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후야맘 Jan 31. 2024

8. 인큐베이터에서 나오다.

처음으로 엄마 아빠 품에 안긴 아기, 퇴원하기까지


1화 보러가기 ☞ 1. 임신 29주 0일, 갑자기 찾아온 조기 진통 (brunch.co.kr)



 "어머니~ 후야 내일은 바구니로 나올 거예요."


 모유를 유축한 보람이 있게 아기는 하루하루 건강해졌다. 1490g으로 태어난 후야는 2060g으로 몸무게가 늘었다. 호흡과 체온조절을 기계의 도움 없이 잘하고 있다는 것이 확인된 뒤에 인큐베이터 졸업이 결정된 것이다. 이 말을 들은 그날 밤은 너무 설레서 잠을 못 이뤘다. 출산하고 난 뒤에 32일 만에 처음으로 아기를 안아보게 된 것이다.


 이날은 평소와 달리 괜히 옷차림도 신경이 쓰였다. 설레는 마음으로 면회가 시작되었고, 간호사엄마는 의자에 앉은 나에게 아기를 건네주었다. 많이 컸다지만, 아직까지도 내 손바닥만 한 얼굴의 아기... 힘을 조금만 잘 못줘도 아기가 아파할까 봐 식은땀이 뻘뻘 났다.


'세상에 그 어떤 것도 이보다 소중한 것은 없을 거야...'


 처음 아기를 안은 순간, 마음이 얼마나 뭉클했는지 모른다. 그 간 출산부터 면회 다니느라 힘들었던 마음이 모두 녹아내린 순간이었다.


 바구니 나온 후야는 하루가 다르게 성장했다. 태어난 지 54일 차에 퇴원하기로 결정되었고, 니큐에 있는 아기들의 마지막 관문이라고 하는 뇌 MRI 검사도 무사히 마쳤다. 퇴원교육도 3일간에 거쳐서 받았다.


 집은 아기를 맞이하기 위해 대대적인 구조변경과 함께 아기 물품들로 채워지고 있었다.


 아기의 퇴원날짜만 매일 손꼽아 기다렸는데, 막상 집에 온다고 하니 아기가 집에서 잘 지낼 수 있을지 두려움도 함께 밀려왔다. 병원에서 프로인 간호사엄마들의 손길로 보살핌을 받다가 어설픈 엄마 아빠 품에 안겨 얼마나 울게 될지 상상이 안 갔다.


 퇴원하기 전날, 아기 침대부터 기저귀 갈이대 등등 물품을 세팅해 놓느라 한숨도 제대로 자질 못했다. 동이 트자마자 나는 졸음이 밀려와 잠이 들었다. 얼마나 지났을까. 남편이 나를 불렀다.


   "이제 밥 먹고, 후야 집으로 데려와야지!"


 거실에 나갔다. 플래카드에 적힌 메시지와 "우리 가족"의 사진들


   "그간 고생 많았어~ 당신과 후야가 있어 너무 행복해. 고마워 그리고 사랑해"

 남편이 이제 집에 올 후야와 나를 위한 깜짝 서프라이즈로 준비한 이벤트였다. 회사 다니느라, 병원 면회 다니느라 정신이 여간 없었을 남편... 퇴원하는 날 여태 힘들었던 것들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가며 그 순간만큼은 모든 근심걱정이 사라지는 것 같았다.


 면회를 다닐 때, 아기가 조금이라도 컨디션이 안 좋아 보이면, 그날 집으로 돌아오는 길은 침묵이 흘렀었다. 착잡하고 찢어질 것만 같이 아픈 마음을 각자 달래느라 바빠서 서로 위로할 정신이 없었다. 그런 날은 집에 들어오기 전에 차 안에서 함께 후야를 위한 기도를 올렸다.


 세상을 창조하신 하느님, 하느님께서는 저희에게 귀한 자녀를 주시어 창조를 이어 가게 하셨으니 주님의 사랑으로 자녀를 길러 주님의 영광을 드러내게 하소서.

 주님, 사랑하는 저희 자녀를 은총으로 보호하시어 세상 부패에 물들지 않게 하시며 온갖 악의 유혹을 물리치고 예수님을 본받아 주님의 뜻을 이루는 일꾼이 되게 하소서. 우리 주 그리스도를 통하여 비나이다.

 아멘.


 슬픈 마음으로 했던 이 기도는 오늘로 마무리를 짓고, 성장해 나갈 후야를 위한 응원의 기도로 새롭게 계속될 것이다.  

이전 07화 7. 축하받지 못한 출산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