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 제국의 양극화

by 김경훈

미국 스타벅스의 본토 점유율이 50퍼센트 아래로 추락했다는 소식과 한국 스타벅스가 전 세계 3위 시장으로 도약했다는 소식은 정보학적으로 매우 흥미로운 대조를 이룬다. 이는 단순한 커피 판매량의 차이가 아니라, 브랜드가 이용자의 일상에 침투하는 방식, 즉 시스템 설계의 승패가 갈린 결과라고 볼 수 있다.



데이터 이전의 위기 : 가성비라는 이름의 필터에 걸린 미국


미국 시장에서 스타벅스의 점유율이 주저앉은 이유는 명확하다. 고물가 시대에 9달러가 넘는 라떼와 샌드위치는 이용자들에게 심각한 비용 과부하를 일으키는 노이즈가 되었다. 미국인들은 여전히 커피를 사랑하지만, 스타벅스라는 특정 서버를 고집하기보다 던킨이나 더치 브로스 같은 가성비 좋은 대체 서버로 데이터를 이전(Migration)하고 있다.


미국 스타벅스가 매장 경험이라는 아날로그적 가치에 머물러 있는 동안, 신생 브랜드들은 드라이브 스루와 속도라는 효율적인 인터페이스를 앞세워 시장을 잠식했다. 브랜드에 대한 충성도라는 메타데이터가 가격이라는 강력한 필터 앞에서 무력해진 셈이다. 이는 하드웨어(커피)의 가격이 이용자의 수용 한계를 넘어설 때, 시스템 전체의 이탈률이 급증한다는 정보 경제학의 기본 원리를 보여준다.



한국형 스세권 : 초고해상도 밀집도와 생존 필수품으로서의 인덱싱


한국의 상황은 정반대이다. 매장 수 2114개라는 수치는 인구 2.4배인 일본을 제칠 만큼의 압도적인 밀집도를 자랑한다. 특히 강남 테헤란로 일대의 매장 배치는 블록 단위의 촘촘한 네트워크 인프라 구축과 다름없다.


한국인에게 커피는 단순한 기호식품이 아니라 일상을 가동하기 위한 연산 동력이자 문화적 아카이브의 일부이다. 세계 평균의 2.7배에 달하는 소비량은 스타벅스가 한국 사회에서 단순한 카페를 넘어 하나의 사회적 허브이자 랜드마크로 인덱싱되었음을 의미한다. 3조 원이라는 매출은 이러한 압도적 밀집도와 문화적 락인이 만들어낸 지표이다.



디지털 팬덤 : 사이렌 오더라는 강력한 락인 알고리즘


두 시장의 운명을 가른 결정적 한 끗은 디지털 생태계의 장악력이다. 미국이 속도와 경험 사이에서 갈팡질팡할 때, 스타벅스 코리아는 사이렌 오더와 리워드 멤버십이라는 강력한 디지털 OS를 구축했다. 800만 명에 달하는 월간 활성 사용자(MAU)는 국내 웬만한 배달 플랫폼을 압도하는 트래픽이다.


국민 3.5명당 1명이 멤버십을 가졌다는 것은 스타벅스가 이용자의 신용 정보와 소비 패턴이라는 핵심 메타데이터를 완벽하게 장악했음을 뜻한다. 선불 충전식 카드를 통한 예치금은 기업에 막대한 금융 유동성을 제공하며, 이용자에게는 이 서버를 떠나기 힘들게 만드는 강력한 락인(Lock-in) 효과를 발휘한다. 결국 한국 스타벅스는 커피라는 하드웨어를 파는 것이 아니라, 사이렌 오더라는 고도화된 이용자 경험(UX) 플랫폼을 파는 기업으로 진화했다.



미국 본사가 한국의 모델을 벤치마킹해야 한다는 유통업계의 평가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 물리적 제품의 품질만큼이나 중요한 것은 그 제품을 이용하는 과정의 디지털 편의성과 브랜드 팬덤의 데이터화이다. 스타벅스 코리아의 성공은 모든 비즈니스가 결국은 정보 서비스업으로 귀결된다는 정보학적 통찰을 다시 한번 증명한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사마귀의 억울한 데이터 로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