(Entropy)가 포함되어 있다.


신호등이 꺼졌을 때, 테슬라의 AI는 지도를 찾는 대신 '상황'을 인식했다. "신호등이 꺼져 있다. → 그렇다면 이것은 비신호 교차로다. → 다른 차들이 멈칫거린다. → 눈치껏 진입하자."

이것은 규칙 기반의 연산이 아니라, 인간의 '직관(Intuition)'을 모방한 추론이다. 테슬라는 혼돈을 피해야 할 오류가 아니라, 처리해야 할 변수로 받아들였다. 불이 꺼지자 증명되었다. 현실은 이론이 아니라 실전이라는 것을.



웨이모의 방식은 '시뮬레이션'이라는 온실 속에서 완벽하다. 하지만 현실 세계는 통제 불가능한 변수들로 가득 찬 야생이다. 공사판이 벌어지고, 폭우가 쏟아지고, 전기가 끊긴다.

지도는 과거의 기록일 뿐, 현재의 현상(Phenomenon)을 실시간으로 담아내지 못한다. 지도에 의존하는 자율 주행은 책(지도)에 없는 문제가 나오면 펜을 놓아버리는 모범생과 같다. 반면, 야생의 잡초처럼 수많은 '실패 데이터'를 학습한 테슬라는 정답이 없는 문제 앞에서도 기어이 답을 찾아낸다.



샌프란시스코의 정전 사태는 자율 주행을 넘어, 인공 일반 지능(AGI)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시사한다.

진정한 AI는 잘 정리된 도서관(웨이모)이 아니라, 시끄럽고 무질서한 장터(테슬라)에서 완성될 것이다.

데이터의 완벽함보다는 데이터의 불완전함을 견디는 힘. 지도가 없을 때 길을 만드는 능력.

어둠 속에서 멈춰 선 웨이모와 그 옆을 지나친 테슬라의 뒷모습은 다가올 미래가 누구의 손을 들어줄지 명확히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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