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프맨작가 감성 수필> 사람의 사계절 vs 초록소나무

호프맨작가 감성 수필 사람의 계절 초록소나무의 사계절


상록수 소나무도 늦가을이 되면 부분 부분 갈색으로 변한다. 아무에게도 보이고 싶지 않았지만, 갈색으로 묵은 잎새들이 갈아입다가 새잎으로 갈아입는 과정이다.



소나무는 겨울을 견디고 이겨내면서 단단해진다. 아마도 얼어붙었던 나무의 살집이 비늘처럼 갈기갈기 터져있는 것을 그저 참고만 있었을 거다. 그 나무는 눈 쌓인 날에 아무 말도 없이 차가운 눈이 부딪히는 것을 뒤집어쓰고 있었다. 지나친 수분과 영하의 기온이 삭풍과 함께 불어오면 나무의 피부는 오들오들 떤다. 사람들은 아무도 나무의 현기증을 몰랐을 거다. 시린 나무의 오들거림이 현기증이 되어 파동치는 것을 오로지 짓궂은 바람만이 즐기고 머물렀다. 온 세상이 한겨울의 잔인함을 호사로 느끼고 설경을 즐길 때, 나무는 그 자리에서 따뜻한 피난처를 찾을 수 없었다.




소나무가 바늘처럼 날카롭게 잎새를 키워온 것은 그나마 초록빛을 잃지 않기 위한 노력이었다. 넓은 잎새를 자랑하는 버짐 나무들이 헐벗은 겨울을 나는 것과 달리 소나무는 초연하게 초록빛을 지니고 살아간다.


그러서일까? 봄이 와도 사람들은 소나무가 얼마나 힘들게 버텨왔는지 무시하였다. 무관심이었지만, 소나무에게는 무시였다. 이토록 힘들게 초록빛을 갖고 사는데 사람들은 알아봐 주지 않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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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나무는 봄을 기다리고 버티고 있었던 이유가 있었다. 다른 겨우내 숨겨놓아던 솔방울을 싹트기 위해서였다. 소나무에게 꽃이 달리는 꿈을 꾸고 버텨왔다. 한 곳에서 사계절을 보내지만, 그렇게 소나무의 생존 번식을 위한 처절한 꿈을 실현하는 과정이었다.



"소나무 꽃은 완전한 꽃의 형태를 갖추지 못한 암구화수와 수구화수가 한 나무에 따로 달리는 암수 한 그루로 5월에 핀다. 소나무의 열매는 ‘솔방울’이라 부르는데 수정이 된 후 2년에 걸쳐 성숙한다.


잘 여문 솔방울은 아린 1개에 2개의 종자가 들었는데, 한 개의 솔방울에는 약 70~100개의 날개 달린 종자가 들어있다. 솔방울 한 개에 들어있는 100여 개의 종자 중 튼실한 배젖을 가진 종자는 10개 남짓밖에 되지 않는다."


(인용 : 월간 가드닝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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춥고 억센 날씨에서 살아가는 소나무일수록 곧지 않다. 내게는 휘어진 소나무들이 더 슬기롭고 굳세게 보인다. 모진 비바람 악천후에서 살아남으려고 노력한 굽어지고 휘어진 소나무들이 더 애틋하다.


온화한 기후, 따뜻한 기후에서 자라는 활엽수 나무들은 곧고 우람하며 키가 크다. 그들은 축복받은 날씨 탓에 그렇게 자란다. 하지만 사계절을 견뎌야 하는 한반도의 소나무는 그렇지 못하다.



한반도의 소나무는 특히 겨울을 나야 하기 때문이다. 혹독한 삭풍을 이겨내고 봄을 맞이하기 때문이다.


소나무는 여름에 우쭐하지 않는다. 오히려 가을을 맞이하기 위해서 생명을 잉태하는데 게으르지 않는다.


그 자리에서 사계절을 맞이하는데 온몸을 비틀면서 생명의 햇빛과 대화를 한다.


초록 소나무는 같은 자리에서 사계절을 여행하다. 하지만 사람은 사계절을 움직이면서 여행하는 것에 감사하고 있을까? 사람의 사계절은 무엇일까? 소나무에게 배워야 하지 않을까?




사람은 봄에 태어난다. 사람은 태어나면 대지와 하늘의 공기를 맡는다. 그 흙냄새와 공기에 봄바람이 흘러들어와서 사람의 생명은 꽃처럼 피어난다. 10대 중후반, 20대 초반 가장 아름다운 봄의 모습을 갖게 된다. 하지만, 그 시절 미성숙한 사람은 봄의 메시지를 알기 위해서 배워야 한다. 홀로 학습을 위해서 사회의 교육을 집단으로 받지 않으면 결코 봄을 졸업할 수가 없다. 홀로서기를 하기 위해서 서로 함께 설 수 있는 공존을 먼저 배워야 한다. 봄은 공존의 계절이다. 혼자서만 잘났다고 빼어난 미모를 뽐내는 꽃은 가장 먼저 져버린다. 수더분하게 드러나지 않는 오랜 향기를 가진 꽃으로 봄을 배워야만 한다. 진정한 내면의 아름다움을 깨달아야 한다.




