쌤! 아무리 해도 어깨 힘이 안 빠지는데요?
오늘은 몸의 방어 기제에 대해서 알아볼까 합니다. 요즘 정신 건강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심리적 방어기제에 대해서는 많이 들어보셨을 텐데요, 우리의 몸에는 어떤 방어 기제가 있을까요. 몸의 방어 기제도 여러 가지 형태가 있겠지만요, 반사 신경? 움찔하는 것? 신체적으로 피하거나 부교감 신경에 의한 무의식적인 반사 작용이 일어나는 것? 그런 많은 방어 기제의 형태 중에 오늘은 긴장과 통증에 대해서 이야기해 보려고 합니다.
어깨 끌어내리세요~
필라테스를 하다 보면 이런 말을 많이 들으실 거예요. 필라테스를 해보지 않은 분들이더라도, 항상 구부정하게 컴퓨터 모니터를 보고 있는 내 어깨와 승모근이 항상 딴딴하게 굳어서 주물러도 풀리지 않고 항상 피곤하고 무거운 느낌, 다들 경험해 본 적 있으시죠?
어깨에서 과도한 긴장을 하고 있으면 그 주변에 다른 근육들이 올바른 힘을 쓰면서 협응하는 형태의 움직임을 만들어내기가 어렵습니다. 회사에서 누군가가 지나치게 업무를 도맡아 과로하고 있으면, 그 나머지 구성원들은 상대적으로 아무것도 하지 않으려고 하는 것처럼요. '쟤가 다 하니까 나는 가만히 있어도 될 거 같은데?' 그렇게 우리의 몸은 야속하고도 효율적인 조직입니다.
근데 이 어깨가 항상 너무 긴장을 하고 힘을 쓰고 있던 탓에, 힘을 아무리 빼라고 해도 빼지지 않는 경우가 엄청 많아요. 단순히 '어깨 끌어내리세요.'라는 말이 해부학적으로 봤을 때 정말 올바른 큐잉은 아니지만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회원님 입장에서 알아들을 수 있도록 종종 쓰게 되는 멘트이기도 합니다.
우리 뼈에 붙어서 움직임을 만들어주는 골격계 근육들은, 쓰지 않을 때 편안하게 'off' 상태가 되어 있어야 합니다. 그리고 써야 할 때는 수의적으로, 그러니까 내 의지대로 쓰고 싶은 근육들의 힘을 동원할 수 있어야 해요. 쓰고 싶은 근육을 쓰고 싶은 정확한 방향으로 말이죠.
근데 지나치게 긴장하고 있는 근육들은, 내가 움직이려고만 하면 자기가 먼저 튀어나가 버립니다. 자기가 할 일이 아니고, 자기의 역할이 아닌데도 불구하고 먼저 나서서 사서 고생을 하는 경우가 많죠. 우리 인체의 근육들은 각자의 특성에 맞는 고유한 역할을 가지고 있는데도 말이에요.
예를 들면 뼈에 가까이 붙어있는 속근육들은 조직의 특성상 엄청 큰 힘을 쓰지는 못하지만 지구력이 좋습니다. 그래서 적은 힘으로 하루종일 자세를 유지해 주고, 뼈와 뼈가 부딪히지 않으면서 잘 움직일 수 있도록 속에서 미세 조정을 하는 역할을 하죠. 그래서 적은 힘으로 하루종일 자세를 유지하면서도 피로도가 높지 않습니다.
반대로 겉에 있는 근육들은 순간적으로 낼 수 있는 힘은 센데 지구력이 약합니다. 그래서 특히나 쓸 때는 적절하게 on/ 그리고 쓰지 않을 때는 편안하게 off가 될 수 있어야 하죠. 그렇지 못해서 계속 켜져 있다면 엄청난 피로도를 느끼면서 우리의 상승모근처럼 뭉치고 단단해져서 어떻게 해도 풀리지 않는 상태가 될 테니까요.
그럼 긴장은 어떻게 푸나요?
그럼 근육은 어떻게 해야 off를 할 수 있을까요. 진짜 버튼처럼 오프를 할 수 있다면 정말 좋을 텐데요. 긴장이라고 해서 다 한껏 쭈그려서 짧아져 있는 것만 이야기하는 건 아니에요. 이 근육들은 원래 길이에 비해 과도하게 늘어난 형태의 긴장(이완성 긴장)을 하고 있을 수도 있고, 짧아져있는 형태의 긴장(수축성 긴장)을 하고 있을 수도 있습니다.
