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나는 2026년의 기록들을 인덱싱하다가 기묘한 혼란에 빠진다. 내가 지금 정리하고 있는 이 숫자들이 정말 오늘날 서울의 초등학교 교실 풍경인지 아니면 인류의 극단적인 분화를 다룬 아카식 레코드 기반의 에스에프 소설 설정인지 도무지 헷갈린다. 분명히 같은 강남권이라는 행정 구역 안에 있는데 누구는 7명이 모여 입학식을 하고 누구는 263명이 몰려 북새통을 이룬다. 이 말도 안 되는 데이터의 격차는 이미 현실의 경계를 아득히 넘어서 있다.
38배의 단층 : 같은 강남 다른 행성
서초구 잠원초등학교의 신입생은 263명이다. 반면 강남구 대청초등학교의 신입생은 단 7명이다. 두 학교 사이의 신입생 수는 무려 37.5배나 벌어져 있다. 이것은 단순한 인구 감소의 결과가 아니다. 주택 입지라는 강력한 소스 코드가 아이들의 시작점을 완전히 다른 행성으로 갈라놓은 결과다.
학령인구가 줄어든다는 거시적인 데이터 뒤에는 이토록 잔인한 미시적 격차가 숨어 있다. 7명의 아이가 앉아 있는 교실과 263명이 북적이는 교실은 서로 다른 시간대를 살아가는 평행 우주처럼 보인다. 강남이라는 화려한 이름표 아래에서도 누군가는 소규모 학급이라는 고립된 섬에 남겨지고 누군가는 거대 단지라는 거대한 대륙의 일부가 된다.
빌라의 정체와 아파트의 팽창
격차의 원인은 명확하다. 1990년대에 조성된 빌라 밀집 지역은 전입과 전출이 적고 학령인구 유입이 제한된 정체된 서버와 같다. 대청초나 방현초 양전초 같은 곳들이 이 투명한 장벽에 갇혀 있다. 반면 대단지 아파트가 밀집해 있거나 학원가라는 강력한 인프라를 갖춘 잠원초 서원초 원촌초 등은 끊임없이 새로운 데이터 즉 아이들을 빨아들인다.
부모들은 자신의 아이를 정체된 서버가 아닌 가장 활발하게 업데이트되는 시스템 안에 밀어넣고 싶어 한다. 입지라는 메타데이터가 교육의 환경을 결정하고 다시 그 환경이 부동산의 가치를 공고히 하는 이 지독한 순환 구조는 에스에프 소설 속 계급 사회의 문법과 소름 끼치도록 닮아 있다.
사립초라는 이름의 프리미엄 루트
공립학교 사이의 격차가 벌어지는 동안 사립초등학교는 그들만의 성벽을 더 높이 쌓아 올린다. 전체 학령인구는 줄어드는데 서울 사립초의 평균 경쟁률은 8.2대 1이라는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1인당 지원 학교 수를 3개로 제한했는데도 이 정도다.
사람들은 이제 보편적인 공교육 시스템을 신뢰하기보다 자신들만의 특화된 교육 알고리즘을 제공하는 사립이라는 프리미엄 루트에 접속하기 위해 사활을 건다. 누구나 접근할 수 있는 정보가 아닌 선택된 소수만이 누릴 수 있는 고급 데이터를 획득하려는 이 치열한 경쟁은 2026년 대한민국 초등학교 입학 전형이 보여주는 가장 서글픈 풍경이다.
7명의 입학생을 둔 학교의 교장 선생님과 263명의 아이를 맞이하는 교장 선생님은 서로 어떤 기분으로 신학기를 준비하고 있을까. 내가 기록하는 이 데이터들이 미래 세대에게는 그저 지나간 과거의 뉴스이기를 바라지만 현실은 자꾸만 아카식 레코드에 새겨진 불길한 예언처럼 다가온다. 같은 하늘 아래 38배의 격차를 당연하게 받아들여야 하는 이 사회의 리터러시는 과연 정상적으로 작동하고 있는 것일까.
7명의 아이가 입학하는 대청초등학교의 고요한 운동장과 263명이 쏟아져 나올 잠원초등학교의 교문을 번갈아 떠올리며 이 기묘한 에스에프 소설 같은 현실의 다음 장을 인덱싱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