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저에게 가장 많이 따지고 싶은 질문입니다. 왜 그렇게 예민해? 왜 그렇게 불안해? 왜 그렇게 걱정해? 그러다 보니 또 왜 그렇게 바짝 긴장해?라고요. 요즘은 '예민함'이라는 키워드가 많이 떠오르고 있어서, 이것을 꼭 나쁜 것으로 해석하지 않는 방향으로도 이야기되는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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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도 많이 예민한 편입니다. 냄새, 온도, 습도, 어떤 공간에 들어갔을 때 공기의 질이나 환기에 정도를 바로 느끼고 불편함을 느끼기도 하고요, 어떤 사람이 어떤 공간에 한동안 있다가 왔는지도 냄새로 느낄 수 있는 편입니다. 사람들의 순간적인 표정이나, 뉘앙스, 말투, 분위기를 민감하게 캐치하고 해석해내기도 하죠. 그 해석은 맞을 때도, 틀릴 때도 있지만 그렇게 생각하지 않으려고 해도 미묘한 분위기가 인지되어 버리는 것과, 그 신호들이 부정적인 방향으로 해석되는 것이 뇌에서 자동화되어 있는 것 같기는 합니다.
예민함 체크 리스트에서 볼 수 있듯, 저는 만나기로 한 사람이 한동안 연락이 안 되면 사고가 난 게 아닌가, 나쁜 일이 생긴 게 아닌가 하는 시뮬레이션이 머릿속에서 자동으로 재생되곤 합니다. 그런 생각을 하고 싶지 않은데도 그런 상상이 저절로 뭉게뭉게 피어나버리고, 그 상상으로 인해 걱정하고 불안하게 됩니다. 그리고 낯선 사람을 만나야 하는 자리에 가야 하는 일이 생기면, 혹은 오랜만에 만나는 누군가를 보러 가는 길이면 그 사람들이 저에게 무례하게 대하거나, 민망하게 만들거나, 수치심을 일으키게 하거나, 은근히 무시하고 꼽준 등의 부정적인 상황들이 또 머릿속에 자동적으로 재생되곤 합니다. 그러니 당연히 불안하고 긴장하게 되고요.
저는 사실 낯을 가리는 성격은 아니에요. 놀랍게도요. 저를 가만히 관찰했을 때 낯선 사람에게 말을 걸거나, 서로를 알아가거나 하는 일을 어려워하지는 않습니다. 새로운 사람을 만나는 것도 꽤나 재미있게 생각하면서 막상 그 상황을 앞두고는 부정적인 상황들이 자동적으로 재생되고, 그 때문에 긴장하고 경계하고 불안해하죠. 그 마음을 분석하다 보니 저는 정보가 없는 사람을 막연히 불안하게 생각하는 것 같다는 결론에 이르렀어요. 어떻게 말하고 행동할지에 대한 데이터가 저에게 충분히 있는 사람은 불편해하지 않습니다. 그리고 갑작스레 만난 낯선 사람과도 꽤나 잘 대화하고 지냅니다. 그 상황이 진짜 저를 불편하게 하는 것이 아니라, '부정적인 시뮬레이션 돌리는 동안' 불안해지고 경계심이 발동하고 긴장하게 되어 버리는 것이죠.
그래서 한동안은 제 마음의 평화를 위해 낯선 사람을 아예 만나지 않다가, 답답한 마음에 등산 모임을 2년 정도 참여했었습니다. 처음에는 제가 잘 모르는 사람들이 많이 신청한 날은 이런저런 핑계를 대면서 참여하지 않다가, 막상 낯선 사람을 만나면 대화도 잘하고, 잘 지내며 금세 친해져서 기분 좋은 상태로 집에 올 때가 많았어요. 사람들은 생각보다 무례하지 않고, 매너 있고, 기본적인 예의도 있는 사람들인 경우가 많았습니다. 그래서 '아, 이런 경험을 많이 해야겠다.'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런 경험치가 충분히 있으면 제가 낯선 사람을 만나기도 전에 부정적인 생각들을 뭉게뭉게 펼치지 않아도 될 것 같았거든요.