이완성 긴장은 고무장갑을 억지로 늘려서 당겼을 때를 생각해 보면 이해가 쉬울 텐데요, 늘어났다고 해서 꼭 힘없이 축 늘어진 게 아니죠! 엄청나게 텐션이 올라간 상태에서 그 길이를 유지하며 버티려고 애를 쓰고 무리하고 있는 상태입니다. 그 상태가 지속되면 겉으로는 보이지 않지만 그 속에서 염증도 생기고, 상처와 스트레스들이 쌓이면서 더 딴딴하게 붓고 떡진 것 같은 형태로 고착됩니다. 그렇게 잘 움직여지지도 않고 풀리지도 않는 우리의 상승모근이 되었죠.
수축성 긴장은 근육의 원래 길이에 비해 과도하게 짧아져 있는 형태의 긴장인데요. 그러면 당연히 그 반대되는 근육은 위에 이완성 긴장을 하게 됩니다. 우리의 어깨가 말리면서 뒷 등은 늘어나고, 반대로 어깨 앞면은 짧아지면서 말린 것처럼요.
근육들이 제 길이에 있으면 체형도 삐뚤어지지 않고 제자리에 있겠죠? 또한 원래 늘어나고, 줄어들 수 있는 정상 가동범위의 움직임이 적절하게 수행될 수 있는 상태라면 뼈들은 적절한 힘으로 잘 협응해서 움직이며 당연히 제자리를 잘 찾을 수 있게 됩니다.
그러니까 긴장을 풀려면 딱 해당 근육만 마사지!!! 주무르기!!! 같은 것으로 해결될 일이 아니라는 거죠. 덧붙여 마사지는 수동 자극이기 때문에 뇌와 근육에 기억되지 않아요. 마사지를 받고 나면 근육의 당장의 컨디션에는 당연히 도움이 되겠지만, 내가 이전에 어깨가 뭉쳤던 패턴과 똑같은 움직임 패턴으로 움직이기 시작한다면 사실 그전보다 더 뭉치게 될 겁니다.
그래서 이 긴장을 풀기 위해서는 수축성 긴장을 하고 있는 근육들에 대해서는 사전에 제대로 된 스트레치가 필요하겠죠. 그 짧아진 상태에서 벗어나 잘 움직일 수 있어야 반대로 이완성 긴장을 하고 있는 근육들이 '내가 이렇게 까지 늘어나있지 않아도 되는구나.'를 깨달을 수 있을 테니까요.
그리고 이완성 긴장을 하고 있는 근육들에 대해서는 적절한 저항을 준 상태에서 근육을 늘리고, 줄이는 움직임을 반복합니다. 이 근육들이 저항이 있는 상태에서 늘리고 줄이고를 반복하면서 늘리는 힘도, 줄이는 힘도 제대로 재학습을 하게 만들고, 그 과정을 통해서 제 길이를 찾아 돌아갈 수 있도록이요. 그냥 냅다 늘리고, 냅다 줄인다고 해서 근육들이 내가 원하는 길이로 돌아가지는 않습니다.
(그래서 필라테스 기구에는 스프링이 사용되어 있는 기구가 많죠! 스프링으로 인해 생기는 장력에 대항해서 근육을 늘리고 줄이고를 반복하는 겁니다. 늘어난 긴장을 하고 있는 근육에 대해서는 저항에 대항하여 적절히 줄이는 힘을 길러주고, 수축성 긴장을 하고 있는 근육에 대해서는 적절히 늘리는 힘을 길러주기 위해서요. 반대되는 힘들에 대항해서 늘리는 것도, 줄이는 것도 잘할 수 있도록, 그 힘을 키워나가는 과정이죠!)
그리고 이 긴장하고 있던 근육들이 적절한 길이로 돌아가는 과정에서, 동시에 이 움직임에 쓰여야 하는 여러 근육들이 협동해서 잘 움직이는 것을 반복하고, 이 경험이 뇌와 신경계와 근육들에 누적된다면 이제 근육들은 내가 의식하지 않아도 올바른 협응 패턴으로 움직이게 됩니다.
'아, 내가 이렇게 긴장하고 있지 않아도 되는구나. 그리고 이렇게 협동해서 함께 움직이는 것이 더 편안하고 무리하지 않고 잘 움직이는 방법이구나!'라는 것을 근육들도 충분히 알게 되었기 때문이죠.