비로소 20대말 봄의 졸업 즈음 연인들의 결실이 맺는 30대 여름의 짙은 녹음의 계절을 맞이할 수 있다. 결혼할 수 있는 생명력의 계절이요, 꿈을 영글게 하는 푸르른 최전성기의 숲에 들어가게 되는 것이다. 그 숲에는 유혹도 많지만, 선택할 수 있는 많은 보물들도 널려있다. 베짱이로 살지 않았다면, 여름의 계절은 인생의 꿀맛을 맛볼 수 있는 원숙한 중년의 계절이기도 하다. 중년의 시작을 성공적으로 맞이할 수 있는 사람들의 보상 같은 계절이다. 매미처럼 할 여름철 노래하고 울면서 보내다가 스러지기 전에 깨달아야 한다.




여름에 대하여 할 말이 많다. 셰익스피어는 '한여름 밤의 꿈'에서 꿈같은 사람의 수다를 보여주었다. 생명이 무성한 여름철의 사랑은 낭만적일 수 있다. 우리는 결혼을 낭만으로 시작하지만 여름이 지나기 전에 그 막중한 책임으로 결혼의 가르침을 배우게 된다. 배우자로서, 부모로서 책임을 다할 수 있는 것은 삶을 배우는 생명체의 존중이다. 자신뿐만 아니라 타인의 생명을 존중하는 것을 배워야만 한다. 가장 무성한 녹음이 짙을 때, 오히려 가을을 준비해야 결실을 거둘 수 있다. 겨울은 여름부터 준비하는 자가 날 수 있다.


어쩌면 올곧게만 자라는 것이 정답이 아님을 배우게 되는 것이다. 비틀어지고 꺾이고 돌아가는 삶을 가장 절정의 여름철에 배우는 사람이 쉽게 무너지지 않는다.





가을은 인생의 수확이어야 한다. 수확을 거두지 못하고 갈색으로 메말라 가면 안 된다. 새로운 생명을 잉태할 수 있는 수확의 계절이어야 한다. 그 후에 여력이 다하여 겨울 준비에 들어가게 되면 몸과 마음을 가볍게 잎새들을 떨구어야 한다. 플라타너스 버짐 나무처럼 피부를 갈아입어야 한다. 가을은 사람들에게 가장 많이 변화를 수긍하고 수확을 거둘 수 있는 기회다.




가을은 헐벗기 전에 수확과 결실을 나누어준다. 사람의 생애도 마찬가지로 가진 것을 세상에 나누어줄 수 있는 가을철이 되어야 한다. 언제까지나 자신만 배부르게 살 수 없음을 깨닫고 나눔을 실천해야만 한다. 아낌없이 주는 나무처럼 사람도 보시와 공양을 해야 하는 가을철 같은 중년을 채워야만 한다. 황금 들판의 수확이 무르익을 때, 세상은 결실의 계절이었다. 하지만, 들판이 비어버린 겨울철을 준비하여야 한다. 충분히 나누지 못하면 오히려 곡식들을 여물지 않고 섞어버린다.




겨울을 버텨야 하기에 봄부터 내년 겨울을 준비한다. 중년은 아직 겨울의 계절, 혹독할 수 있는 노년을 만나지 못하였다. 매서운 겨울의 삭풍을 만나기 전에 두터운 내공을 만들고 준비를 한다. 그 내공 속에 비축된 정신력으로 겨울을 이겨낼 수 있는 사람이 봄을 다시 맞이할 수 있는 부활의 기회를 갖게 된다. 솔방울처럼 봄을 맞이할 수 있는 씨앗을 품고 있어야 겨우내 성장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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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한도>는 그림으로 그린 한 불굴의 인간을 위한 '철학시'다. 〈세한도〉는 김정희가 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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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여름에 오히려 <김정희의 세한도>를 감상하면 마음을 고요하고 평온하게 다스릴 수 있다.


겨울은 의지와 지조 있는 사람의 안식처가 된다. 자신의 신념에 진심인 사람들은 겨울을 이겨낼 수 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북풍에 주저앉게 된다. 결심했던 것을 미루고 연기한다. 노년기가 황금기, 황금의 계절로 변할 수 있는 사람들이 있다. 봄, 여름, 가을, 겨울을 지나면서 인생을 제대로 여행하고 세상을 이해한 사람들의 특권이다. 사람은 소나무처럼 한자리에서 사계절을 맞이하지 않는다. 세상 구경을 하면서 이동할 수 있는 여행자가 될 수 있는 것이다. 겨울이 아름다운 삶이고 싶다. 그때까지 세상 끝까지 여행하고 사계절을 배우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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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곧 여름이다. 5월 중순과 여름 사이 너무도 짧다. 이제 봄의 축제도 서서히 폐막하고,


여름의 축제를 대비하여야 한다. 인생의 사계절 가장 뜨겁고 가장 녹음이 우거진 계절 여름이 온다.


나는 여름나라에 산다. 그러면서도 늘 소나무가 그립다! 젊은 시절을 보낸 나의 고향 소나무처럼 상록수가 되고 싶어서, 여름나라에 살게 되었나 보다.



소나무조차도 언제나 상록수가 아님을 잊지 않고 겸허하게 세월을 받아들인다.


봄의 축제라도 긴장하게 되고, 여름의 계절이 오면 더욱 긴장하고 겸손하게 된다.


한 여름에 쉽게 옷을 벗어버리고 얇은 옷으로 갈아입게 되지만,


피부 탈 것을 염려하고 모기 물릴 것을 예방하고 싶은 심정이다.


열사의 사막을 지나는 심정으로 여름날 한 계절살이 베짱이가 되지 않으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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