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기가 니큐에 입원한 이후로, 처음으로 간호사 선생님들이 참 부러웠다. 우리 아기를 매일 지켜보고 만져 볼 수 있다니... 아기가 입원한 지 얼마 안 됐을 때는 의료진을 포함 간호사 선생님들을 불신의 눈과 의심의 눈으로 많이 바라보았다. 우리 아기를 그냥 방치하지는 않을지, 제대로 아기 상태를 체크하고는 있을지... 그래서 면회 가면 이것저것 꼬치꼬치 물었고, 뭔가 대답이 곧바로 나오지 않으면 기분이 안 좋아지기도 했다.
그런데 어느 이른둥이 관련 서적을 통해 신생아중환자실은 근무강도가 엄청나게 높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생각해 보면 신생아중환자실은 간병인이 없는 환아들이 입원한 곳이기에, 간호사가 입히고, 먹이고, 재우고, 달래는 것까지 모두 담당한다. 간호사로서의 업무뿐만 아니라 엄마가 해야 될 몫까지 다 해내야 되는 것이다. 그래서 니큐에서 일하는 간호사는 "간호사 엄마"라고 많이들 부른다.
한 번은 우리 아기 면회를 갔더니, 산소줄을 고정시키는 밴드를 예쁘게 하트로 오려서 붙여놓았다. 아기의 배냇짓에 심쿵했다며 얼굴을 붉히며 말하는 간호사 엄마의 모습을 보고 우리 아기를 정말 사랑으로 보살펴주시는구나 싶은 생각이 들었다. 그때 간호사 엄마들에게 쌓았던 방어벽이 무너졌던 것 같다.
신생아중환자실의 아기들은 다 산소포화도 측정기를 달고 있다. 이는 수치가 떨어지면 경보음이 울리는데, 하루에 두 번 면회 갔을 때 들은 여기저기서 울리는 경보음이 집에 돌아와서도 환청으로 간혹 들렸었다. 그들은 얼마나 더했을까.
미숙아들은 특히나 감염병 예방에 힘써야 하기에, 아기를 만질 때마다 손소독제로 소독을 철저히 해야 한다. 아기에게 필요한 물품을 건네드릴 때 얼핏 스치며 보았던 간호사엄마의 거칠거칠한 손이 눈에 띄었다. 하루에 백번도 더 씻을 손이 건조해지지 못해 습진이 생기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을 것이다.
아기가 쑥쑥 커서 인큐베이터에서 나오고, 몸에서 모든 줄을 뗐을 때, 유달리 우리 아기를 예뻐했던 간호사가 다가왔다.
"어머나, 후야~ 너 얼굴이 이따시만해졌어~~!! 어쩜 좋아... 너 내가 다른 곳에 일하다가 온 사이에 정말 무럭무럭 컸구나!!??"
후야가 웃었다. 사랑으로 보살폈던 간호사 엄마를 기억이라도 한 냥... 내 마음도 같이 울컥했다.
후야가퇴원하기 전날, 마지막 면회에서 나는 간호사엄마의 허전함을 느꼈다. 아기가 건강하게 퇴원하니 참 기분이 좋으면서도 사랑으로 보살핀 아기에게 얼마나 정이 들었을지...
간혹 몇몇 간호사엄마들은 나한테나 아기한테나 거리감을 두고 대하곤 했는데, 그때 깨달았다. 그렇게 몇 번 아기에게 정을 주고, 건강하게 퇴원시키다 보니 그들도 이 일을 지속하기 위해 터득한 태도이지 않을까. 언젠가 반드시 찾아올 기뻐해야 하는 이별...
니큐에 있으면서 만난 간호사 엄마들은 모두 한결같이 마음씨가 따뜻했다. 우리에게 먼저 다가와서 말을 안거는 분들도 많았지만, 막상 그런 분들도 면회가 끝나자마자 바로 부모의 따뜻한 눈길을 대신해 아기를 정성으로 대하는 모습을 많이 봤다.
지금은 후야가 퇴원했지만, 우리 아기를 특히나 사랑으로 보살펴 주셨던 간호사 엄마 몇몇 분들은 아직까지도 가끔 눈에 아른거리곤 한다. 후야도 간호사 엄마들을 기억 어느 한편에 예쁘게 담아 놨을지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