왜 그렇게 긴장해?
우리의 몸도 신기하게 비슷한 부분이 있습니다. 아무리 어깨 힘을 빼라고 해도 안 빠지는 경우가 있죠? 그건 마치 우리 마음에게 '예민하지 마~'라고 얘기하는 것과 똑같습니다. 나도 안 예민하고 싶은데? 예민해서 가장 힘든 사람은 본인입니다. 그 예민함을 밖으로 표출해 버리면 인간관계에 얼마나 많은 문제가 생길 것이며, 혹은 저처럼 그 예민함을 티 내지 않기 위해 속으로 꾸역꾸역 삼켜버리면 얼마나 속병이 날까요.
그렇다면 어깨 힘은 왜 안 빠질까요? 그걸 알면 내 마음의 예민함도 힘을 좀 뺄 수 있을 것 같은데요. 관절은 불안정한 상태에 있으면 긴장하게 됩니다. 당연하게도 불안정한 상태에 있으니까 거기서 더 벗어나거나 위험 범위로 가지 않게 하려고 바짝 긴장하게 되는 것이죠.
어깨 관절은 복합 관절로 다양한 관절들의 적절한 협응이 고르게 잘 일어나야 건강하게 움직일 수 있습니다. 기본적으로 '관절'이라 함은 뼈와 뼈가 만나는 지점입니다. 어깨 관절은 4개의 관절로 나눠볼 수 있는데요. 복장뼈-쇄골/날개뼈 앞쪽 돌기-쇄골/날개뼈의 오목 관절-윗팔뼈/날개뼈-갈비뼈의 뒷면, 이렇게 네 개의 복합 관절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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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중 갈비뼈-날개뼈 관절은 특이하게도 진짜 뼈가 맞닿아있지 않고, 흉곽의 뒤쪽에 날개뼈가 얹어져 있는 형태를 띠고 있습니다. 이 관절은 뼈와 뼈가 만나있지도 않고, 근육들로 이렇게 저렇게 겨우 붙어있을 뿐인데요. 뼈로만 본다면 그대로 미끄러져 나가도 이상하지 않은 형태죠. 그래서 근육들의 힘을 이용하여 날개뼈가 뜨지 않고 갈비뼈에 찰싹 잘 달라붙어있어야 안정적인 상태가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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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사진처럼 체형이 변형되어, 즉 근육들이 제 역할을 잘하지 못해 익상견갑으로 체형 변형이 일어났거나, 일상적으로도 관절이 불안정한 상태에 있다면 더 이상 미끄러져 나가지 않기 위해서 그 주변 근육들을 바짝 긴장시켜서 굳게 만들어 버릴 것입니다. 그런 상태가 오래 지속되다 보면 이 근육들은 만성적으로 항상 무리한 힘을 쓰며 긴장할 테고, 그만큼 스트레스가 누적되어 점점 더 단단하게 뭉쳐버리게 되죠. 굽은 등이나, 딴딴해져 있는 상승모근들이 아무리 주물러도 돌처럼 단단한 경우 처럼요. 겉으로 보이지는 않지만 그 근육 안쪽에서는 스트레스와 과도한 업무로 인한 염증과 상처가 생기게 되고, 그대로 떡져버려서 더 단단하게 굳어버렸다고 이해하시면 쉬울 거예요. 그러면 잘 움직여지지도 않게 되죠. 근육들이 자유롭게 늘어나고 줄어드는 운동을 수행하기 힘들 테니까 말이에요.
그래서 어깨 힘을 빼려면 어떻게 해야 되죠?
위에서 힌트를 얻으셨을지도 모르지만, 이렇게 움직이는 것이 안전하다는 경험을 나의 몸과 근육과 뇌에 많이 누적해 주는 것입니다. 우리의 근육과 뇌가 반사적으로 긴장하고 불안하지 않게끔이요.
