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이상한 나라의 주민A
May 05. 2022
우리의 상처를 위한 노래
2022. 05. 05
당신과 이야기를 나눴던 날들이 아직 엊그제 같은데 이걸 어쩌죠. 그럼에도 저는 서른이 되었어요. 지나간 여름의 아지랑이가 떠오르는 지금, 헤어진 당신은 무엇을 하고 있을까요. 새벽의 스탠드 조명 아래서 저는 당신을 생각합니다. 당신도 저와 같은 밤을 지나고 있을까요. 그래서 제 마음을 두드린 걸 까요.
당신은 제게 무모하다고 말했습니다. 그때는 숨기고 있던 것을 발가벗겨진 것 같은 창피함에 그 말을 부정했습니다. 저의 부끄러움을 감추기 위해 당신을 겁쟁이라 욕했습니다. 하지만 아팠던 시간을 추억이라 부를 만큼 시간이 지난 지금, 마주한 밤 앞에서 저는 더 이상 거짓을 말할 수 없습니다. 맞아요, 그때 저는 두려웠습니다. 긍지로 삼았던 용기가 천둥벌거숭이의 만용이 되어버리는 것이, 저의 풋내 나는 어리숙함을 볼 남들의 시선이. 그래서 더 크게 짖고, 당신의 가슴을 거칠게 할퀴었습니다. 상처를 돌봐주지도 못하고 시간을 흘려보내 미안합니다. 늦었지만 지금이라도 이 밤의 독백을 빌려 당신에게 편지를 보냅니다. 미안합니다, 당신에게 모질었던 저를 용서해주세요.
그래요, 우리 모두 어렸던 걸지도 모릅니다. 저의 용기에는 배려가 없었고, 당신은 겁이 많은 사람이었을지도 모릅니다. 그리고 앞으로도 우리는 서로에게 상처를 주게 될지도 모릅니다. 그것이 우리의 운명이라면 저는 그것을 담담히 받아들이려 합니다. 다만, 저로 인해 받을 당신의 이름 모를 상처들을 위해 제 마음을 쪽지로 남깁니다. 이따금 저 먼 지평선에서부터 바람이 불어올 때가 있습니다. 서풍이 제 몸을 신의 악기로 연주하는 날, 저는 영혼의 돛을 펴고 항해에 나섭니다. 제 마음이 앞서간다는 생각이 들 때는 바람소리에 귀를 기울여 주세요. 당신을 향해 손 흔드는 제 노래가 들릴 테니. 설령 서풍을 타고 올랐다 추락한 이카로스처럼 배가 난파할지라도 성난 표정 짓지는 말아주세요. 끝없이 펼쳐진 바다가 우리의 푸른 무도회장이니까요. 그곳에서의 춤을 우리는 삶이라고 부릅니다. 의미 없는 항해라 말하지는 말아주세요. 저는 제 진정한 소망과 운명을 확인하러 가고 싶은 것뿐입니다.
부족한 저를 용서해주세요. 저는 미숙하고 때로는 자기중심적인, 그런 사람입니다. 가끔은 저의 빠른 발걸음이 당신의 가슴을 철렁 내려앉게 할지도 모릅니다. 그럴 때는 노스탤지어의 손수건을 흔들어 주세요. 그러면 당신의 그리운 향을 따라 완만한 그대, 영혼의 만에 닻을 내리겠습니다. 배에서 내린 저의 손을 잡아주세요. 그리고 함께 노래 부릅시다. “우리는 상처받음으로써 사랑했네. 사랑하기 위해 상처받았네. 사랑의 증표로 상처를 택했네”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