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다’는 말의 산(山)
새우처럼 웅크려 몸을 껴안고 까무룩 잠이 들다 깨다를 반복했다. 간간이 절벽에 기대 우는 파도 소리가 들렸다. 밤을 새워 우는 기이한 새소리도 들렸다. 섬의 밤은 침묵의 시간일 것 같지만 밤에 는 밤의 생명이 살아간다.
때로는 길 위에서 앓는다. 몸이 앓아 마음을 채근하는지 마음이 앓아 몸을 괴롭히는지 알 수 없다. 홀로 누워 한참을 서럽고 나면 내 몸에 차곡차곡 쌓인 식은땀이 꾹꾹 눌러두었던 곰삭은 눈물처럼 흐른다.
내 몸은 내 몸대로, 내 몸 밖에서 목 놓아 울고 싶었는지 모른다. 마음을 놓는다는 건 마음만의 일이 아닐지 모른다. 그래서 ‘산다’는 말에는 산(山)이 숨어 있는 것만 같다. 산 너머 산이라는 말은 긴 한숨만 같다. 말은 때때로 사전 밖에서 말이 되는 것만 같다.
사랑은 박제된 여행. 그 그윽한 그늘 안에서 오늘 하루 내 몸이 살았다.
#여행의사연
#몸살
#나몰래몸이뱉는긴한숨_하소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