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는 서점에서 새 책을 사면 제일 먼저 형광펜과 포스트잇으로 중요한 문장을 만나면 밑줄을 긋고 옆에 짧은 메모까지 남기면서 뿌듯해했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조금만 지나면 그때 감동했던 문장이 머릿속에서 희미해졌습니다. 책장은 책장대로 꽉 차 가는데 정작 제 삶은 그다지 달라지지 않았습니다. 그때부터 ‘독서란 왜 이렇게 허무할까’ 하는 의문이 들었습니다. 우리는 흔히 독서를 하면 당연히 성장한다고 믿지만 책을 읽는 것과 책 속의 가르침을 실제로 살아내는 것은 전혀 다른 일입니다. 저도 이 사실을 깨닫기까지 꽤 오랜 시간이 걸렸습니다.
몇 해 전, 기형도의 시집 『입 속의 검은 씨』를 읽던 중 강연에서 들었던 구절이 떠올랐습니다.
“성경에만 밑줄을 긋지 말고 생활에도 밑줄을 그어야 합니다.” 그동안 저는 수많은 책에 밑줄을 그으며 감탄했지만 정작 그 문장 하나를 삶에 적용해 본 적은 거의 없었습니다.
당시 저는 회사 생활이 지루하고 무의미하다고 느끼고 있던 차였고 무언가 변화를 얻고 싶어 자기 계발서부터 철학책까지 닥치는 대로 읽었습니다. 형광펜으로 밑줄을 그으며 ‘이 문장만 기억하면 내 삶이 달라질 거야’라고 다짐했지만 다음 날 출근길에는 그 문장이 떠오르지 않았습니다. 떠오른다 해도 행동으로 이어지는 일은 드물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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