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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후야맘 Jan 28. 2024

6. 새벽3시, 응급실에 실려가다.


1화 보러가기 ☞ 1. 임신 29주 0일, 갑자기 찾아온 조기 진통 (brunch.co.kr)



 출산 13일 차, 아기의 퇴원은 기약이 없는 것이 당연했고, 나는 집에서 산후조리 중이었다. 임신 중기에 산후조리원을 예약했었지만, 도저히 아기를 병원에 두고 편히 누워 쉴 자신이 없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산후조리원에 가면 다른 엄마들은 모자동실이며, 뉴본아트 촬영이며 아기와 행복하게 적응하는 시간들을 보내고 있을 텐데 나 홀로 그 시간들을 보낼 자신이 없었다.


 내가 현재 할 수 있는 것은 아기를 위해 모유 유축을 하는 것과 이른둥이 관련 서적을 탐독하며 공부해서 지금 현재 우리 아기가 어떤 상태인지, 어떤 치료과정을 겪을 것이며, 지금 병원에서는 아기를 충분히 잘 치료하고 있는지를 놓치지 않고 파악하는 것이 전부였다.


  산후조리는 뒷전이 되었고 매일 낮, 저녁 면회를 가야지만 내 마음이 살 것만 같았다. 낮에 가서 아기 상태를 보고 집에 돌아와서 관련 정보를 책과 커뮤니티에서 찾아보고 하는 생활의 연속이었다. 오늘은 심장초음파, 내일은 뇌초음파, 모래는 선천성 대사 검사,,, 면회가면 간호사와 의사가 알지도 못하는 병명들과 의료 용어들이 쏟아져 머리가 복잡했다.


  아기가 태어난 지 13일이 되던 날 새벽 3시경, 나는 평소처럼 일어나 유축을 했다. 유축을 하면서 이른둥이 관련 서적을 보려고 하는데, 갑자기 가슴과 등이 찌릿찌릿한 통증이 시작되더니 눈앞이 흐려지고 온몸에 힘이 빠졌다.


 '졸려서 그런 걸 거야'라고 마음을 먹는 순간, 통증은 더 심해지고 정신이 혼미해지는 것을 느꼈다. 다급하게 남편을 불렀다. 그런데 목소리가 나오지 않았다. 이러다 큰일 나겠다 싶어 정말 필사적으로 남편을 불렀다.


 "오.. 빠,,,, 오,,,,,빠......."

 

 남편이 이상함을 느꼈는지 방에서 나왔고, 쓰러지기 일보직전으로 온몸에 힘이 빠진 나의 모습을 본 남편은 바로 119를 불렀다. 그렇게 나는 출산한 지 13일 만에 출산한 병원 응급실에 실려갔다. 내 인생에 두 번째로 응급실에 간 날이었다.


 CT와 혈액검사 결과는 일시적인 자율신경실조증이었고, 의사는 명확한 원인이 없기에 별다른 처방도 하지 않았다. 하지만 나를 포함한 주변사람들은 모두 이유를 알았다. 아기만 생각하며 단단히 붙잡고 있던 내 정신력이 더 버틸 수 없이 무너져 내린 것이다. 다시 한번 엉엉 울었다. 이 슬픔은 대체 언제까지 내가 견뎌낼 수 있을까.


 아기와 엄마는 이심전심인 걸까. 아기의 상태도 급격하게 안 좋아졌다. 호흡상태가 안 좋아 양압기를 기도삽관으로 변경하였다. 아기는 그 와중에 탯줄을 떨어뜨렸다. 마치 이렇게 말하는 거 같았다.


 "엄마, 이제부터는 나 혼자서 씩씩하게 잘 해낼게요.
그러니깐 너무 걱정하지 마요."



 시간은 하루하루 흐르고, 아기는 살기 위해 안감힘을 쓰며 버티느라 얼마나 힘겨울지 내가 그 고통을 대신해주지 못해 야속할 뿐이었다.

 아가야, 너를 위해 할 수 있는 건 유축하는 일뿐이라, 엄마는 3시간마다 일어나 너를 생각하며 유축을 한단다. 너를 생각하면 한없이 우울해지다가도 태어나자마자 낯선 공간에서 모르는 사람들의 손길을 받으며 성장하는 용감한 너를 생각하면 엄마도 씩씩하게 살아가야 되겠구나 하는 생각으로 오늘 하루를 버티게 된단다. 우리 아가는 분명 훌륭한 사람이 될 거야. 고난을 겪은 사람은 많이 성장하는데, 태어나자마자 이런 고난을 겪었으니, 이 세상 어떤 어려움도 잘 견디며 살아갈 힘을 얻은 거야.     

 용감하고 대견한 아가야, 비록 엄마랑 지금은 떨어져 있지만, 시간이 어느새 훅 흘러 함께하는 날이 올 거야. 그때까지 뱃속에서 들었던 엄마의 목소리 잊지 말고 기억해 줘. 사랑해.     


2023. 10.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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