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율(戰慄)하라

by 오동근

전율(戰慄) : 몸이 떨릴 정도로 감격스러움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


우린 '전율'이라는 단어를 잘 쓰지 않습니다. 그보단 ‘감동’, ‘소름’, ‘설렘’ 같은 표현을 자주 쓰죠. 그런데 이 단어들을 전율과 비교해 보면 어딘가 조금씩 부족합니다. 설렘은 예측된 기쁨이고 감동은 외부의 자극에서 비롯되지만 전율은 다릅니다. 전율은 그보다 더 깊은 곳 마음의 뿌리를 흔드는 느낌입니다. 괴테의 파우스트에서 말하길 "전율은 인간의 최상의 부분"이라 했죠. 이 말이 왜 이토록 깊게 박혔는지는 경험해 본 사람만이 알 겁니다.


많은 분들이 책을 읽는다고 하면 '배우기 위해서', '지식을 얻기 위해서'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맞는 말입니다. 하지만 단지 그것만은 아닙니다. 어떤 책은 한 문장, 한 페이지로 내 삶 전체를 다시 바라보게 만들 수 있습니다. 지식은 뇌에 남지만 전율은 마음에 남습니다. 그 차이를 아는 사람은 책을 읽을 때 단순히 공부하는 게 아니라 삶과 마주하는 시간을 보내게 됩니다.


괴테는 죽기 직전까지도 침대 앞에 공부할 내용을 붙여놓고 외우고자 했다고 하죠. 음향학, 지질학, 철학… 왜 그렇게까지 했을까요? 세상을 끝까지 알고 싶었던 겁니다. 마지막까지 배움에 손을 놓지 않은 이유는 단 하나, 그 배움 속에서 스스로를 계속 살아있게 만들었기 때문입니다. 진정한 전율은 그렇게 ‘살아있다’는 감각에서 오는 것이 아닐까요?


사람들은 흔히 ‘전율’이라는 단어를 드라마틱한 순간 예를 들면 콘서트에서 우상과 눈이 마주쳤을 때라든지 하늘에서 별똥별이 쏟아질 때 같은 장면에만 쓰곤 하지만 사실 전율은 그보다 훨씬 자주 작고 조용한 순간에도 우리를 찾아옵니다. 내가 스스로를 이해했을 때, 어떤 문장을 통해 그동안 미뤄왔던 내 감정을 인정하게 되었을 때, 또는 누군가의 말 한마디에 나도 모르게 울컥했을 때. 그 모든 순간은 전율의 순간입니다.


저는 책을 통해 그런 순간들을 여러 번 경험했습니다. 그리고 그런 경험을 할 때마다 더 많이 배우고 더 깊이 생각하고 싶어 졌습니다. 그래서 독서를 멈출 수가 없습니다. 전율이란 단어를 일부러 찾으며 책을 읽은 적은 없지만 매번 그런 순간을 기대하게 되더라고요. 그게 독서의 진짜 쾌락입니다. 흔히 사람들은 독서를 취미라고 말하지만 사실 독서는 감각입니다. 깊은 사유 끝에 터져 나오는 깨달음이자 때로는 울컥하는 감정의 덩어리죠.


전율은 거창한 깨달음에서만 오는 것이 아닙니다. 누구나 자신의 삶에서 그 순간을 만들어낼 수 있습니다. 우리가 살아오며 겪은 슬픔, 사랑, 상실, 기쁨 모두는 하나의 재료입니다. 그것이 문장과 만났을 때 공명이 일어나고 그 공명은 전율이 됩니다. 다시 말해 전율은 내 삶의 이야기와 세상의 이야기가 맞닿을 때 오는 것입니다.


같은 책도 내가 어떤 사람인가에 따라 전혀 다른 감정으로 다가오죠. 이건 단순한 독서가 아닙니다. 삶과 삶이 만나는 일입니다. 그래서 전율은 독서에 있어 가장 고귀한 선물이라고 생각합니다. 우리는 모두 언젠가 이 세상을 떠납니다. 그건 피할 수 없는 사실이죠. 그런데 그 순간이 단지 과거를 정리하는 시간이 아니라 마지막까지 깨달음을 추구하며 살아있었다는 증거가 된다면 어떨까요? 괴테처럼 끝까지 배우며 끝까지 느끼며 살다 보면 죽음조차 전율의 순간이 될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삶이 내게 묻는 마지막 질문에 내가 어떤 식으로든 답을 할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우리는 의미 있는 길을 걸었다고 말할 수 있을 겁니다.


그러니 오늘은 책을 한 권 펼쳐보세요. 꼭 유명한 철학서가 아니어도 좋습니다. 지금의 나에게 말을 걸어줄 한 문장, 한 줄이라도 만날 수 있다면 그건 이미 전율의 시작입니다. 그리고 언젠가 아주 조용하고 깊은 깨달음이 여러분의 마음을 흔드는 날이 올 겁니다.

그때 그 전율을 마음껏 느껴보세요. 그건 결코 흔한 감정이 아니니까요.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나를 표현할 수 있는 창구를 개설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