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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때굴 Sep 21. 2023

자소서 도르마무

이 또한 지나가리라

드디어 왔다!!

끝나지 않을 것만 같던 자소서 가뭄의 계절이. 그러니까, 얼어붙은 채용 시장이 조금 녹고 있단 거다.


도르마무는 닥터 스트레인지에 나오는 말인데, 어떤 일이 끊임없이 반복될 때 쓰는 주문이다. 물론 지금 내가 써 내린 그리고 써 내릴 수많은 자소서에는 언젠가 끝이 있을 테니 진짜 '도르마무 자소서'가 아니길 바라며 오늘도 취준 일기를 시작해 본다.




최근 언론사의 자소서 트렌드는 '키워드'인 것 같다. 지원동기와 입사 후 포부를 나름 다양한(?) 방법으로 변주해 질문한다. '해시태그'로 나를 나타내보라거나, 가장 의미 있는 실패 경험 '한마디'로 말해보라든지 혹은 AI로는 대체불가한 나만의 '뭔가'를 써보라든지.......




처음 브런치를 시작했을 2019년 무렵. 그때 아마 유럽 여행을 마치고 돌아와 초짜 인턴으로 어떻게 사회생활을 해야 할지 고민했던 득 하고 그 가운데 본격적으로 취업준비를 시작하며 '자소서 쓰기 싫어요 흑흑' 같은 글을 꽤 올렸던 것 같다. 그러다 운이 좋게 일찍 취업을 했는데 그 시기엔 글을 올릴 겨를이 없었다. 스물다섯에 모든 걸 내려놓고 다시 언론고시를 준비하다 보니 어느덧 지금은 스물일곱.


 약 1년 반의 공백. 내 인생에서 가장 긴 공백기다. 누군가는 '야 그게 무슨 말이냐'라고 할 수 있겠지만, 내겐 그렇다. 재수하느라 보낸 1년을 갱신했다. 어쨌거나, 공백기동안 썼던 자소서가 몇 개나 되는지 궁금해서 세어봤는데, 세다가 포기했다. 조금 슬퍼졌기 때문이다(...^^)


그래도 이 정신없는 하반기가, 선선해져 가는 가을 가운데 찾아온 자기소개서의 계절이 싫지만은 않다. 이런저런 사정으로 올해 언론사 채용 규모가 대폭 축소될 거란 예측을 뒤집고 최소한의 기회는 주어진 셈이니 말이다. 물론 이 기회를 못 잡으면 나는 내년에 또 오늘 같은 날을 기다리고 있을 것이지만, 그럼에도.




종종 엄마한테 '엄마 시험 준비 너무 힘들다... 이쯤이면 될 것 같은데 왜 안될까' 투정을 (심하게) 부리면, 엄마는 차분하게 한 마디 하신다.


"네가 인사 담당자라면, 지금의 너를 뽑을까?"

그러니까 이건, 지금 네가 부족하단 걸 알려준다기보다는 자기 객관화를 해보자는 일종의 '신호'다. 열심히 달려왔을지라도 채울 부분이 있다면 차분하게 더해가자는 그런 말이다.


그래서 오늘도 내게 되뇌어 본다. '인사담당자라면, 나를 뽑을까?'

.

.

.

얼른 노트북 덮고 다시 자소서 열심히 쓰고 신문 정리 하러 가야겠다.


개복치의 생존을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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