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후야맘 Jan 25. 2024

5. 모유가 제발 나왔으면 좋겠어요


1화 보러가기 ☞ 1. 임신 29주 0일, 갑자기 찾아온 조기 진통 (brunch.co.kr)


 첫 면회 후 잠들지 못한 밤이 지났다. 지난밤 내내 어떻게 하면 모유를 아기에게 가져다줄 수 있을까 하는 생각뿐이었다.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남편에게 부탁해서 유축기를 포함한 유축에 필요한 물품들을 챙겨 와 달라는 부탁을 하고, 나는 유축에 관한 온갖 영상들을 찾아보며 공부를 했다. 


 무엇보다 모유가 나와야지 유축을 할 수 있는 것인데, 어젯밤 내내 손유축하는 방법으로 짜내보았지만 방울방울 10cc도 안 되는 양을 얻은 게 전부였다. 마음이 너무나 초조했다. 분유는 자꾸 게워내서 금식하고 있는 아기를 위해 내가 유축모유를 가져다줄 수 있다면 소원이 없을 것 같았다.


 오케타니 마사지를 받으면 모유를 촉진시킬 수 있다고 해서, 병원에서 가까운 곳에 있는 오케타니 마사지사에게 전화를 걸었다. 조산을 해서 아기를 위해 빨리 모유를 전달해주고 싶은 내 마음을 구구절절이 설명드렸더니, 추석 연휴이긴 하지만 모유촉진 마사지를 해주겠다며 28일에 샵으로 방문해 달라고 하셨다. 그리고 출산한 지 이제 이틀차이기 때문에 모유가 아직 안 나올 수 있으니, 너무 조급한 마음을 가지지 말고 몸을 잘 회복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말씀을 남겨주셨다.


 병원에서는 자궁수축억제제 부작용을 확인하기 위해 수시로 혈액검사 중이었는데, 염증수치가 좀처럼 떨어지지 않는다며, 27일 오후에 퇴원이 예정되어 있다가 퇴원을 하루 더 미뤘다. 담당의는 28일 오전 혈액검사에도 염증수치가 아직 있어서 29일에 퇴원하면 좋겠다고 하셨는데, 나는 모유유축을 위해 28일 오후에는 꼭 오케타니 마사지를 받고 싶은데 몸이 많이 안 좋은 것이 아니면 퇴원하게 해달라고 간곡하게 부탁드렸다. 담당의는 니큐에 아기를 둔 엄마의 심정을 눈치채셨는지, 퇴원결정을 해주셨다. 아무리 유축해도 내 젖은 나오지가 않아서 너무나 초조했다. 지금 생각해 보면 그럴 일이었나 싶지만, 그 당시에는 아기를 살리는 유일한 길처럼 느껴졌던 것 같다. 


 아기를 병원에 혼자 두고 나는 퇴원한다는 게 마음에 걸리긴 했지만, 빨리 모유를 나오게 해야 된다는 숙제를 나는 해결해야 했기에 아픈 마음을 달래고 집에 왔다. 오케타니 마사지를 받고 출산 5일 차부터 초유양이 급격히 늘었다. 한 번도 모유라는 것을 담아본 적 없는 내 가슴은 과부하가 걸렸는지 돌덩이처럼 변해서 옷만 스쳐도 아픈 지경이 되어버렸다. 그래도 모유가 나오고 있다는 사실이 너무나 기뻤다.


 점심, 저녁 하루에 두 번 니큐에 면회 갈 때마다 모유를 가져다 드렸는데, 아기는 모유를 먹기 시작하면서 금식이 해제되고, 소화도 잘 시키고 있었다. 니큐에서는 아기에게 모유가 잘 맞는 거 같다며, 열심히 모유유축을 해준 나를 격려해 줬다.


"첫날부터 유축해서 가져다준 어머니는 정말 드물어요. 어머니 정말 잘하고 계신 거예요"


 슬픈 와중에 이 말이 얼마나 의기양양하게 느껴졌는지 모른다. 임산부 때 산후조리원이라는 드라마를 본 적이 있는데, 거기에서 산후조리원에 입원한 산모들이 모유에 엄청나게 집착하는 모습들이 나왔다. 나는 그런 모습들을 보면서 모유에 뭘 저렇게 집착할 일인가 하며 웃어넘겼는데, 내가 모유 집착의 끝판왕이 되어버렸다. 그렇게 모유에 울고 모유에 웃는 나날들이었다.


2023. 09. 27 ~ 09. 30.


이전 04화 4. 신생아중환자실 첫 면회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