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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후야맘 Feb 08. 2024

11. 너를 있는 그대로 사랑해

느려도 괜찮아

 출산하자마자 아기를 니큐에 입원시키고 이른둥이와 관련된 책은 보이는 대로 사들였다. 그 책들을 보면 하나같이 무서운 말들이 많이 적혀 있다. 니큐에서 겪게 될 질병들도 무섭지만, 퇴원하고 와서도 이른둥이들은 같은 시기에 만삭아로 태어난 아기들보다 발달이 느리다. 자폐, ADHD, 뇌성마비 등등,,, 온갖 무서운 이름의 장애가 생길 확률도 높다고 한다. 미숙아로 태어나면 퇴원할 때, 꼭 외래 진료로 잡는 것이 "재활의학과"이다. 혹여나 발달이 심각하게 더디면 조기개입이 필요하기에 확인하는 것이다.


태어나자마자 재활이라니


 이럴 때 사람은 정말 망각의 동물이구나 싶다. 니큐에 입원해 있을 때 매일 눈물바람이었다. 그런데 집에 온 지 두 달이 지나고 세 달이 가까워오니 우리 아기가 미숙아로 태어났다는 사실이 옛날옛적 일만 같다. 그렇지만 어느새 달력에 퇴원할 때 잡힌 재활의학과 외래진료가 다가오고 있음을 발견하였다. 긴장의 끈을 놓지 말아야 된다고 다짐하게 된다.


 후야를 볼 때, 눈은 모빌을 따라 잘 움직이는지, 소리에 반응을 하는지, 몸의 긴장도는 적절한지(뻗침이 있거나 저장인 상태가 아닌지) 예민하게 확인해 보게 된다. 며칠 전에는 유난히 후야의 왼쪽 발목이 강직 돼보였다. 이른둥이들이 발달상 많이 겪게 되는 "발목강직"을 책에서 본 바가 있기 때문이다. 기저귀를 갈다가 발목을 유심히 살펴보았다. 그러다 정신을 차리고 후야의 얼굴을 보았는데, 후야가 나를 쳐다보고 있다.


엄마 내 눈 좀 봐줘요

 그때 깨달았다. 후야 눈에 비친 내 모습은 과연 어떨까? 걱정스럽고 불안한 눈빛의 엄마일 것 같았다. 정작 후야는 미숙하게 이 세상에 태어났어도 씩씩하게 병원생활을 견뎌내고 집에 왔는데, 이를 바라봐주는 엄마는 불안하게 바라보고 있다니... 후야는 후야의 속도대로 잘 크고 있는데 나 혼자 섣불리 걱정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아기는 주양육자의 정서를 다 느낀다는데, 나의 불안한 마음이 오히려 후야를 불안하게 만들 수도 있겠구나 싶었다.


 후야가 비슷한 태생의 친구들과 똑같은 발달정도이길 바라는 마음은 내 욕심일 뿐이다. 느리면 느린 대로, 빠르면 빠른 대로 후야의 속도를 인정해 주고, 있는 그대로 봐주는 것... 먼저 앞서나가서 '그다음엔 이거 할 수 있겠어?'가 아니라 '우와, 사랑하는 우리 아기 이거를 할 수 있게 됐구나'하고 손뼉 쳐 줄 수 있는 엄마가 되어야지. 나는 앞으로 후야를 있는 그대로 사랑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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