그러기 위해서는 관절에 가장 가까이 붙어있는 작은 근육들의 작고 섬세한 움직임들을 회복시켜야 합니다. 속근육들의 아주 기본적인 움직임이죠. 속근육과 겉근육에 대해서 들어보셨을 거예요. 복부에만 코어 근육이 있는 것이 아니라, 모든 관절에는 관절 간의 움직임을 섬세하게 조정해 주는 속근육들, 즉 코어 근육들이 있습니다. 우리 어깨에도요. 그 근육들은 겉에 있는 큰 근육들이 힘을 쓰기 전에 먼저 발동되어 뼈와 뼈의 돌출된 부분이나 인대 신경이 눌리지 않게끔, 서로 부딪히거나 밀리지 않으면서 안에서 잘 움직여줄 수 있게 도와주는 역할을 하죠.
겉에 있는 큰 근육들로 계속 힘을 써왔다면 안쪽에 있는 속근육들은 어느새 힘도 잃어버리고, 자기가 어떻게 움직였는지도 모르는 채로 자기 역할을 제대로 할 수 없는 상태에 있을 겁니다. 그래서 어깨나 고관절이 찝히거나, 딱딱 소리가 나거나, 불편감이 느껴지고 나아가서 통증이 느껴지기도 하죠.
이 속근육들은 어떻게 깨워낼까요? 정말 기본적인 움직임, 큰 힘을 들이지 않고 하는 속근육들의 기본적인 역할을 이 근육들에게 '재학습' 시키듯이 움직이는 것입니다. 하나도 힘들지 않아서 '이게 운동이 되나요?' 할 정도의 섬세하고 작은 움직임들이요. 어깨에서 윗팔뼈의 내회전과 외회전, 날개뼈의 기본적인 움직임 등을 속근육들에게 다시 올바르게 알려준다고 생각하고 집중해서 올바르게 수행해 보는 것이에요.
그리고 신경 스트레칭, 뇌와 근육의 통신이 깨끗하게 이루어져야 합니다. 신경에도 압력이 존재하고 혈관처럼 고른 압력을 가지고 근육의 상태를 뇌에 정확히 전달하고, 또 뇌의 명령을 깨끗하게 근육에 전달할 수 있어야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 적절한 힘을 쓰며 움직일 수 있습니다. 나는 반듯한 자세를 잡은 줄 알았는데 거울을 봤을 때 내가 예상한 것과 다른 자세를 하고 있는 것처럼요. 나의 몸 구석구석으로 연결되는 신경이 정확한 내비게이션처럼 깨끗하게 근육과 뇌를 연결할 수 있도록 스트레칭을 해주면 건강한 움직임과 나의 상태를 정확히 인지하는 데에도 큰 도움이 됩니다.
그리고 연습한 건강한 움직임을 다양한 포지션에서의 적용해 보는 것까지요. 우리 몸에는 적응의 특수성이라는 특성이 있습니다. 내가 정적인 플랭크로만 코어 근육을 단련했다면, 내 코어 근육은 그 상태에서만 활성화됩니다. 정적인 상태에서 연습했다면, 동적으로도 해보고, 중력의 방향을 바꿔서 옆으로도 뒤집어서도 해보고 서서도, 앉아서도 연습하면서 그 힘이 쓰이는 범위를 확장해나가야 합니다. 결국은 그 다양한 포지션에서 연습한 힘과 적절한 움직임으로 일상생활에서도 건강하게 움직일 수 있도록.
그렇다면 이렇게 몸에서 배운 움직임을, 마음에도 적용해 볼 수 있겠죠?
