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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슈밍아빠 May 02. 2016

아이들은 정직하다

딸에게 좋은 아빠가 되고 싶다

일요일 밤. 회사 동료의 상갓집에 다녀왔다. 내가 없는 동안 딸이 아빠를 애타게 찾다 잠이 들었다고 한다. 아내에게 딸이 했던 말을 전해 듣고 기분이 좋아졌다.  


아빠는 어디 갔어? 아빠는 언제와?
난 아빠가 좋아.


역시 아이들은 정직하다. 시간을 함께 보낸 것만큼 효과가 있었다. 딸아이가 첫돌 무렵 일 때 나는 결코 좋은 아빠가 아니었다. 딸은 아빠를 보면 울었고, 아빠를 찾는 일이 드물었다. 그 당시 나는 신입사원이었고 지금보다 가족들과 보내는 시간이 적었다. 게다가 나에게 우선순위는 회사일이었다. 솔직히 딸과 놀아주는 것이 피곤하고 귀찮았다. 마지못해 딸과 함께하는 시간에도 나는 성의가 없었다. 책을 읽어줄 때도 교과서를 읽듯이 했고, 장난감을 가지고 놀아줄 때도 시선은 TV나 스마트폰에 있었다. 아이는 잘 모를 것이라고 생각했다. 참 바보 같은 생각이었다.




어린아이도 자기를 좋아하는지 아닌지를 안다. 그래서 아마 나를 좋아하지 않았던 것이 아닐까? 딸과 놀아주기 귀찮은 아빠, 아빠를 좋아하지 않는 딸. 우리 둘은 서로에게 상처를 주었다. 아내와의 진지한 대화와 고민상담을 통해 딸에게 최선을 다해 보기로 했다. 잠을 재우거나, 책을 읽어줄 때, 놀이를 할 때도 영혼을 실었다. 어떻게든 아빠는 재밌다는 생각이 들도록 노력했다. 새로운 놀이나 장난을 시도했다. 그리고 점점 같이 보내는 시간을 늘려갔다. 그렇게 2년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딸은 조금씩 아빠라는 존재를 인정하고, 서서히 마음을 열었다. "아빠 좋아, 나는 아빠 딸이야"라는 말을 들을 때마다 힘이 났다. 언제부터인가 딸의 꿈나라는 내가 책임을 지게 되었고, 눈을 뜨고 가장 먼저 찾는 대상이 "아빠"가 되었다. 나는 충분히 목표하던 바를 이루었다.




요즘은 딸과의 평생 잘 지내려면 시기별로 어떤 아빠가 되어야 고민 중이다. 당분간은 지금처럼 웃고 놀면서 시간을 많이 보내는 아빠가 좋을 것이고, 유치원에 가면 함께 여행 다니고, 체험학습을 할 수 있는 아빠가 되고 싶다. 초등학생이 되면 배우고 싶은 것들을 배울 수 있게 뒷받침해줄 수 있는 아빠가 되야겠다. 중고등학생이 되면 하고 싶은 일을 찾을 수 있게 도와줄 수 있는 아빠가 되고 싶다. 대학생(성인)이 되면 딸이 자랑스러워할 수 있는 아빠가 되었으면 한다. 끝으로 딸이 하고 싶은 일을 마음껏 하면서 살아갈 수 있도록 경제적으로 충분한 지원을 해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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