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의 섭리-
지브란, 그의 입술이 빚어내는 단어와 문장, 공백들은 말이라기보다는 주문에 가까웠다.
그녀는 그에게서 태어난 언어들이 마법적인 배열을 이루며 어떠한 운명적인 신호 같은 것을 보내고 있음을 느꼈다.
그녀는 목이 말랐다.
메마른 목을 가진 자가 샘물을 갈구하듯이 그녀가 지브란에게 두 번째 물음을 던졌다.
꿈은 무엇으로 이루어지는가에 대해 지브란이 답했다.
“꿈은 폭풍이 치는 바다가 담긴 병과 같습니다.
비바람 속에서도 길을 잃지 않는 등대의 불빛은 당신을 매료시킬 것이지만, 병의 뚜껑을 여는 순간 사나운 폭풍이 그대를 덮칠 것입니다.
그렇습니다.
꿈은 긴 날의 폭풍과 실낱같은 한 줄기 빛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그러므로 꿈을 이루기 위해 당신은 단단히 채비를 해야 합니다.
긴 항해를 함께할 인내의 포도주가 담긴 오크통과 뜨거운 열정으로 말린 육포를 배에 가득 실으십시오.
선원은 고용하지 않아도 좋습니다.
다가올 모든 폭풍의 바람과 빗줄기 속에서도 꺼지 않는 빛을 볼 수 있는 것은 당신뿐일 것이기에,
그들이 가진 나침반과 망원경은 제 역할을 하지 못할 것입니다.
그러므로 꿈꾸는 이여, 당신은 홀로 가셔야 합니다.
홀로 가는 무소의 뿔과 의탁하지 않는 무중력의 마음으로 담대히 나아가야 합니다.
불어오는 환희를 향해, 강렬한 충동을 향해 춤출 영혼의 돛을 펼치십시오.
전장에 나서는 전사처럼 당신의 날카로운 작살과 끈질긴 그물들을 챙기셨습니까?
모든 준비와 계획을 철저하게 마쳤다면, 이제 그 모든 것을 잊으셔야 합니다.
비겐 뒤 하늘처럼 맑게, 마치 아무것도 없었던 것처럼 말끔하게.
어린아이와 같이 무구 마음으로 바다를 맞이 하십시오.
머지않아 바다는 당신에게서 모든 것을 앗아가려 할 것이기 때문입니다.
바다의 짧은 인내심이 바닥나면 그의 철썩이는 이빨이 당신의 배를 물어뜯을 것입니다.
그의 휘몰아치는 혀가 당신을 고난과 역경의 소용돌이에 처박아 버리고 말 것입니다.
배가 휘청일 때마다 당신의 소중한 짐이 쓸려나간 해도 그것에 집착해서는 안 됩니다.
어제의 양식이었던 그것이 순식간에 침몰하는 닻이 되어 그대를 심연으로 빠뜨릴 것이기 때문입니다.
당신은 침몰하는 것들에 허둥대기보다는 아이와 같은 무구한 웃음을 지을 수 있어야 합니다.
‘난봉꾼 같은 신! 그자가 은혜로운 손길로 손수 종인 진 무게를 덜어주었다’말하며 웃음을 쥐어 짜낼 수 있어야 합니다.
패배의 예감과 암담한 고통이 쥐처럼 창궐하여 당신의 열정을 좀 먹을 때,
당신은 인내의 포도주에 한껏 취하여 ‘난봉꾼 같은 신의 종놈 또한 난봉꾼이다’말하며 짜디짠 파도의 거품에 흐르는 웃음을 씻어낼 수 있어야 합니다.
꿈꾸는 이여, 꿈이란 그러한 것입니다.
하지만 꿈이 고난뿐인 것은 아닙니다.
상상해 보십시오.
밤하늘을 뚫고 당신을 향해 반짝일 별들의 운명적인 반짝임을.
밤의 가장 깊고 어두운 그늘 속에서 당신은 만나게 될 것입니다.
당신을 가야 할 길로 인도할 운명의 별을.
상상해 보십시오.
인식의 너머로 무한히 펼쳐진 당신 영혼의 수평선을.
아무도 가보지 못한, 누구도 듣지 못한 전인미답의 푸르른 신비를.
그대의 세이렌의 노랫소리와 서풍을 타고 춤추는 새들의 날갯짓을.
그대에게 속할 모든 신화적인 나날을.
꿈꾸는 이여, 꿈이란 그러한 것입니다.
그대여, 내게 꿈은 무엇으로 이루어지는가 묻는다면, 나는 답하겠습니다.
그것은 태양의 머리맡에서도 환상을 볼 수 있는 강렬한 꿈의 충동,
포도주와 같이 낮과 밤이 사라진 진공의 시간 속에서도 숙성됨으로 품격을 더하는 인내,
겨울의 하얀 품속에서도 얼어붙지 않는 연인의 두 입술과 같은 붉은 열정,
마지막으로 당신의 밤하늘에 걸린 운명의 별에 대한 믿음으로 이루어질 것이라고.
꿈꾸는 이여, 꿈이란 그러한 것입니다.”
지브란의 이야기를 듣는 동안 그녀는 자신이 은밀한 신비, 불가사의한 마법의 일부가 되고 있음을 느꼈다.
그녀의 가슴은 항구를 떠난 배의 돛처럼 부풀어 올랐었으며, 영혼은 폭풍 속을 지나는 배처럼 거칠게 흔들렸고, 꿈에 대한 믿음은 운명의 별과 함께 밤하늘을 고요히 거닐었다.
미소 짓는 지브란이 그녀의 빛나는 두 눈 위에 손을 얹었다.
노곤해진 몸이 붕 뜨는 것과 같더니 몽롱한 졸음이 밀려왔다.
이중, 삼중의 꿈속에 빠져들 듯 그녀의 정신이 아득해졌다.
잠에서 깨어났을 때 그녀는 매표소 앞의 벤치에 앉아 있었다.
몸이 허물을 벗은 것처럼 가벼웠다.
안내인과 지브란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소나기와 같이 한바탕 꿈을 꾼 것인가 싶었지만, 그녀는 이내 고개를 흔들었다.
먹구름 같던 불안을 뚫고 나온 번뜩이는 활력과 의지가 온몸에 충만하였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