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제주도에 버린 것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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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도 버마난민음악학교 아이들과 예술교육을 진행했다.
이제는 빠질 수 없는 연례행사가 된 모두의 생일파티를 열어 케이크도 자르고 초도 불며, 신나게 춤추고, 노래하는 것을 마지막으로 모든 일정을 끝마쳤다. 아이들을 잘 먹여달라 굳이 사족을 보태며 장학금을 전달하고 학교를 나오는 길, 에뽀와 마주쳤다. 에뽀는 오늘 하루 즐겁게 보냈냐는 내 어리석은 질문에 흙먼지 범벅인 제 발과 무릎을 들어 보이며 나를 부끄럽게 만드는 여섯 살 꼬마 독설가이다.
<잘 지내고 있어, 에뽀. Happiness always with you>
별처럼 반짝이는 크고 깊은 눈에게 작별 인사를 건넸다.
<OK>
예쁜 에뽀가 예쁘게 대답했다. 그리고 우리는 새끼손가락 마주 걸고 내년에 또 보자 약속했다.
함께 있지만 벌써부터 나를 그리워하는 에뽀.
에뽀의 뭐라 묘사하기 힘든, 하지만 매우 낯익은 표정에서 무엇이 나를 이곳으로 오게 하는지를 보았다.
내 편은 하나도 없는 것 같은 외로움에 고립되어 따뜻한 말 한마디 간절히 기다리고 있을 때, 조건 없는 무한한 사랑을 주었던 나의 스승들도 지금 에뽀의 얼굴을 감싸고 있는 저 빛을 내게서 보았을 테지.
에뽀의 얼굴을 한 나를 꼭 안아주고 돌아 나오는 길,
나는 왜 난민학교에 오는가 하는 질문을 더 이상 하지 않기로 했다. 그리고 <나는 왜 너가 아니고 나인가> 하는 괴로움으로부터도 자유로워졌다.
너를 알기 위해 나는 나로 이 세상에 태어났으며, 또 나를 알기 위해
나는 너로 태어나지 않은 것이다.
함으로 너를 사랑하는 것은 나를 사랑하기 위함이고, 내가 나를 사랑하는 것은
너에게 온전한 사랑을 주기 위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