화상을 입은 마음
화상을 입어서 새살이 돋지 않은 피부를 누군가 건드리면 당연히 아프고 예민할 수밖에 없죠. 정상 피부를 가진 다른 사람보다 훨씬 과도한 반응이 나올 수밖에요. 저는 마음에 화상을 입고, 새 살이 돋지 않은 상태로 계속 살아가고 있는 것 같은 기분이 오랫동안 들었습니다.
시간이 아주 오래 걸리더라도 새살이 돋아나기 시작합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아주 기본적인 마음의 움직임, 내가 해볼 수 있는 것들, 또 내가 평생 하지 않을 거라 생각했던 작은 일들도 조금씩 해보기 시작했습니다. 엄마한테 작게라도 징징거려 보기, 숨겨야 할 것 같은 부정적인 생각을 친구에게 조금이라도 털어놓아보기, 사실은 섭섭하지만 계속 참아왔던 어떤 것들을 살짝 말해보기.
그런 일을 해도 큰일이 나지 않는다는 것, 내가 엄청 별로이거나 보잘것없는 사람이 되지도 않습니다. 그리고 조금씩 별로이면 어떤가요. 그럼에도 주변 사람들이 충분히 받아들이고 이해해주고 있다는 경험을 내 마음속에 쌓아가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주변에서 항상 긍정적인 반응을 해주면 좋겠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에도 내가 나에게 그렇게 해주면 됩니다.
다만 참는 것에 익숙한 사람들은 한계가 올 때까지 참다가 그만 폭발해 버리는 식으로 표현할 때가 많았으니까요, 처음에는 그 표현의 적정한 정도를 찾기가 힘들 수도 있습니다. 누군가에게는 너무 급발진하듯이 느껴질 수도 있고요. 그래서 아주 작게, 작은 움직임부터 부드러운 형태로 한번 움직여보세요. 내가 하던 일도, 안 하던 일도 조그마하게 움직이면서 나 아가다 보면 나에게 맞는 건강한 움직임을 찾을 수 있을 겁니다.
그리고 신경 스트레칭을 하듯, 마음이 자꾸 예민해지고, 불안해지면 그것도 부정하지 말고 깨끗하게 받아주세요. 아 내가 그동안 어딘가가 많이 아프고, 상처받고, 새 살이 돋지 않아서 아직 많이 예민하구나. 불안하구나. 어디서 그만큼 상처가 있었을까 하고 살펴주기도 하고요. 나의 상황과 감정에서는 그럴만했다고, 부정하지 않고 거리두지 않고 꼭 끌어안아주듯이, 나의 감정을 그대로 끌어안아주는 것이 필요합니다. 그리고 시시각각 변화하는 나의 감정들을 잘 관찰하고, 기록하는 것도 도움이 됩니다. 그 폭풍 같은 감정들은 생각보다 쉽게 지나가기도 하고, 엄습했던 두려움은 내 상상에서 비롯된 경우도 많다는 것을 기록으로든, 명상으로든, 내가 편한 방법으로 알아차려보는 것이죠. 나의 왜곡된 마음과 뇌의 어떤 길이 깨끗하게 연결될 수 있도록이요.
그렇게 연습한 마음으로 다양한 상황을 또 겪어보는 것이죠. 저는 여전히 예민하지만, 예전처럼 힘들지는 않습니다. 모든 것이 그러하듯 예민한 것도 장점과 단점이 있습니다. 예민한 만큼 잘하는 일도, 다른 사람을 먼저 배려해 주고 불편하지 않게 해 줄 수 있는 부분도 많고요. 그로 인해 생기는 힘든 마음을 제가 잘 소화하는 방법을 연습해나가고 있습니다. 같이 작은 움직임들을 연습해 보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용기를 가지고 확장해나 가봅시다. 우리가 원하는 방향으로, 우리가 원하는 형태로. 우리는 좋은 일과 나쁜 일을 하면서 결국은 더 나은 방향으로 성장해 나갈 것이니까요.(문도멘도)
다음에는 용기가 나지 않을 때 어떻게 해야 할지에 대한 글을 써볼게요. 오늘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