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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상한 나라의 주민A Apr 27. 2024

꿈에 관한 이야기(2)

-꿈의 섭리-




불어오는 바람이 시원했다.     


숲길을 노니던 바람에는 기분 좋은 녹빛 내음이 배어있었다.     


눈까풀을 지그시 누르는 몽롱함에 그녀의 목이 꾸벅꾸벅 흔들렸다.     


“태양 아래에서 몽상가와 같이 고개를 치켜들고, 환한 대낮의 꿈을 꾸는 자만이 진실된 꿈에 다다를 수 있습니다.”     


낯선 이의 익숙한 음성에 그녀가 깨어났다.     


긴 머리를 흩날리는 그는 마치 처음부터 그녀의 옆에 있었던 것처럼 자연스러운 모습이었다.     


그의 이름은 지브란이었고, 그녀는 그가 자신이 찾던 마법사임을 알 수 있었다.  

   

흩날리며 반짝이는 지브란의 머릿결에서 그녀는 어떠한 신비 같은 것을 느꼈다.   

  

그녀는 지브란에게 자신의 고민에 답해주기를 부탁했고, 그는 기쁜 마음으로 그러겠다고 했다.     


그녀가 꿈에 대한 첫 번째 물음을 던졌다. 


꿈은 무엇으로 현명해지는가에 대해 지브란이 답했다.     


“꿈이란 별들의 언어와도 같은 것.     


그들의 희미한 빛과 가쁜 반짝임은 달빛에도 스러지고 마는 애처로운 것이지만, 그것이 그들의 슬픔은 아닙니다.     


그들은 미약하나 불변하며, 스러짐에도 불멸하기에 악몽과도 같이 어둡고, 절망과도 같이 깊은 우주의 심연 속에서도 장엄한 강이 되어 흐를 수 있습니다.     


별들은 자신이 가진 모든 것을 불살라야 합니다.     


고작 모래알 같은 점이 되기 위해 그들은 자신의 숨결을 불살라야 합니다.      


알아주는 이 없는 떠돌이 빛이 되기 위해 그들은 뼛속 깊숙이까지 몸을 불살라야 합니다.     


아무런 약속도, 안식도 없이 스스로를 불구덩이 속으로 내던지는 치열한 어리석음.     


하지만 보십시오. 그들의 어리석음이 이룩하는 위대함을.     


풍랑 속의 배를 이끄는 희망의 인도자.     


구원자의 탄생을 알린 신성한 전령.    

 

인간의 운명을 엮는 신적인 반짝임.     


감히 어떤 현자가 저 하늘의 별보다 빛나는 지혜를 가지고 있다고 할 수 있을까요.     


감히 어떤 예언자가 저 하늘의 별보다 더 많은 것을 보았노라 말 할 수 있을까요.     


무모하지만 담대한 전진으로 견고한 불신을 뚫고 자신의 예언으로 나아가는 것,     


의도적인 어리석음으로 두려움의 밤을 넘어 그 끝에 매달린 여명을 끌어올리는 것.     


꿈꾸는 이여, 꿈이란 그러한 것입니다.     


작열하는 태양이 농장을 불태우고, 술렁이는 대지가 마을을 집어삼킬 때 우리의 영혼은 슬픔과 비탄으로 무너져 내리고 맙니다.     


하지만 그것으로 자연이 어리석다 말하지는 않습니다.     


슬픔으로 그에게 현명해질 것을 촉구하지도 않습니다.     


우리는 그것이 자연의 섭리임을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슬픔과 비탄마저 자연의 경이와 위대함의 일부라는 것을 그대는 알고 있을 것입니다.     


그대가 나아가는 길의 끝에서 기다리고 있는 것이 설령 이카로스의 추락이라 할지라도,     


그대라는 서사가 끝끝내 도달한 결말이 돌이킬 수 없는 파국이라 할지라도,      


그것은 꿈의 섭리가 그러할 뿐.      


당신이라는 인간의 패배를 의미하지는 않습니다.     


패배란 끓어오르지 못하는 미적지근한 가슴, 도피를 열렬히 변호하는 잠든 정신에나 어울리는 단어이기 때문입니다.     


이상을 향해 날아올라 마침내 찬란히 부서진 꿈들을 위하여 축배를 듭시다.     


태양과도 같이 달아올랐던 그 조각들은 우리에게 신의 횃불처럼 꺼지지 않는 영감을 줄 것이기 때문입니다.     

몰아치는 폭풍의 아가리 속을 항해했던 그 조각들은 나침반처럼 우리에게 나아갈 길을 가르쳐 줄 것이기 때문입니다.     


꿈꾸는 이여, 꿈이란 그러한 것입니다.     


과도한 현명함을 경계하십시오.    

 

제아무리 비상한 머리를 가진 자일지라도 숲을 덮은 나뭇잎의 수를 모두 헤아릴 수는 없듯이,     


깨우쳐 지식의 첨탑 위에 선 자일지라도 우주의 탄생과 끝에 대해 모든 것을 이야기할 수 없듯이,     


모든 것을 이성의 형태로 설명할 수는 없는 것입니다.     


기억하십시오.     


꿈꾸는 자의 오늘은 계산적인 자들의 비웃음거리에 불과할지라도,   

  

꿈꾸는 자의 내일은 모든 이에게 칭송받게 된다는 것을.     


불가능을 가능으로 만들어 왔던 것은 치밀한 계산이 아닌, 치열한 열정이었다는 것을.     


정답을 찾으려는 집착에서 벗어나십시오.     


답은 구해지는 것이 아니며, 그대가 가는 길이 곧 답이 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꿈꾸는 이여, 꿈이란 그러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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