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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제주갑부훈 Sep 11. 2021

버마난민음악학교 학생, 내 친구 에뽀에게

내가 제주도에 버린 것들


이별 선물로 릴라와디
꽃 한 송이를 준비했어
영어로는 플루메리아,
꽃말은 <당신을 만난 것은 행운이야>

우리는 일 년에 한 번 피는 행운이야
꽃이 진다고 슬퍼하지 말자
플라스틱 꽃에게 무슨 아름다움이 있겠어

부디 우리 영원을 약속하지 말고,
지금 이 순간 무한 하자
이 순간 아름답게 폈다가,
내일이면 져버릴 것을 두려워하지 말자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고 불 속으로 뛰어드는 나방의 표정을 너도 보았더라면
진정한 자유에 대해 설명하는데 우리는
긴긴 시간을 쓰지 않아도 되었을 텐데.

지금 괴롭다면
그것은 즐거움이 출발했다는 소식인 것처럼사랑은 이별보다 먼저 찾아오는 얼굴일 뿐,

나 다시 꽃으로 돌아올 때,
울긋불긋한 생명력 분주히 오고 가는
초록을 선물해줘.

내년에 또 날아올게.
안녕, 맹글라바


우리는 서로의 주먹을 가볍게 부딪혔다 떨어지며, 움켜쥐고 있던 손가락을 흩날리는 꽃잎처럼 천천히 그리고 부드럽게 공중에 뿌리며 작별 인사를 했다



- 희망이 아닌 미래를 선물해주고픈 사랑하는 에뽀에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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