물론 그때까지는 시간이 필요하겠죠. 그동안 긴장하며 애쓰고 있었던 그 근육을 따뜻하게 바라봐주면서 토닥토닥해준다는 기분으로요. 회원님들이 이 뭉쳐있는 어깨랑 등, 혹은 앞허벅지가 왜 이렇게 딴딴하고 힘이 빠지지 않는지 원망스레 팍팍 두드리는 모습을 보면 제가 심장이 쿵 하는 기분이 들 때가 있어요.
그러니 그 과정을 너무 답답하게 조급하게 생각하지 않아도 괜찮아요. 힘을 풀고 싶은데 마음대로 되지 않는 건, 지금까지 그 근육들이 열심히 일하고 애써왔다는 증거니까요. 지금까지 긴장하고 있었던 근육들에게 주변 근육들도 충분히 힘이 있고, 올바른 움직임을 학습했으니까 '너 혼자 무리하지 않아도 돼. 주변 근육들이 충분히 도와줄 거야. 그걸 믿고 혼자 과도하게 긴장하지 않고, 적절한 힘으로 움직여도 충분히 할 수 있어.'라는 것을 계속 알려주고 안심시켜 주는 과정이라고 생각해 보세요.
유독 긴장하고 있는 나의 마음
아마도 내 마음에도 이런 구석이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사람들마다 지나치게 예민하거나, 지나치게 크게 생각하거나, 부정적으로 생각하게 되거나, 과도하게 긴장하는 특정 상황이나, 기분들이 있을 테니까요.
그 마음도 이 긴장하고 있었던 근육들처럼 따뜻하게 바라봐주면서 '쓸데없이 긴장하지 말고 긴장을 풀어!!!'라고 하기보다는, '아, 그동안 네가 애를 쓰고 있었구나. 어쩌면 네가 긴장하고 버텨줘서 내가 지금까지 왔을 수도 있겠다. 너무 고맙고 수고했어. 근데 이제는 불편하고 뭉쳐서 힘들다고 나에게 신호를 보내고 있으니, 그 신호를 내가 살펴봐줄게. 왜 긴장하고 있는지, 주변에 어떤 도움이 필요한지 봐주고, 너 혼자 긴장하지 않아도 협응 해서 할 수 있다는 것을 믿을 수 있도록.'
사실 마음의 어떤 구석이 그만큼 긴장하는 건 그만한 이유가 있습니다. 아무 이유도 없이 과도하게 긴장하지는 않아요. 저는 이 전 글에서도 많이 이야기를 했지만, 아주 작은 부탁을 하는 것도, 요청을 하는 것도 굉장히 어려워하고 싫어했습니다. 거절당하는 게 너무 두려웠던 것 같아요. 그래서 부탁하면 충분히 주변 사람들이 도와줄 수 있는 일도 혼자 다 해결해야만 한다고 무리하면서 해내고, 내 의견을 얘기하면 조정이 가능한 부분이었는데도 안될 거라고 혼자 결론 내어버리고는, 일방적으로 선을 긋거나 다 참아야만 한다고 생각하는 구석이 있었습니다.
아마도 상처받기 싫은 마음, 버림받고 싶지 않은 마음, 거절당하고 싶지 않은 마음, 수치스러워지고 싶지 않은 마음 등등 피하고 싶은 고통스럽고 아픈 마음들을 겪지 않으려고 그런 방어 기제들을 차곡차곡 쌓아왔을 겁니다. 그 방어 기제들은 어느 순간에는 나를 지켜주기도 했을 겁니다.
다만 어느 순간 그 방어기제들이 긴장한 근육들처럼 과도해지고, 그것이 어느 순간 나의 건강하고 자유로운 움직임을 방해하고 있다면요, 그때는 그 마음들을 꺼내서 살펴봐 주세요.
그렇게 따뜻하게 어떤 협응이 필요한지 봐주고, 그 작은 움직임들은 연습하고, 그 힘들을 키워나가면서 긴장하지 않고 잘 되다가도 또다시 긴장하게 되는 일도 있겠지만, 그마저도 기다려주면서 함께 건강한 움직임을 만들어보자고요.
다음 글에서는 방어기제 형태의 긴장 정도가 아니라 정말 아프고 불편하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같이 살펴보도록 할게요.
(원래 글이 너무 길어서 두 편으로 나눠서 다시 업로드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