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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후야맘 Jan 28. 2024

7. 축하받지 못한 출산


1화 보러가기 ☞ 1. 임신 29주 0일, 갑자기 찾아온 조기 진통 (brunch.co.kr)



 남편이랑 니큐에 아기랑 저녁 면회를 하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 남편 친구에게서 전화가 왔다. 친구가 임신한 와이프 안부를 물었는 모양이다. 그런데 아직 출산 시기가 아닌 것을 알고 있는데 출산했다는 소식을 듣고 깜짝 놀랐는지 전화가 온 것이었다.

     

 남편은 운전 중이어서 일단 전화를 끊으며, 걱정되는 어투로 말했다.     

   

   "하 참... 어떻게 말해야 될지 모르겠네... 기쁜 소식도 아니고..."          


 이 말을 들은 나는 순간 발끈했지만 이내 수긍했다. 나도 마찬가지였기 때문이다.     


 출산휴가 기간조정 때문에 회사에 출산 소식을 알릴 때도 왠지 알리고 싶지 않은 찜찜한 마음이었다. 거의 매일 연락하고 지냈던 친구와 지인들과도 조기진통으로 입원한 이후로 일방적으로 연락을 끊었다. 그게 아니면 몇몇에게는 조산해서 정신이 없으니, 나중에 자세히 얘기하겠다고만 말해둔 상황이었다.

     

 남들이 나를 안타깝게 여기는 것도 싫었다. 그리고 이런 말이 좀 우스울지 모르겠지만 자존심도 상했다. 그도 그럴 것이 우리 아빠는 매일 점심, 저녁으로 아기 면회 가서 찍은 사진을 보내달라고 아우성이었다. 인큐베이터에서 크고 있는 아기 사진을 찍는다는 것은 힘 빠지는 순간들이 많다. 눈은 황달치료하느라고 안대를 끼고 있고, 코에는 양압기를 끼고 있고, 입에는 위관줄을 달고 있고, 손발에는 정맥주사관이나 산소포화도 측정 줄을 끼고 있는 아기... 사진을 찍고 보면 아기를 찍은 건지 의료기기를 찍은 건지 분간이 안될 때도 있었다. 그런데 아빠는 매일 하루에 두 번씩 나에게 아기 사진과 동영상을 요구해 왔다. 그러다 어느 날 아무래도 심경이 복잡해진 찰나에 아빠 전화에 터져버렸다.


   "아빠, 자꾸 사진 달라고 하지 마. 오늘도 똑같아.
오늘도 똑같이 양압기 끼고 있고, 황달치료하느라고 안대 쓰고 있어."


 욱해서 신경질 난 나에게 아빠는 의외의 대답을 하셨다.


   "아냐, 달라. 오늘 낮에는 손을 쫙 피면서 기지개도 켰고,
저녁에는 엄마 아빠가 면회 와서 기쁜지 활발하게 움직이고..."


 아빠의 말을 듣고 보니 아차 싶었다. 나는 아픈 아기의 모습에만 집중하다 보니 막상 하루하루 커가고 있는 아기를 있는 그대로 보지는 못했다. 벌써 아기가 태어난 지 10일이 넘었다. 아기는 몸도 마음도 준비하지 못한 채 이 세상에 나왔다. 하지만 용감하고 씩씩하게 견뎌오며, 조금씩 니큐생활에 적응해서 하루하루 성장하며 시시각각 다른 모습을 보여주었다.

     

 그런데 이렇게 자랑스러운 아기를 두고, 엄마와 아빠는 다른 사람들에게 제대로 말도 못 하는 떳떳하지 못한 마음을 가졌다니... 갑자기 아기한테 너무나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이후로 나는 건강하게 퇴원해서 아기가 병원에서 어떻게 하루하루 성장하며 지내오는지 보람된 마음으로 보았다. 아기가 힘겨운 사투를 벌일 때는 그러기가 힘들었지만, 그래도 인큐베이터에 있는 아기에는 최대한 밝고 희망찬 목소리를 들려주었다.


"우와~ 우리 아기 엄마아빠가 와서 기분이 좋구나?
이제 팔다리를 이렇게나 잘 움직이게 됐네~"

 그리고 나의 출산을 스스로 축하해 주었다. 더불어 주변 지인들에게도 거림낌 없이 나의 출산소식을 알렸다. 연락이 두절돼서 걱정하고 있던 지인들로부터 그제야 나는 출산을 축하받을 수 있었다.

     

세상에서 제일 사랑하는 우리 아가... 엄마와 아빠 품으로 빨리 오고 싶어서 일찍 나온 우리 아가...
엄마 아빠는 새싹이가 태어나서 너무나 기쁘단다. 비록 우리 아가가 아플까 봐 걱정이 많긴 하지만, 씩씩하게 잘 견뎌내는 우리 아가가 엄마 아빠보다 더 훌륭하고 용감한 사람 같아.

새싹아, 엄마 아빠랑 빨리 놀고 싶어서 빨리 세상에 나왔는데, 그러지 못해서 아쉽지? 지금은 꿈속에서 엄마 아빠랑 재밌게 놀다가 시간이 흘러 퇴원하면 엄마 아빠랑 매일 재밌게 놀자! 새싹이 태어난 지 10일 된 거 정말 정말 축하해! 지금까지 잘해왔고, 앞으로도 잘할 수 있을 거라 엄마는 믿는단다. 오늘도 사랑해.     

2023. 10. 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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