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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슈밍아빠 Feb 26. 2018

첫 출근한 아르바이트생을 응원하며

몸은 힘들어도 마음은 따뜻하길

지난 토요일 저녁 부모님과 함께 식사를 했다. 오랜만에 가족들이 선호하는 메뉴가 맞아떨어졌다. 파스타와 화덕피자를 파는 곳.


메뉴를 고르려다 말고 매장 입구에 쓰인 세트메뉴가 생각났다. 메뉴판을 찾아봐도 없었다.


"저기요"


앳되어 보이는 여자 직원이 다가왔다.


"혹시 매장 입구에 쓰인 세트메뉴 가능한가요?"

"아.. 제가 오늘 첫 출근이라서 물어보고 올게요"


잠시 후 직원이 다시 왔다.


"네, 세트 메뉴는 주말만 가능해요"

"오늘 주말이니 가능하겠네요"

"네"

"메뉴 고르고 주문할게요"


잠시 후 메뉴를 고르고 호출벨을 눌렀다.

다른 직원이 주문받으러 왔다.


"4인용 세트 C메뉴로 할 건데요."

"아~ 고객님 세트메뉴는 주중 런치용이에요"

"아까 된다고 했는데.. 그럼 단품으로 주문할게요"


재빨리 단품으로 바꿔서 주문을 했다. 오늘 첫 출근한 직원이 착각했나 보다. 괜히 길게 이야기해봤자 그 직원만 곤란해질 것 같았다.




문득 전 직장에 첫 출근한 날이 떠오른다.


전화가 왔는데 하필 우리 부서에 아무도 없었다. 어쩔 수 없이 전화를 받았다.


"네, 여보세요?"

"팀장 바꿔"

"아, 팀장님 지금 안 계신데 누구시라고 전해드릴까요?"

"야이 XX야, XXX, XXX 맞지? 대답해봐?"

"네, 제가 잘 모르겠습니다.."


욕설과 모르는 용어가 뒤섞인 내용이라 알아들을 수 없었다. 대답을 강요하는 바람에 얼떨결에 "네"라고 대답을 했다. 나중에 전화를 어떻게 받았냐고 팀장님께 혼났다.


거래처 사장이 전화받은 사람이 자기가 요구한 대로 해주겠다고 했으니깐 약속을 지켜라고 했다는 것이다. '본사에 클레임 넣겠다.' '약속 지켜라'라고 팀장님께 소리를 지르고 난리를 치는 바람에 회사가 손해 보면서 들어줬다고 했다.  

 

첫 출근부터 회사에 손해를 끼쳤다. 그 후 나는 위축되었다. 거래처 사장은 신입사원의 실수를 물고 늘어져서 이익을 냈다. 지금 생각하면 나쁜 사람이다.  




첫 출근해서 고객에게 메뉴 안내를 잘못할 수 있다. 하지만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옆 테이블에서도 그 직원이 우왕좌왕하는 것을 봤다. 처음이니깐 잘 못하는 게 당연하다. 추가로 주문을 할 때마다 그 직원이 우리 테이블로 오면 실수할까봐 내가 긴장이 되었다. 마음속으로 외쳤다.


'이쪽으로 오지 마요'


고객이나 선배 직원이 실수를 너그럽게 봐주고 천천히 일을 가르쳐주었으면 좋겠다. 나처럼 첫 출근부터 나쁜 기억을 가지고 일을 시작하지 않았으면 한다. 시간이 지나면 업무나 고객응대는 얼마든지 잘할 수 있다.




젊은 나이에 매장에서 일하는 청년들을 보면 대견하기도 하고 짠하기도 하다. 대부분 아르바이트생이 많을 것이다. 학업과 취업준비처럼 해야 할 것도 많고, 연애나 여행처럼 하고 싶은 것도 많을 텐데..


청년들이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사회생활의 혹독함 보다는 노동의 성취감을 느꼈으면 좋겠다. 갑질로 인한 울분보다는 세상의 따뜻함을 먼저 알았으면 좋겠다.

 

정직하게 땀 흘려 일하는 청년 아르바이트생을 응원합니다^^




※ 예전에 커피점에서 아르바이트하시는 분이 댓글을 써주셨습니다. 인사를 제대로 받아주기만 해도 기분이 좋다는 내용이었습니다. 그 뒤로 매장을 이용할 때 같이 인사를 합니다. 직원에게만 친절을 요구할 것이 아니라 고객도 친절한 대접을 받을 자격을 갖추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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